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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제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라'는 꼬마의 기도

* 공지 : 2009년 순례 회향 행사 : 6월 6일(토) 오후 2시 임진각 망배단

<118일차(05.31) 사진 및 동영상 http://cafe.daum.net/dhcpxnwl >

- '제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라'는 꼬마의 기도 -


따스한 햇살과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 작은 나무 그늘에 안식을 얻었고, 함께 희망을 찾고자 하는 수많은 마음을 만나 함께 나누며 기도의 순례길을 걸어왔습니다. 오늘도 순례길은 때로는 자벌레처럼 때로는 지렁이처럼 때로는 꼬마아이처럼 낮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 속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찾아봅니다.

<세살 먹은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
7살의 동생은 가방을 실은 유모차를 밀며 순례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13살의 언니는 그 뒤를 따르며 조용히 반배를 합니다. 동생이 힘겨우면 유모차를 대신 끌면서도 기도를 하고, 더 힘겨워하면 유모차에 동생을 태워 밀면서 반배의 기도를 합니다. 다시 동생이 깨어나 유모차를 밀면 언니는 엄마 아빠를 따라 대지에 몸을 낮추어 기도를 합니다. 기도의 내용이 무엇인지 묻지 않아도, 다만 그 발랄한 모습 그대로 정겹기만 하고 고맙고 감사할 따릅니다.


5살이나 되었을 꼬마 하나는 휴식 시간에는 어른 따라 나선 철없는 꼬마였지만, 기도 순례길을 나선 어른들을 바라보다 자신의 몸을 반이나 가리는 밀짚모자를 쓰고 절을 합니다. 그 모습 그대로 경건합니다. 머리를 조아려 몸을 낮추고 이마를 대지에 맞추며 열심히 절을 모습에서, 그 시간만큼은 '제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라'는 가르침을 주는 작은 체구의 큰 어른입니다.


엄마 따란 나선 꼬마는 어른들 따라 반배를 하며 길을 함께 가다가도, 길 옆 작은 풀들에 관심이 있는지 한참을 바라봅니다. 그것도 잠시 다시 반배를 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엄마 따라 대지에 몸을 내려놓습니다. 하루 순례가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일은 참가하지 못한다'는 엄마 말에 '자기 혼자라도 참가할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이 어른스럽기만 합니다.
 

'세살 먹은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우리 속담처럼 아이들은 어른들의 영원한 스승인 듯 합니다. 밝은 미소와 발랄함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면서도 어른들처럼 계산할 줄 모르는 모습에 오히려 어른들이 배워갑니다. 이 아이들에게 '우등생과 열등생이라는 혹은 성적순 서열과 같은 등급화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중요성, 자연의 장엄함과 소중함, 평화의 가치, 그리고 무엇보다 옆 사람을 바라보고 이야기 할 줄 낮은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시대의 역할 일 것입니다.

<파주삼릉 입구에서>
아침햇살이 따스하게 내리고, 시원한 바람이 막힘없이 산모퉁이를 돌아 나옵니다. 그리고 모내기를 한 논에는 백로 한 마리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 직업과 나이, 지역의 차이를 떠나 몸을 낮추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낮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례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118일차에 이르렀고, 어느새 남아있는 길은 채 1주일에 불과합니다. 지리산 노고단을 떠나면서 언제 길을 가야 할지 막막하였고, 누군가의 말마따나 '이러다 탈나지' 하는 우려 속에서도,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격려와 연대의 마음속에서 어느새 순례길은 임진각 망배단을 향하고 있습니다.

파주 삼릉입구에서 출발한 118일차 여정. 일요일의 도로는 매우 한산하였고, 덕분에 길을 떠나는 순례자들은 모처럼 여유(?) 있게 길을 갑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차량에도 내 몸을 대지에 낮추었을 때, '한없이 편안한 마음'이었기에 차량이 많고 적음이 차이 없고,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길을 만드는 여정이기에 그 마음조차 내려놓고 길을 갑니다.


서울에서 오신 안언수씨는 “자신을 낮춤으로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오체투지의 순례의 뜻에 공감하였다”고 하시고, “전직 대통령이 죽음으로 내 몰려야 하는 현실에 두려움이 든다. 하지만 현 정부에 대한 미움의 차원을 떠나, 보다 넓은 안목으로 바라보려는 마음을 가지고 싶어 왔다”고 합니다. 안 선생님은 “사람들이 사람, 생명, 평화에 대한 가치를 공감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또 타인에게 고통과 아픔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십니다.


시원한 바람과 햇살의 응원을 받아, 조리읍을 통과한 순례단. 문산 방면으로 향하는 봉일천 사거리에 도착하여 점심 휴식을 가졌습니다.

