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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하늘과 사람은 한 이치. 그 하늘을 향한 기도 순례


<77일차(04.20) 순례 사진 및 신규 동영상 소식 http://cafe.daum.net/dhcpxnwl >

- 하늘과 사람은 한 이치. 그 하늘을 향한 기도 순례-


2009년 1월 20일. 3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용산참사의 아픔은 진행형이다.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리다 어느새 치켜든 권력자는 오늘도 어느 행사장에선가 국민을 위한다고 눈물을 흘린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에 가슴이 먹먹하다.

<유채꽃밭에서 시작된 하루 >
봄날을 알리는 노오란 유채꽃밭에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순례단.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앞서, 그동안 순례단에게 숙로를 제공하신 직산성당의 김홍식 신부님과 함께 아름다운 유채밭에서 사진을 남겼습니다.


유채꽃의 꽃말은 "풍요로움의 나날. 명랑, 쾌활"이라는데, 직산 성당에서 순례단이 머물렀던 하루 하루가 그렇게 풍요롭게 명랑하였고 쾌활한 순례였습니다.

어제까지 무더운 날들이 계속이었는데, 오늘은 비 소식이 있었습니다. 출발장소인 성환읍 부영아파트 인근 1번 국도에서 출발 준비를 하는 시간. 빗 방물이 내리기 시작하고 찬바람이 불더군요.
 

비 내리는 도로를 바로 보던 전종훈 신부님. 표정이 심사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로 옆 가로수와 배꽃이 비바람에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하루 순례길이 시작되었습니다.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계속되는 순례의 첫걸음입니다.


빗방울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고, 바람은 순례자의 몸을 흔들고, 지나는 차량이 굉음을 내던 하루였습니다. 오늘따라 유달리 화물을 가득 실은 트럭이 길을 내달리며 굉음을 내더 날인지라 세분 성직자와 참가자 모두 힘든 하루였습니다. 특히 차량 쪽에 위치한 전종훈 신부님 고역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1m도 떨어지지 않은 지점으로 육중한 트럭들은 내달리고, 최근 봄날 더위에 진을 빼신 신부님. 부쩍 힘겨워하시네요.


오늘처럼 비바람이 불어오는 날의 순례에 멀리 광주에서 오신 참가자가 계셨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끝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견제하여 서민의 기초생활권에 대해 문제를 없게 해야 하는 데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친 자본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문제를 지적하신 임태성(전남 광주) 님은 "모든 사고의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여 순례에 참여했다 합니다.


임 선생님은 "사람이 사람을 섬겨야 사람답게 사는 것인데... 결국 제 자신에게 달린 문제이다.”고 하신 후 “오체투지도 역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닐까.”라고 합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순례길에 휴식의 시간조차 힘이 듭니다. 도로변에 차량을 세워둔 상태로 비에 젓은 장갑이나 옷을 짜기 바쁩니다. 참가자들 역시 1회용 우비를 입고 빗물 고인 도로에 누운지라 젓은 몸은 바람에 사시나무 떨듯 떨립니다. 하지만 누구하나 얼굴 찡그림이 없습니다.

광주가 지금의 순례길에서 조금 멀다면, 더 멀리에서 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호주 시드니에서 오신 임진삼 선생님은 호주 교포로서 자제분들과 한국에 왔다가 오체투지에 참여하였습니다. 평소 불교환경연대 회원이고 메일로 계속 활동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합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고 "아이들(아들 16세 eco, 딸 14세 dal)과 함께 꼭 참여하고 싶어 왔다.”고 하시고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 대한 체험, 인류생명과 환경운동의 중요성, 그리고 인성 함양을 키워주고 싶어 오체투지에 참여했다.”고 하십니다. “호주에 지난 20년 동안을 살았다. 그렇게 살다보니 모국에 대한 애정이 많다. 그래도 아직 한국에 오면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하곤 한다.”고 하시고 “우리나라 국회의 모습을 보면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토론문화, 선거문화 등에서 보듯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진전이 더 되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 하셨습니다.


임선생님은 오후 일정 구간을 진행하신 이후, “오늘은 일정이 있어서 며칠 후에 다시 방문하겠다. 아이들은 아직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깊이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이러한 경험이 훗날 좋은 추억으로 되새길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하십니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세우며>
오후 순례 내내 빗줄기는 더 거세지기만 했습니다. 비가 오는 순례길은 지난번에 소식을 전한 바와 같이 지나는 차량의 소음도 커지는 등 순례길이 불편합니다. 한 구간 휴식마다 온 몸에 배인 빗물을 짜내야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은 떨리기만 합니다. 하지만, 오늘 비는 농민들 마음을 달래는 비소식이 될 것입니다.


내내 가물었던 대지에 생명수와 같은 빗줄기가 내리면, 이 비를 따라 봄철 생기가 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지는 갈라지고 나뭇가지 흔들리지 않아, 마음 아파하던 농민의 시름이 이번 비로 조금이나마 해갈되었을 것입니다.

