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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0402) ‘큰기러기떼가 백석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어제 비가 내려 하늘의 무게가 가벼워 진 아침, 오늘의 첫 모니터링 목적지로 당산리 공사현장을 찾았다. 한 주 전과는 크게 변동사항은 없었지만 준설선이 떠있는 강물은 이전 보다 더욱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백석리가 바로 보이는 제방길을 따라 가던 중 폭격을 맞은 것 같아 보이는 큰구덩이가 난 것이 보였고 백석리섬과 연결된 오탁방지막 사이로 꽂혀진 노란 깃발이 인상적이었다.

 

백석리섬 일대에 등장한 준설선.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광분해서 설명하던 진공흡입식준설선은 어디로 사라졌나?

대신 제방길을 가던 중 내양리 좌안으로 공사가 시작되는 것이 보였다.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한 두 대가 같이 첫 공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강 한쪽이 또 다른 한쪽과 비슷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부처울의 맞은편은 준설작업이 활발했다. 여느 남한강 공사구간 보다 가물막이가 연달아서 길게 나있었다. 조금 더 가서 어떤 대형 건설장비로 보이는 구조물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떤 구조물인지는 모르지만 더 빨리 더 많이 더 무자비하게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해 보였다.



임시 가교를 설치하려는 듯. 아마도 더 빨리 더 많이 더 무자비하게 공사를 하기 위한 목적인 듯.


이포대교로 가 보니 보 기단 2개가 완성단계에 있었다.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녀석을 보니 이들이 짓고 있는 보가 과연 진짜로 보인지 댐인지 햇갈렸다. 양화천의 흐린 물을 지나간 후 내양리로 들어가 봤다. 내양리에서 아까 대신제방에서 본 가물막이들이 열지어 있는 것이 좀 더 가까이에서 보였다. 여러 가물막이 안에 2개가 준설 중이었다. 여주보는 준설이 많이 되었고 강 좌안과 우안을 연결한 임시 철교가 보였다. 좌안과 우안을 왔다 갔다하다 하며 강을 피곤하게 할 모습이 눈에 선했다.
 

당산리와 백석리섬 사이의 작은 수로를 거대한 강줄기로 만들고 있다. 멀리 여주보까지 이어진 공사현장. 도대체 이명박식 강살리기는 무엇인가?


내양 1리에서 백석리섬 옆을 흐르는 강위에 큰기러기떼들이 쉬고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수백마리의 기러기들이 대형을 갖추면서 공사현장의 어수선함에도 불구하고 강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재미있었던 모습은 큰기러기떼들이 강에 몸을 맡긴체 하류로 떠내려 가던 중 백석리 섬과 조금이라도 떨어지려고 치면 큰기러기떼 전체가 날아올라 다시 백석리 섬 옆의 강가로 날아 가는 것이었다. 백석리 섬이 바람을 막아줘서 그런지 아니면 백서리가 주는 편안함과 안온함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큰기러기의 집단 군무는 백석리가 섬이게끔 해주었다.

백석리섬 공사장 맞은편에서 관찰되는 큰기러기떼..얼핏 살펴보아도 약 5~600마리 관찰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 및 아시아 북쪽의 건조 하며 약간 움푹 들어가 곳에 둥지를 만들며 무리를 지어 번식하는 큰기러기는 겨울에는 남쪽의 온대지역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에는 10월 초에 찾아와 이듬해 2월 말 또는 3월 초까지 겨울을 보내는 겨울철새인 큰기러기가 3월초를 넘어 4월 초인 지금도 있다는 것, 그것도 물이 흐려지고 공사장 소음으로 뒤덮혀 있는 백석리를 아직까지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휴식처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때문이 아닐까?


이제 큰기러기떼는 어디로 갈 까? 사람도 내몰고 야생동물도 내모는 사업이 바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과연 1년 후 이 큰기러기떼들이 다시 백석리를 찾을 때 변해버린 백석리를 반가워하며 겨울을 나게 될까? 백석리섬은 이 큰기러기떼를 또 다시 반겨주는 섬이 되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