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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정종환 전 장관과 가시박. 4대강 보도에서 무엇이 더 중요했을까?

얼마전 마무리 된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였던 옛(?) 공직자들의 행동이 참 화려하다. 여러 사람이 증인 및 참고인 등으로 국회 상임위에 출석하여, 제 각각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늘어 놓았는데, 특히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의 행보가 눈에 뛴다. 그러나 정종환 전 장관이 국토해양위원회 등에 출석한 것은 뭐 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닌 듯 하다. 그리고 11월 1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역시 증인으로 출석한 것 역시 별로 중요치 않을 듯 하다. 


다만 정종환 장관이 출석한 11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반 증인으로 참석하여, 4대강 사업과 운하 사업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대서특필(?)한 특정 언론이 눈에 띈다. 아무도 장황히 보도하지 않던 정종환 전 장관의 발언이 소상히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보자면 정종환 전 장관의 행보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정종환 전 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는 '아시아투데이'라는 언론매체가 눈에 뛴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 듯 하다.


 4대강 관련 주요 기사 (구글 알리미. 2013. 11. 4 기준)

1. 제목 : 시행령으로 4대강 예비조사 피하고 무상보육 지원도 줄이고(한겨레)

-  행정부가 '법 위의 시행령'을 만들어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행정부의 수반이기도 한 대통령이 국회의 눈길을 피해 정권 입맛...


2. [2013국감] 수공 4대강 8조원 부채, 'MB정부'에 청구해야(아시아경제)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후덕 민주당(경기도 파주 갑) 의원은 24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 때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을 속이고 4대강 사업을 대운하


3. 정종환 전 장관, 4대강 사업, 대운하 여부 논쟁에 명쾌 답변* 4대강 사업(아시아투데이)

- 여야는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전제로 추진됐다는 3차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치열한 ...


4. 정종환 전 장관, 4대강 의원 질문 무색케 한 논리적 답변(아시아투데이)

-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일반증인으로 자리한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때로는 4대강 사업을 담당했던 ...


5. 정종환 전 장관의 반격, “4대강, 대운하 염두에 두지 않았다”(아시아투데이)

-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 ...


6. 생태계 교란종 가시박, 4대강에 터 잡아 '제거해도 끝이 없다"(티브이데일리)

-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인 가시박이 4대강 공사 지역 인근에 터를 ... 소속의 4대강유역환경청과 3개지방환경청은 4대강 사업 후 늘어난 가시박 등을 ..


7. 태국에도 피해를 주는 수자원공사가 부끄럽다(오마이뉴스)

-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가(이하 김교수) 국민을 속인 사업, 4대강사업의 후유증과 해결방안 이라는 주제의 강연으로 시작되었다. 김 교수는 실제 4대강 ...


8. [경향으로 보는 '그때']1988년 10월 16년 만에 부활된 국감(경향신문)

- 'MB, “4대강, 실수 있어도 문책 않겠다” 약속'(10월14일), '공약 파기 집중 추궁 '박근혜 국감' '(10월15일), “기초연금 '국민연금 연계', 연금위원 모두 반대했다”(10월16 ..)