<차량 사고에 놀라고, 판문점 이정표에 반갑고>
점심시간. 모두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던 순간에 차량 사고가 있었습니다. 도로변 공터에서 휴식을 취하던 순례단을 찾은 참가자의 차량이 순례단 방향으로 회전하던 순간, 뒤에서 진행하던 차량이 참가자의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추돌하는 사고였습니다. 휴식을 취하던 순례단과 참가자들 모두 놀랄 뿐이었습니다.

사고 차량이 견인되고 탑승한 가족들은 순례단이 아니라 병원으로 급히 달려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순례단 모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참가자 가족들은 오후 순례가 마무리될 즈음 무사한 모습으로 다시 순례단을 방문하였습니다. 사고 와중에도 순례단을 찾아 무탈하다는 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리읍에서 문산으로 향하는 길. 진행팀원으로 차량 안내를 하던 아들은 몸을 낮추어 길을 가는 부모님을 찾고,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온 유학생 아들을 진행팀에 추천한 부모님은 아들을 찾습니다. 잠깐의 휴식 시간에 서로 환한 미소를 나누고 다시 기도 순례의 길을 갈 뿐입니다. 낮아져야 더 많은 세상을 볼 수 있으며, 낮아져야 더 많은 생명의 소리를 들을수 있다는 것을 서로 알기 때문입니다.


정겨운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도 보이지만, '세상의 비보'에 분노하는 마음을 다스리려는 마음도 있습니다. '절대 권력의 독재가 심하지만, 이 길에서 사람 사는 모토(motto)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안언수)'는 말씀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보에 두 달 동안 찾았던 평화가 일주일 만에 깨졌고,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지만, 남은 일정이라도 평화의 마음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이시희 이경민)'고 합니다.

한편 순례단이 지나는 파주지역의 참가자 김선아 님은 “처음 참여하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역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고 하시고 “아스팔트 위에 엎드릴 때 나무그늘의 시원함을 느꼈고, 때론 햇빛의 뜨거움도 느껴지는데 서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김 선생님은 “자본주의의 공격적인 물질주의에 대한 대안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실 냉혹한 권력을 가진 정치적 주체들을 반대 세력이 바꾸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자기 자신이 변화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생각에 그 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변화해야 한다. 스스로 마음을 굳건히 하고 변화하려고 발버둥 쳐야 한다”고 강조하시고 “또 스스로에게 끝임 없는 질문과 대답을 던지며 살아야 하며, 항상 염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오후 순례길에 판문점 이정표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새 여기까지 왔구나 하면서 놀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오늘은 아이들의 환한 미소와 함께 많은 분들이 함께 길을 만들어 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참여한 분도 있었고, 화계사 신도들처럼 함께 참석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와 참가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함께 길에서 길을 만들어 가는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모습이 좋습니다. 화계사에서 오신 법산 님은 “사람, 생명, 평화는 누구나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국민들이 화합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슬픔인데,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진 사람들과 기득권층에 의한 국민 분열이 한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의식이 사라진 20:80의 사회는 우리의 대안이 아닙니다. 홀로 세상에 존재할 수 없듯이, 우리 사회 공동체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연대의식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선한 의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입니다.


미군부대 P.X판매점이 있었던 과거로 인해 지금도 PX마을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는 파주시 금촌1동에 도착한 순례단. 하루 일정을 무탈하게 종료하였습니다.


오늘도 순례길은 때로는 자벌레처럼 때로는 지렁이처럼 때로는 꼬마아이처럼 낮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냉혹한 절대 권력을 이길 방법은 없지만 최소한 그것에 굴복하지 않을 나를 찾고 변화시키는 길이기에, 길을 걸으며 약하고 여린 생명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세상의 아픔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나누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사람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희망을 찾겠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김세열(서울) / 지혜성(도선사) / 김선아 외 2명(파주) / 이경민, 이시희(대전) / 김호영(안산) / 하진홍(파주) / 안언수(서울) / 박종무 외 3명(서울) / 김세열(서울) / 이선진(순천) / 최지호(의정부) / 청심 스님 외 50명(화계사 어린이회) / 수선회, 청년회 30명(화계사) / 유영진 외 1명(의왕) 등이 함께 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6월 01일(월) : 파주시 PK 마을 앞 - 영태 오리마을 회관 - 월농면 농협 인근
● 6월 02일(화) : 휴식
● 6월 03일(수) : 월롱 농협200m 지나서 - 파주역 - 현대오일뱅크 앞
● 6월 04일(목) : 현대오일뱅크 앞 - 통일공원 - 여우고개사거리 200m 전방 부근
● 6월 05일(금) : 여우고개사거리 200m 전 - 운천역 - 임진강역 500m 전(운천교 부근)
● 6월 06일(토) : 임진강역 500m 전(운천교 부근) - 임진각 망배단 - 2009년 마무리 회향행사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유영진(의왕), 안언수(서울), (일산동 성당), 일산동 성당 등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5. 31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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