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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아직도 남은 4년. 모두들 힘내세요


<87일차(04.30) 사진 및 동영상 http://cafe.daum.net/dhcpxnwl >

- 아직도 남은 4년. 모두들 힘내세요 -


`아직`에 절망할 때 / `이미`를 보아 /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 하루하루 성실하게 몸으로 생활로 / 내가 먼저 좋은 세상을 살아내는 / 정말 닮고 싶은 좋은 사람 / 푸른 희망의 사람이어야 해(박노해 시인. 아직과 이미 사이)

<삼보일배. 그 길을 기억하며>
86일차의 순례길. 오늘 오랜만에 외부 참가자 없이 순례단만 조용히 출발하였습니다. 순례단이 길가에 모이니 인근 주민들은 무슨 일인가 하여 바라보고, 농민들은 한 없이 부지런한 손길로 밭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작업에 한창이었습니다. 아침 출발 시간, 세분 성직자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 오전 지나는 길에 화제는 '2003년 삼보일배' 순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지나는 길이 과거에 삼보일배 순례 당시에 지난 길이었음에도, 없던 아파트 높이 솟아오르고, 논밭은 사라지고 상가가 들어서는 등 과거와는 천양지차로 변하였다 합니다. 수경스님은 '도로는 넓어지고, 차량이 분주히 다니기에 간혹 나타나는 전철역과 하천만 기억나고 나머지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문규현 신부님은 모두 기억난다 하시면서, 점심 먹은 장소와 휴식을 취하던 장소를 말씀해주시네요. 새만금 간척사업과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던 시기에 진행된 삼보일배. 우리 사회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작은 씨앗이 아직도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오전 순례에 함께 참여하신 평택 청년회의 송점수 선생님은 “평택은 사실 미국, 중국, 일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아직 남아 있고, 상하이 차의 쌍용자동차 인수 후 부도, 법정관리 문제, 일본기업 동우화인켐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산재해 있다”고 합니다. 지역의 문제가 이미 세계 질서와 밀접하게 연관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의 평화 역시 세계 평화와 떨어질 수 없는 문제인 듯 합니다.

<저게 전투기요?>
오늘 오전 순례단은 오산 비행장 인근 1번 국도를 지났습니다. 잠깐의 휴식 시간. 하늘을 찢어버릴 듯 굉음이 허공을 가르더니 이내 비행기 하나 머리위로 지나갑니다. 오산 비행장은 실제로는 경기도 평택시 송탄동에 위치하는데, 주한미군이 관할하는 공군기지입니다. 태평양 지역 최대의 공군기지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죠. 그래서인지 오늘 오전 비행장 인근을 지날 때 미군 차량이 많이 보이더군요.


그 오산비행장에서 떠 오른 비행기 하나를 바라보던 순례단. 정수리 위로 떠오른 비행기를 유심히 바라보던 진행팀 중 한명이 심각한 얼굴로 '저게 전투기인가요?'라는 질문을 하던군요. 순간 그 소리를 들은 순례자들 웃음이 번졌습니다. '아니 전투기가 저렇게 커?'라는 이야기에서부터, '너 비행기 못타봤지?'라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나 나오면서 웃음이 번졌습니다.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가 어떤 종류인지 아는 것이 사실 중요치는 않습니다. 특히 전쟁과 관련한 무기를 잘 안다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전쟁무기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 아이에게 평화의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 점심시간 내내 귀가 따갑도록 비행기 굉음을 듣고 헬기를 보았던 순례자들. 지역 주민들의 마음에도 비행기 그림자와 굉음이 아니라 평화의 소리 햇살이 퍼지기를 기원합니다.

<여기는 오산. 서울까지 63km>
오전 일정이 마무리 될 무렵. 순례자들의 안전을 위해 차량을 통제하는 진행팀들이 눈이 커졌습니다. 차량이 분주히 다니는 진위천교 전방. 잠시 쉬는 시간에 전종훈 신부님이 전방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무슨 일인가 하여 함께 그곳을 보던 사람들 역시 눈길이 고정됩니다. 다리 위의 작은 녹색 간판. 그 간판에 '서울'이라는 단어가 보였습니다. 서울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반가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군요.


'2008년 순례'부터 86일차, 2009년 순례부터는 33일차에 해당하는 오늘. 처음으로 서울까지 구체적인 거리를 알리는 간판을 만난 것입니다. 간판을 한참 응시하던 전종훈 신부님, '이제 반 왔네. 열심히 가야겠다'고 혼잣말을 하시더군요. 얼추 생각해보니, 임진각까지의 일정에서 대략 절반에 조금 못 미친 거리를 왔더군요.


지나온 길이 있기에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있고, 그 길을 함께 만들었던 수많은 생명과 평화의 마음이 순례단에 오롯이 새겨져 있기에, 순례단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정진의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오산시 초입에 도착한 순례단>
진위천교 다리 밑에서 식사와 휴식을 취한 순례단. 비행기 소리를 점심 내내 들었더니 몸이 무거워졌습니다. 특히 여기부터는 차선이 하나 줄어들어, 순례단 옆으로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져서 더 조바심이 납니다.