비바람이 부는 길가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순례를 생각해 봅니다. 사실 오늘처럼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은 되새겨보면 생명을 주는 날입니다. 1년 내내 햇살 가득한 상황보다는 때가 되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계절의 순리가 생명을 만들어줍니다. 그처럼 우리 사회도 더 많은 시련과 고통이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바를 새롭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지금과 상황은 다르지만, 예전에 정조 임금은 때가 아닌 시기에 천변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자신의 행동이 하늘의 아름다움에 보답하고 아래로 인심에 맞는 것이 없었다고 평가했다죠. 그리고 하늘과 사람은 한 이치이며, 낮은 백성들의 말을 듣는 하늘이 재변을 내려 자신을 깨우치기에, 재변을 내리는 방도도 자신의 마음속에 달려 있다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하늘의 경고에 답하기 위해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고 반찬수를 줄이라 하고, 임금과 정사의 잘잘못을 조목별로 전달하라 했다 합니다.


시대의 상황과 조건은 다르지만, 하늘과 사람이 한 이치이기에, 낮은 백성의 말을 듣는 하늘. 그 하늘에서 모든 것이 출발하고 모든 것이 만들어집니다. 그 하늘을 향하고 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기도 순례. 그 길은 오늘도 계속되었습니다.

오늘 순례단은 성환읍내를 지나 1번 국도 과적검문소에서 하루 일정을 무사히 종료하여습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용산참사의 의미는 목숨을 걸고 희생 한다는 것, 결국 하나의 희망을 위한 선택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강서 신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시대의 참사인 용산 참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되며, 이 길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내리던 비도 미사를 앞두고 멈추기 시작하였고, 어둠이 내린 성환성당의 마당에는 미사를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성환성당의 신자들과 시민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들 모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나 오체투지 순례단을 처음 뵙는 분들이지만, 모두 환한 미소로 사제단과 순례단을 반겼습니다.


오늘 미사는 서울 신월동 주임신부이신 나승구 신부님의 주례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미사는 각지에서 오신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 자리를 함게 하였습니다. 오늘 강론을 맡으신 신부님은 천주교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이신 이강석 신부님입니다. 이 신부님은 강론을 통해 "용산 참사를 겪은 사람들과 가족들이 사실 부활의 기쁜 소식을 들어야 할 손님인데 아직 듣지 못하고 있다. 참사를 겪은 사람들이 방치되어 있고, 우리사회는 희망 없이 역주행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시며, "선택과 포기는 같은 말이다다.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것을 포기하기 때문이고, 포기를 하려면 마찬가지로 무엇을 선택하기 때문이다다. 용산참사의 의미는 목숨을 걸고 희생 한다는 것, 결국 하나의 희망을 위한 선택이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오체투지 순례와 관련하여, "성직자들이 기어서 간다. 이안에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이 있다고 외치고 있다."면서, "사람의 길은 사람답지 않은 길을 포기할 때 사람다운 길을 가는 것이다. 생명의 길은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것들 포기할 때 갈 수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3달 전 발생한 용산참사는 '서민의 삶을 파괴하는 개발정책'과 '공권력의 폭력에 의존하는 권력유지'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은 참사입니다. 이 참사앞에 '정당한 법 집행' 운운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입니다. 이러한 말 자체가 우리 사회의 권력이 가지는 야만성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이 신부님은 "용산 참사, 오체투지의 길은 절대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보잘 것 없이 보일지라고 마음속의 꽃으로 하느님이 섭리하시는 것이다. 부활도 먼저 깨져야 합니다. 부서진 사람들처럼 한번 깨져야 한다. 오체투지 순례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명을 일으키고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며 말씀을 정리하였습니다.


봉헌성가와 성체예식, 성체성가와 묵상을 진행한 미사 마지막 시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님에 의해 사제단의 함세웅 신부님과 안승길 신부님을 비롯한 원로신부님들과 오체투지 순례단이 소개되었습니다.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분들과 시민들이 순례단을 큰 박수로 반겼으며, 김인국 신부님은 순례단의 여정이 무탈하게 회향할 수 있도록 신자들의 기도를 요청하며 미사를 종료하였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조영훈(경기 남양주) / 임태성(전남 광주) / 조세종, 김계숙(대전) / 김찬순 외 7명(화계사 합창단) / 나승구신부 외 1명(신월동 성당 서울) / 아람이 아빠(5.18아람동지회) / 김선자 / 안승길 신부(부론성당 원주) / 그리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과 사제단의 미사에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4월 22일(수) : 휴식
● 4월 23일(목) : 천안시 성환읍 봉성홍경 사적비(시작)-평택시 유천1동 사거리(종료)
● 4월 24일(금) : 평택시 유천1동 사거리(시작)-평택시 비전1동 현대 자동차(종료)
● 4월 25일(토) : 평택시 비전1동 현대 자동차(시작)-평택시 지제동 양평 해장국(종료)
● 4월 26일(일) : 평택시 지제동 양평 해장국(시작)-평택시 중앙동 S오일(종료)
● 4월 27일(월) : 평택시 중앙동 S오일(시작)-평택시 진위면 비행장 사거리 300m 앞(종료)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정낙사(안성), 화계사, 성환 성당 등이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20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