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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스스로 빛이고자 하였던 국민을 향한 희망의 기도는 계속 됩니다


<123일차(06.05) 사진 및 동영상 http://cafe.daum.net/dhcpxnwl >


- 스스로 빛이고자 하였던 국민을 향한 희망의 기도는 계속 됩니다 -


123일째의 일정을 마치고 하루 남은 남녘땅의 순례길. 이 길에서 순례단은 수많은 마음의 빛을 만났습니다. 스스로 세상의 빛이고자 노력하였던 분들에게 은혜를 받았고,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지나온 길에서 주셨던 그 감동을 잊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스스로 ‘답게’ 살며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지심어린 기도를 계속하겠습니다.

<생명의 눈으로 평화의 마음으로 사람의 길을 찾아서>
오늘로 123일째의 순례가 계속되었습니다. 이제 남녘에서의 마무리 회향행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내일은 마지막 구간의 순례를 진행하고 회향행사를 하면 순례단 소식을 전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되돌아보면 지난 2년간 120여일은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고 하루 하루가 새로운 날들이었습니다.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하여 계룡산 신원사를 거쳐 이곳 임진각에 이르는 동안, 하루 하루 매일 같이 새롭게 참여하시는 순례자들로 인해 우리 시대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함께 나누었던 날들이었고, 우리 시대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받은 날들이었습니다. 순례단은 그 속에서 나를 낮추어 세상을 바로보고 나의 내면을 내밀이 되돌아보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세상, 평화의 가치가 공존하는 세상을 찾아 길을 걸어왔을 뿐입니다.

또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오체투지 순례길을 만든 주인공은 하루 하루 일상을 살아가며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수많은 국민이었습니다. 그리고 순례길을 함께 만들어 간 햇살과 바람과 비의 조화였습니다. 매일 같이 들려오는 우리 사회의 가슴 아픈 소식은 순례단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있었고, 공존과 상생의 이치를 포기한 세상에서도 순간 순간 경외로운 모습을 보여준 시민들과 자연은 그 자체로 순례단의 스승이었습니다.


그러나 순례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도 우리 사회의 모습은 순례단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에 역행하는 역천의 정치는 소통부재의 시대를 만들고 공동체를 훼손하고 있으며, 회복 불가능한 국토의 훼손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옳고 그름이 아니라 경제적 이해에 따라 가치관을 형성하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순례길에 본 한국 사회는 용산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순명(殉名), 파탄난 남북관계,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대표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소통을 위한 광장은 점령군의 연병장으로 바뀐 듯 합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소통부재는 시대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온 국토가 새로운 이윤창출의 대상으로 편입되면서 4대강 정비사업 및 경인운하 사업 등 이해 못할 사업들이 버젓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어리석은 사업들이 무엇을 목표로, 누구를 위해 진행 중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지만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더욱이 탐욕적인 자본의 흐름에 대한 규제 대신 사회적 소통에 대한 규제를 선택한 권력은 사회적 불신과 경찰 공권력에 의존하는 불행한 권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최근 사회적 죽음에 남겨진 사회적 상처와 과제는 유달리 크게 다가옵니다. 누가 사회적 지혜와 역량을 모아 이 남겨진 과제를 해결할 것인지 되돌아보지만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통의 과장이 사라졌다고, 국민의 인식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철지난 권력을 탓하기에는 시대의 위기는 엄중합니다. 한반도 운명공동체는 일촉즉발의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우리를 둘러싼 세계적 변동 역시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사람, 생명, 평화’의 가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논할 가치 없는 대상을 바라보며 한탄하고 비관하기에는 시대를 둘러싼 상황과 조건이 엄중하게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독단과 독선, 속도전’이라는 시대의 키워드로 인해 무너진 ‘사람, 생명, 평화’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절실한 노력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 존재하며 스스로 희망이고자 노력하였던 수많은 이들과 햇볕 한줌, 고요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대지의 생기를 일깨우며 촉촉이 내리던 비. 이 모든 것을 품어주던 대지에 오만하였던 몸을 겸손히 낮추어 지난날의 삶과 사회를 내밀히 돌아보고, 낮은 시선으로 생명의 눈을 맞추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안고자 했던 순례길이 이제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너무나 감사하였고 보내주신 이 많은 은혜를 어떻게 보답하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루 하루 소중한 희망을 전해주셨던 많은 순례자들과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시고 나눠주신 지혜와 가르침, 그리고 함께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희망을 향한 기도를 계속할 것입니다.

<회향 전일의 순례길>
123일. 이제 내일이지만 하루 여정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 더운 뙤약볕 아래 달구어진 도로에 몸을 철퍼덕 던지다시피, 이제 세분 성직자는 한번 한번 절을 할 때마다 신음소리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하루 참여한 순례자들 역시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흐르는 땀방울 거친 호흡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하루의 시작. 함께 하루를 열어갈 순례자들이 서로가 서로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지나온 길의 여정과 가야 할 길, 그리고 서로를 모시는 절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 순례 구간은 임진각 초입에 이르기까지 차량 소통이 많지 않은 곳. 너무나 조용하고 한적하여 새들의 지저귐도 크게 들리는 곳인지라 다심 죽비가 등장하여 순례자들을 일깨워줍니다.


