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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20100512. 국토해양부는 수달 서식지를 파괴했다.



4대강 공사의 산물인 공주보에서 수달이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수달 때문에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등 관계자 60여명이 공주보를 방문하여 브리핑을 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관련 오마이뉴스기사


나는 '수달'이 '엄청 중요한 동물'인지 오늘에서야 알았다. 사실 수달은 1982년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된 족제비과 포유류다. 뭐 다 좋다. 수달은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이고 멸종위기종이다. 천연기념물이고 멸종위기종이라는 것은 법적으로 보호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까지 나서서 수달이 공주보에 나타난 것을 두고 환호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떠들지 않겠는가?


그런데, 수달을 대하는 국토해양부의 태도가 언제부터 이렇게 우호적으로 바뀌었는지 의문이다. 국토해양부 뿐만이 아니라 환경부도 동일하다. 국토해양부가 수달에 대해 이렇게 신경을 쓰는 일은 우리 국토개발사에서 처음으로 있는 매우 획기적인 일인 듯 하다. 


국토해양부의 수달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과거의 사진을 한번 찾아보았다. 


국토해양부는 기억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정확히 2010년 5월 12일 여주 신륵사 정자 옆에서 벌어진 일이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분명히 수달 서식지로 표기된 지역에서 4대강 준설공사가 진행되었다. 당시 여주 신륵사를 중심으로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던 4대강 범대위 소속 환경운동가들이 당일 공사 강행 소식을 듣고 수달 서식지에 대한 보전을 요구했었지.. 그러나 너희들은 공사를 강행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그날 오후 5시경부터 무려 5시간이 넘는 대치동안 벌어진 일이다. 


2010년 5월 12일 아침 - 당일 공사 예정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우리는 아래 사진과 같이 수달 배설물을 확인하고, 해당 지점에 수달이 서식함을 공사관계자나 환경부에도 분명히 전달했다. 


여주 신륵사 옆에서 발견한 수달 배설물 흔적


그리고 그날 낮부터 현장의 환경운동가들은 현대건설을 비롯한 공사 관계자들과 대치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수달 서식지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보전 대책을 선행적으로 수립할 것으로 요구했고, 너희들은 공사 강행을 외쳤지. 말로만 공사 강행을 외친 것이 아니라 중장비를 동원해서 계속 가물막이 공사를 강행앴고, 환경운동가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몇장의 스티로폼과 판자를 이어붙여서 뗏목을 만들고 대치했던 상황이다. 


몇개의 스티로폼과 판자로 만든 뗏목. 마지막 저항지.. 저 바로 옆의 바위들에서 수달 배설물이 확인되었다.


사실 이 지역은 생물종 다양성 높은 지역이며, 수달 흔적이 종종 발견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및 환경부, 4대강 건설사들에게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지. 



수달 서식지 가물막이 공간의 뗏목에 올라선 녹색연합의 이선화 활동가 및 생태지평연구소의 김종겸 연구원. 20100512


지금에야 국토해양부 장관까지 나서서 그 '귀한' 수달을 모시기 위해 몸소 발걸음을 나서고 있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평토기(일병 불도저.bulldozoer), 그리고 입에 욕을 달고 살았던 건설사 및 하청업체 직원들.. 그리고 너희들의 친절한 친구 경찰이었지.. 




당시 대치는 밤 9시 넘어서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당신들은 바로 앞에 뗏목에 올라탄 사람이 있어도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지. 당시 당신들의 눈에는 사람의 안전문제도, 그리고 수달 서식지 보호라는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오직 공사 강행만을 주장했을 뿐이었다. 


남녀 2명의 환경운동를 앞에 두고서도 그들은 중장비를 그대로 전진시켰다.






중장비를 동원해 토사를 쏟아부어도 환경운동가들이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그 때부터 너희들은 정말 치졸한 일을 했지.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욕을 쏟아부으면서 물에 수장시키겠다고 위협하지 않았던가?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뗏목은 밀려나고 말었다.


결국 공사를 강행한 건설업체에 의해 뗏목은 부셔지고, 바위에 걸쳐앉은 상태로 마지막까지 버티던 여성 환경운동가는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리고 당신들은 아래 사진처럼 군사작전에나 사용하는 윤형철조망을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했지. 


윤형 철조망이 처진 공사 현장. 4대강 공사 현장에서는 일상적인 폭력과 욕설이 난무했다. 그것은 옛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지금의 현실이다.


물론 자연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하루 아침에 바뀔수도 있다. 어제까지 몰랐던 자연생태계의 가치를 오늘에서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에 대해 계속 탐구하고 자연의 흐름을 알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인간의 이해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상,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인지 범위는 지극히 작고 좁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 생태계의 바이탈사인을 접하면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인간의 오만함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 없이 작은 존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국토해양부의 수달을 대하는 요란한 태도에서는 그러한 인식의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4대강 공사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일때는 지극히 귀찮고 슬모없다는 인식으로 가득 찼던 인간들이, 낮 시간에 나타난 수달을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과거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과 성찰도 없이, 4대강 공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수달을 이용하는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 어제까지 수달 서식지 훼손에 머뭇거림이 없던 국토해양부가, 오늘은 갑자기 수달에 대해 환호한다? 정말 웃긴 일이다. 


최소한의 반성. 그것이 자연에 대한 예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단죄는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니다. 너희들은 속도전으로 공사를 치루었었지만, 그 단죄는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차분하면서도 조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진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