오늘 오후 순례길에는 다양한 분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기독교환경연대'의 양재성 목사님은 “오체투지를 해보니 힘들다. 생명이 이 시대의 주인인데 돈과 권력이라는 가치가 우리의 생명을 파괴하고 있다. 세분께서는 기도와 성찰로 이 시대 뒤 바뀐 가치를 바로 세우고, 결국 인류와 자연 모두가 함께 공존하기 위한 하나의 호소를 하신다”고 하십니다.


양 목사님은 "그간 종교환경회의 차원에서 운하를 저지하기 위해 가평성당과 부평역에서 신부님과 목사님들이 릴레이 단식기도를 진행했다. 정부는 여전히 소통을 거부하며, 비단 운하문제뿐만 아니라 총체적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정책과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실용이라는 미명아래 사회는 갈등과 대립으로 꽁꽁 얼어붙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하고, “사람은 혼자 살수 없듯이 서로의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사는 것이 사람의 길이기에, 성직자들께서 가시는 진실과 진리의 길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의 진호스님은 “처음에는 누구를 위해 하실까? 생각을 했다.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음의 희비가 교차된다.”고 하시고 “오체투지는 자연 우주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여전히 소통의 부재다"고 안타가움을 표하였습니다.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사무처장이신 김규봉 신부님은 엎드려보니, "인간이 만든 자취, 흔적들이 역하게 느껴진다"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다른 생명들을 우리를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 의식이 근본적으로 문제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여기 논두렁에 뿌려진 제초제가 대표적 사례. 자기가 안 먹으니까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농민이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 먹을거리가 건강해지고 땅도 살아 날 것이다. 더 많은 조류들, 지렁이, 미생물 등이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오전에 웃으면 출발하였지만, 오후길로 접어드니 세분 성직자들은 많이 힘드신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2일의 휴식을 가졌지만 계속되는 피로 누적에 많이 힘겨워 하십니다. 특히 수경스님의 무릎 상황이 걱정입니다. 다른 분들도 쉴 때마다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노력합니다. 날이 더워지니 부쩍 힘겨워들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줄어든 차선은 그동안 잠시 잊고 있던 도로의 속도를 다시금 충분히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까지 63km, 그리고 그 이후에 임진각까지. 순례단이 가야 할 거리는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이미 새로운 평화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의 마음에 담겨져 있는 생명과 평화의 기운을 소중히 키워나가는 순례가 되겠습니다.


오늘 순례는 무사히 평택시와 오산시 경계에 도착하였습니다. 순례단은 도심지에 인접할수록 출근 차량이 많아지기에 내일부터는 아침 출발시간을 9시로 조정할 예정입니다.

<아직과 이미 사이..>
박노해 시인은 '아직도 오지 않은 좋은 세상'속에서, 앞으로 불현듯 올 좋은 세상을 '이미'라는 마음으로 내 안에서 기다리는 것을 노래 합니다. '아직도 오지 않은 좋은 세상'과 '이미 다가온 세상'의 차이는, 우리 스스로의 '아직'과 '이미'가 아득하게 먼 차이가 있으면 동시에 함께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MB 정부 1년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남은 4년 힘내자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좋은 세상'을 세상을 밝히었던 수많은 촛불이 눈물로 변할지라도, 촛불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고 우리 스스로를 자신을 밝히고 있습니다. 세상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지만, '이미 ' 내 자신을 사회의 주인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좋은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생명의 존엄성이 가벼이 여겨지지 않는 세상. 평화의 가치가 무엇보다 우선하는 세상. 그것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이미'로 바꾸려는 노력이 내 안에 계속 존재할 때. '이미 좋은 세상'은 계속 커져갈 것입니다.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오늘도 순례단은 우리를 품은 대지에 몸을 눕히며, 그 길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송점수(평택청년회) / 최지호(의정부) / 유정섭 외 1명(인천 평통사) / 김중행(불교환경연대) /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연대) / 진오 스님, 마가 스님, 동출 스님(청정승가를위한대중결사) / 마가 스님 외 2명(만일사) / 김규봉 신부(천주교창조보전연대) 등이 함께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5월 01일(금) : 가곡리 롯데제과앞 - 오산시 오산동 gs칼텍스앞
● 5월 02일(토) : 오산시 오산동 gs칼텍스앞 - 외삼미동 능골입구
● 5월 03일(일) : 외삼미동 능골입구 - 병점초교앞
● 5월 04일(월) : 병점초교앞 - 수원시 권선동 비행장삼거리
● 5월 05일(화) : 휴식
● 5월 06일(수) : 구간조정일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노원호(송탄), 만일사, 갈곶성당, 성베드로의 집(안성)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30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