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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 우리 가족

사람이든 반려견이든 첫 교육이 중요하다.


오래만에 워시(시베리안 허스키. 수컷. 5살)랑 워리(아끼다. 수컷. 1살)를 보고 왔다. 사무실에서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아닌지라 잠시 경기도 안성 근처에 모셔져(!!) 있다. 워시는 모셔져 있고, 워리는 교육 받고 있는 중이다. 워시는 이제 5살이니 사람 나이로 치면 중년 인지라 교육 효과는 거의 없고, 워리는 1살이니 교육을 받기 적절한 나이다. 


오늘도 역시 워시는 난리가 났고, 워리는 먼 산너머 구름 보듯이 우리를 바라본다. 워시는 우리 안에서 아우성 치고, 빨리 놀러가자고 난리다. 


워시는 가족을 만나면 난리가 난다. '분리불안증'이 있어서, 항상 나와 안주인이 어디 가는지 항상 감시를 한다. 혹시라도 자기 근처에서 멀어지면, '자기만 놔두고 우리만 집에 돌아가는지?' 항상 감시한다. 워시가 어려서 자기 고향(지리산)을 떠나 내 곁으로 왔을 때, 난 침낭에 넣고 함께 잠을 잤다. 그리고 내가 순례때문에 몇개월 집을 비울때는 우리 안주인이 워시를 매일 차에 태우고 출퇴근을 했다. 그리고 내가 복귀한 다음에도 그런 생활은 오래 계속되었다. 어릴 때 기억 때문인지, 워시는 우리랑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정말 힘들어한다. 



반면에 워리(아끼다. 수컷. 1살)은 워시와는 정 반대 성격이다. 애는 세상사에 관심이 없다. 그냥 유일한 관심사는 '워시 형이랑 놀기' 정도 일 듯 하다. 우리가 워시랑 놀고 있으면, '왜 나는 같이 못 놀지?' 정도의 표정으로 물끄러미 볼 뿐이다. 나머지 세상사는 관심 없는 녀석이다.



워리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왔다. 워리는 어릴때부터 주인보다도 워시네 안주인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와도 워리 관심사는 '워시형 노는 꼴'이 궁금할 뿐이다. 


오랜만에 밖에 나왔다. 오늘은 도로로 나가지 않고, 훈련소 마당에서 놀았다. 워시랑 워리를 함께 마당에서 풀어놓고 자유롭게 놀았다. 


이제보니, 워시가 이제 털갈이를 할 때가 되었다. 허스키 종이 워낙에 털갈이를 심하게 한다. 봄과 가을에는 몸에서 나온 털로 이불을 만들수 있을 정도로 털갈이를 한다. 집에서 키울때는 정말 매일 청소기를 돌리면서 털을 갈아주어야 한다. 매일 밤마다 밖에 나가서 털갈이를 해주고 관리를 해야 한다. 털 고르기(그루밍. Grooming)은 사실 고역이기는 하지만, 견주와 견 간의 유대관계 형성에는 매우 좋은 일이다. ㅜㅜㅜ



오늘도 역시 워시와 워리는 난리가 났다. 동생 워리는 워시 형 괴롭히기(?!!) 하면서 신이 났고, 워시는 동생 워리 피하기 위해 바쁘다. 워리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고, 워시는 유독 워리에게 화를 잘 내지 않고 많이 참아주면서 잘 논다. 이제 보니 9개월 정도 된 워리가 어느 정도 자세가 나오고 체격도 우람해졌다. 30kg 정도 나가는 워시에 비해, 25kg 정도 되는 워리는 아직 작은 편이지만, 일견 보기에는 비슷해 보일 정도이다. 





(워시) 워리야. 잠깐 좀 쉬자. 나 힘들다. 

(워리) 워시형. 같이 놀아줘. 더 놀자.. 






(워시) 재 좀 떼어 내주세요. 저 멀리 좀 보내주세요. 격리시켜줘요. 저도 구해주세요. 

(워리) 같이 놀게 해주세요. 워시 형 더 놀자. 



워시는 놀고 싶기도 하고, 주인들 하고 같이 더 있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철 없는 워리는 여전히 다른 것은 별 관심 없다. 공을 팅겨도 별 관심 없고, 먹는 것도 별 관심 없다. 오직 워시만 관심 있을 뿐이다. 세상 모든 관심의 기준은 '워시'다. ㅎㅎㅎ


자 이제부터 쉬고 싶은 워시와 놀고 싶은 워리의 밀고 당기는 시간의 모습이다. 