일단 2013년 11월 4일(월) 기준 구글알리미에서 보내온 4대강 관련 기사들을 한번 살펴보자. 사실 주말에는 4대강 관련 소식이 그리 많지 않은데, 하여간 이날 4대강 관련 기사 중에는 눈에 확 뛰는 기사 하나가 있다. 이번 MBC 뉴스에는 '4대강 뒤덮은 가시박 덩굴'이라는 한 꼭지로 보도된 내용인데, 보도 당시에는 정보를 제공한 의원실이 나오지 않아 MBC 단독보도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출처가 환경노동위원회의 민주당 은수미 의원실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중요한 내용으로 예전에도 지적된 바 있으나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부분이다. 예전에 '썩은 국토를 만드는 사람들(경향신문. 2012년 8월 22일. 고려대 강병화 환경생태공학부 명예교수) '라는 기고로 경향신문에 게재되었던 내용이다. 또한 2013년 10월 8일 한겨레신문에서 '나무를 죽이는 풀…전국 하천에 '덩굴 대란(조홍섭 기자)'로 다루어졌던 내용이다. 이러한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우려는 4대강 사업 준공 이후에는 4대강 주변 둔치가 가시박과 망초 등으로 인해 말 그대로 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조금 시간을 내어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인공공원을 가보면 온통 세상이 망초뿐이라는 사실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을 뿐이다. 오히려 이걸 이제 누구 돈으로 관리해야 하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보도된 내용은 생태계 교란 외래종인 가시박이 4대강 전역에서 확산되어 중부 관계부처가 골머미를 앓고 있다는 내용이다. 가시박은 원산지가 북미로 박과 1년생 식물이다. 이 가시박은 일본 자료를 살펴보면 특별한 방제 방법은 없고, 자라기 전에 뽑아고 하고, 종자가 달리기 전에 뽑고, 6~9월 중 께속 방제를 해야 하는 것으로 나온다. 뭐 특별한 방법은 없고 계속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가시박이 4대강 처럼 하천변 둔치를 뒤엎은 곳, 평탄하고 일조량이 충분하고, 하천 최대홍수위 90% 지점에서 부터 잘 자란다는 것이다. 그동안 4대강 주변의 지형이 워낙 다양하였던 반면, 4대강 이후에는 말 그대로 평탄화 시키면서 가시박 등 생태계 교란종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 것이다.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진행한 4대강 사업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간 이런 중요한 내용이 발표되었지만, 눈에 뛰는 한 언론은 정종환 전 장관의 4대강 궤변을 동의하는 듯 한 기사를 내 보냈는데, 제목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종환 전 장관, 4대강 사업, 대운하 여부 논쟁에 명쾌 답변', '정종환 전 장관, 4대강 의원 질문 무색케 한 논리적 답변', '정종환 전 장관의 반격, “4대강, 대운하 염두에 두지 않았다”' 대단한 기사 제목 뽑기인지, 혹은 기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판단인지는 의문이다. 혹은 기자의 실력이 아니라 데스크의 제목뽑기 신공인지 하여간 헷갈린다. 이 기사들은 모두 아시아투데이라는 언론매체 기사에 실린 제목들이다. 아시아투데이라는 언론이 언제 생긴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4대강 사업에 대한 대단한 동의입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얼마전 4대강 관련한 보전 활동을 진행한 다른 동료로부터 정종환 전 장관이 아시아투데이에 근무한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다. 그동안 별 소식이 아니어서 잊고 있었는데, 오늘 기사를 보면서 관련 회사소개를 들어가 보았다. 


역시 회사소개 매뉴에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부회장으로 소개되어 있다. 연결되는 부분이다. 자사의 부회장이 4대강 관련 내용의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참가하는 수고를 보였으니, 기자 및 데스크 등 해당 언론사에서 적극 대응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앞장 선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점차 커지고 있음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종환 전 장관이 아시아투데이라는 언론사에 임원으로 갔는지 혹은 생계형 취업을 하였는지 등 이유에 대해서는 별 관심없다. 


정론직필(正論直筆 .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 혹은 '펜은 칼보다는 강하다'는 말로 언론이 가져야 할 책무를 다시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요즘처럼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원칙이니 가치니 혹은 신념이니 떠 들어보아야 그렇게 '기자 노릇'하는 기자 분들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록이 사라지면 진실이 사라지고 역사도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국정감사 자기 변명을 한 것과 '가시박 등 외래종에 의한 국토 생태계의 인위적 교란'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기사였을까? 


언론의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수준. 많이 아쉬운 대목이다. 언론이 변하면 세상은 바로 설 수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 사회적 합의수준이 변할 수 있다.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는 것이 점점 없어지는 사회. 그 속에서 언론의 제 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