지리산을 출발하며 만났던 한적한 시골길처럼, 지나는 차량도 지켜보는 이들 없지만 세상에 외치기보다 내 자신의 모습을 내밀히 돌아보는 길이기에 한없이 평온합니다. 낮추고 낮추어 어머니 같은 세상에 의지하여 철퍼덕 몸을 맡기고, 흐르는 땀방울과 거칠어진 호흡은 한줌의 나무그늘과 바람에 달래봅니다.


그것도 잠시 다시 발바닥 밑에 존재하던 대지를 높이며, 높아진 대지에 머리를 조아리며 나를 겸손히 내려놓습니다. 죽비소리 하나에 다시 몸을 곧추세워 낮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작은 생명들의 눈을 맞추며 나의 죄업을 돌아보며, 우리가 만든 세상을 돌아봅니다.


그렇게 조용하다 못해 한적한 길이지만, 그 길에서 다시 길을 묻고 사람의 길을 찾습니다. 달구어진 도로의 열기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오르지만,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길을 만들고, 그것이 길이 됨을 함께 가는 옆 사람의 모습에서 배워나갑니다. 한마디 말이 없지만 그렇게 생명의 눈으로 평화의 마음으로 사람의 길을 만들어갑니다.


순례의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듯이, 길은 어느새 통일로에서 임진각으로 가는 길목에 도착합니다. 고통어린 몸을 달래기 위해 얼음주머니는 이제 일상의 모습이 되었고, 한 걸음 한 걸음에 기도의 손길 역시 멈추지 않습니다.

<내가 너를 위해 밥이 되어주는 삶>
3일재 참석하고 있는 김포하늘씨앗살이 학교의 강태윤 학생은 불편한 몸에도 “스님, 신부님께서 우리나라를 위해 고생하시는 것 같다”면서, “사실 우리나라가 복잡하잖아요. 남북문제,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문제가 크잖아요. 저는 어른들이 평화롭고 진실된 세상을 만들어 주기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순례길에 만났던 그 많은 아이들처럼, 몸은 불편하지만 생각은 어른들을 엄하게 혼내는 스승입니다.

수원에서 오신 신일룡 선생임은 “그 동안 너무 안일하게 살았다는 부채의식 때문에 왔다”고 합니다. 신 선생님은 “기회가 있었을 때 나라를 바로잡지 못하니 저기 있는 아이들까지 힘들다. 좀 전에 어떤 아이가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하고 있다’는 말에 어른들이 많이 잘못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책하시더군요.


신 선생님은 “역시 문제는 소통의 부재다. 남북 간의 단절, 빈부격차 등이 이로 인해 비롯된다. 위정자들은 자기들의 틀로 남을 재단하려고 하니 이것은 강요다”고 지적하고, 최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하여 “어렵게 세워놓은 민주주의 씨앗을 계속 버리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죄책감에 시달렸다. 사실 그 분 생전에는 기준만 높게 잡아 많이 비난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전에 노 전 대통령이 많이 힘드니 좀 봐달라고 했다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했을 텐데...”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길이 정해진 길은 없겠지만 다만 같이 어울려 살면서 충돌이 있더라도 서로 조절하면서 산다면 바람직한 길이 될 것 같다”고 하시고 “내일 회향을 하시는 성직들께 너무 감사드리며 이분들이 안계셨으면 절망하고 살았을 것이다”이라고 합니다.

포교성베네딕또 수녀회의 김순옥 수녀님은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가시는 오체투지가 제 마음을 감동시켰다. 한쪽에서는 정치적 대립과 갈등 등의 다른 길을 가고 있는데 오체투지는 바른 길을 가는 것 같다”고 하시고 “이 길은 나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서도 최선의 길인 것 같고 더불어 다 같이 함께 가는 길이기에 좋다”고 하십니다.


김 수녀님은 “나 자신도 그렇고 문제는 욕망이다. 끊임없는 소유욕으로 채우려고 하고 있다. 사실 자신의 존재만으로 완벽한데 나 이외의 것 명예, 권력, 돈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이 모든 것이 무명(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시면서, “내가 너를 위해 밥이 되어 주는 삶, 달리 표현하자면 꽃이 피는 것은 그 안에 더러운 거름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봉사하고 사는 것이 우리가 사람답게 사는 삶이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위해 밥이 되어 주는 삶. 순례길은 그렇게 여러분의 희망을 위해 기도하고, 여러분은 순례단의 희망이 되어주셨습니다. 시작과 끝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과정일 뿐이기에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기도는 그렇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임진각 초입에 도착한 순례단. 오늘도 서로를 모시는 절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김세열(서울) / 김영근 신부 외 10명(김포하늘씨앗살이학교) / 김태균 신부(부산교구) / 신일룡(수원) / 박정숙 수녀 외 1명(까리따스 수녀회) / 김도현(장수) / 최지호(의정부) / 이효재(대전) / 최광식(인천) / 김순옥 수녀 외 1명(포교성베네딕또수녀회) / 손상원(의정부) / 이상배 외 2명(서울) / 김선임(서울) 등이 함께 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6월 06일(토) : 임진강역 500m 전(운천교 부근) - 임진각 망배단 - 2009년 마무리 회향행사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하늘씨앗살이학교, 생명평화마중물, 도현우 신부(의정부교구), 예수마음 배움터 등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6. 04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