결국 워시가 자리를 피한다. 워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안주인과 노는 시간인데, 워리가 계속 방해를 하니 결국 워시가 자리를 피한다. 피하고자 하는 워시와 잡고자 하는 워리의 저 처절한 모습!! 보는 우리는 즐겁다!!



우리는 황태머리를 간식으로 활용한다. 예전에는 일반 애견샾에서 파는 '뼈다귀'를 주었는데, 대부분 소가죽에 화학물질로 처리한 것이라서 별로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결국 대안적으로 찾은 것이 '황태머리'다.  황태를 통으로 사기에는 값이 굉장히 비싸지만, 국거리 용으로 나오는 황태머리는 1만원이면 머리 열몇개를 준다. 매우 경제적이고, 강아지들의 건강이나 치석관리에도 좋다. 


워시도 무지 황태머리를 좋아한다. 저것 먹을때 보니 무아지경이다. 눈을 지긋이 감아서 맛을 음미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큰 머리를 금새 먹어 치운다. 




이제 몇 시간을 잘 놀고 서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사람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고 헤어짐에는 민감하다. 일상(日常)이 일상이 아닌 상황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함께 있어야 함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日常)이었다면, 떨어지고 떠나야 하는 것은 일상이 아니다. 강아지들도 그렇다. 견주의 표정이나, 말투, 행동 하나 하나에 민감한 애들은 주인이 떠나야 할 시점을 잘 안다. 본능적으로 떨어지고 헤어져야 함을 너무 잘 안다. 그리고 그 때부터 표정이나 행동 하나 하나가 변한다. 그리고 그 슬픔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한다. 



워리는 저렇다. '너희들 가니? 그래! 난 신경쓰지 않을 거야. 난 고독하지 않다. 난 혼자서도 잘 지낸다. 이런 젠장!!' 아마 그런 심정의 표현인 듯 하다. 워리는 저 멀리 운동장 한 가운데서 신경도 쓰지 않고, 저 놀고 싶은대로 논다. 이제는 가까이 오라고 불러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 저 멀리 운동장 한 가운데서 그냥 지 하고 싶은대로 할 뿐이다. "난 괜찮아, 난 괜찮아".. 아마 그런 주문을 외고 있을 듯 한 모습이다. 



반면에 워시는 좀 다르다. 좀 유별나다. 



워시는 정말 민감한 아이다. 울고 불고 난리다. 담장에 매달려서 사람들 행동 하나 하나를 살핀다. 그리고 견주 중 한명이라도 멀리 가면 통곡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떨어지려면 이래 저래 노력을 해야 한다. 멀리 갔다가 자연스럽게 다시 오기도 하고, 워시 눈에 보이는 곳에서 워시를 지켜보면서 안심케 해야 한다. 하여간 워시랑 이별하려면 이래 저래 노력해야 한다. 



어느 정도 애들도 이별에 대한 마음 가짐이 준비 된 듯 한 모습이다. 이제는 애들 몰래 떠나면 된다. 다음번에 다시 온다고 이야기 하고, 조만간 다시 같이 집에서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잘 지내라고 말도 해주었다. 오늘은 몇 시간을 같이 놀았으니, 오늘은 충분히 놀았겠지 해서 떠날 준비를 하였고, 애들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된 듯 하다. 



ㅎㅎㅎ 하지만 그것은 우리만의 착각이었다. 안주인이 멀리 떠나는 것을 본 워시 재빨리 그 방향으로 행한다. 아직까지 워리는 세상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그냥 혼자 논다(!!). 급해진 것은 워시 혼자다. 워리는 뭔 일인지도 관심 없는 척 한다.



하지만, 워시의 통곡소리에 결국 워리도 담장으로 왔다. 말 없이 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안주인의 모습을 찾고 있다. 어리기는 어리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지만, 결국 자신의 가족을 곁에 두고 싶어한다. 다만 어린 녀석이 어른인 척 할 뿐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각인(imprinting) 학습 효과가 있다. 생활사 중 특정 기간 즉 임계기간(critical period) 중에 이루어지는 학습을 각인이라 한다. 각인에는 생물학적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 학습의 다 요소가 다 포함되어 있는데 임계기간에 각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생물학적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이며 실제 각인은 학습의 결과이다.

각인 효과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처음 학습의 중요성을 달리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각인 효과가 우선인지, 혹은 독재에 대한 각인 효과가 우선인지는 모르겠다. 요즘 박통이라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독재의 각인 효과가 우선이면  민주주의 개념은 그냥 머리통에 달린 장식품처럼 느껴지는 현상도 있는 듯 하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첫 교육이 중요하다. 반려견과 오래 같이 살려면, 어렵더라도 첫 교육이 중요하다. 사람도 사람다운 노릇을 하려면 첫 교육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