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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소통과 불통의 차이. 낮추어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109일차(05.22) 사진 및 동영상 http://cafe.daum.net/dhcpxnwl >


- 소통과 불통의 차이. 낮추어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빌딩도 사람도 높아지기만 합니다. 도시는 높다란 빌딩만이 보이고, 사람들은 높은 연봉과 직책을 자랑합니다. 성벽으로 둘러 쌓인 높은 자리에서는 낮은 곳이 보이지 않고,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를 낮추고 버려야 다른 사람들 높일 수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소통 부재의 시대. 자신을 낮추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조계사를 나서며>
세분 성직자를 포함하여 진행 순례팀 모두 감기가 들어서인지 순례길이 무겁기만 합니다. 어제 명동성당에서 조계사에 이르는 길, 수많은 참가자들의 마음이 모아졌고 그 마음 따라 이제 오늘부터 다시 임진각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어제 일정으로 순례가 마무리 된 것으로 아시는 분이 많은지, 아침 따스한 햇살 아래 순례 걸음을 옮기는 참가자는 조촐하였지만, 순례단의 무사한 순례를 기원하는 815평화행동단 등의 염원을 담은 노란 깃발이 순례단의 출발을 지켜주었습니다.


오늘은 순례길에 하루 종일 일반 참가자 대신 경찰들의 동참이 많았습니다. 어느 참가자 말마따나 ‘30명 순례하는데, 곳곳에 경찰만 보인다’는 푸념처럼 경찰이 너무 열심히 순례단을 보호해주시더군요. 경북궁 앞을 지나는 순례길에 청와대 방향으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는 경찰 버스만 위용을 자랑하고 있더군요.

지난 5월 6일 대통령이 참가한 경인운하 기공식장 인근(무려 500m 떨어진)에서 규탄 기자회견에는 참가자 50명에 경찰은 무려 400명이나 참석했다죠. 그리고 기자회견이 끝나도 참가자들이 집에 가지 못하고 한동안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한동안 감금되었다 합니다. 오늘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그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구호를 외쳤다고 법에 위반되었다고 무려 11명이나 소환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제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회견은 무조건 봉쇄되는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강압적인 경찰력으로 저지하려는 무모함은 사실 두려움의 발로라 할 수 있습니다. 저런 모습으로 유지하는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아이들 말로 모양새 자체가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대통령의 참회를 대신하며>
순례단 오늘 높디 높은 광화문 복원공사 가림막 앞에서 청와대 방향을 바라보며 108배를 올렸습니다. 최고 권력자가 직접 나서지 못함이 안타까워 순례단이 대신하여 나서며, 제발 조금이나마 국민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108배 참회의 절을 진행하였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넘어 희망을 찾아가는 오체투지 순례단은, 오늘 이곳에서 최고 권력자를 대신하여, 최고 권력자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따스한 인간의 마음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108 참회의 절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국민을 모시고, 국민을 잘 살게 만들겠다던, 광화문 촛불을 바라보며 국정운영을 반성하였다던, 국민을 향해 2번이나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하였다던 이명박 정부.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반성하고 성찰하는 권력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역사와 민주주의, 인권의 후퇴, 무한 경쟁에 의한 양극화를 조장하는 파시즘적인 냉혈의 권력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찾지 못해 곳곳에서 국민의 시름에 겨웠던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말 못하는 자연의 미물들은 돈과 개발을 내세운 권력 앞에 한줌 이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사람과 생명, 평화의 가치가 함께해야 할 교육에는 무한 경쟁을,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는 절박한 외침은 화염속에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비정상적 판단과 남을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치가 지배하는 전쟁터이지 어떻게 정상적인 사회라 할 수 있습니까?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는 시민들은 원망만이 가득하고, 공동체의 애정은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며 혼자라도 살아야 한다는 가치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길도, 생명의 길도, 평화의 길도 한참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몇 년 되지 않는 수명을 가진 이명박 정부의 위기만이 아닙니다. 개인의 위기, 권력의 위기, 정치의 위기를 넘어 사회 전체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하나 살리기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이렇게 무너질 수 없습니다.


대립과 갈등이 아닌 화해와 상생에 기초한 희망을 찾기 나선 오체투지 순례단은 이명박 정부에 간곡히 호소합니다.


삽질보다는 자연을, 경제보다 사람을, 대립보다 평화를, 법치보다 사람의 마음을 선택해주십시오.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정치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일부 특권층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을 바라보고 진실한 몸짓으로 대해주십시오. 거짓 눈물이 아니라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 따스한 사과와 위로의 손길을 보내 주십시오. 그것이 국민 마음을 풀어주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지나간 세월을 탓하며 변명하기보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치를 함께 만들어주십시오. 절박한 국민의 목소리는 공권력의 폭력으로 막을 수 없기에 평화로운 대화법을 선택해 주십시오. 국민이 살아갈 국토를 정치적 이해로 훼손하는 일을 중단해 주십시오. 아이들에게 자연과 평화의 세상을 배워 나가도록 해주십시오.


부디 국민이 대통령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최고 권력자의 불행은 이명박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국민의 불행이기에, 부디 인간의 마음으로 생명과 평화의 시선으로 국민을 대해주십시오.

오체투지 순례단 다시 한번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참회를 대신하며, 부디 국민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안기를 기원하며 108배를 하고자 합니다.”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광화문 앞에서 진행된 108 참회의 절. 지나는 사람도 차량 운전자도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고, 주위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는 참가자들 그저 징소리 하나에 목숨을 걸듯이 한배 한배의 절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마에 맺혀가는 땀방울이 시간의 흐름을 알리고, 높디 높은 가림막은 시대의 불통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 가림막이 사라지는 날이 오듯이 우리 시대의 불통과 봉쇄가 사라지기 기원할 따름입니다.


직장 휴일을 이용하여 참가한 이승은 참가자는 “처음 오체투지를 시작하실 때 나도 내 할 일을 잘하고 나의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했으나, 막상 서울에 오시니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늘 깨어 있지 못했고 주변의 흐름 속에 타협하고 살았던 것 같다”며, “그래서 그런지 출발명상을 할 때 부끄러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합니다. 이승은 님은 “청와대를 향한 108배를 해서 그런지 더욱 정성을 쏟았고 정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그 분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합니다.

<사직공원에서의 휴식과 오후 순례길>
청와대를 향한 108배 이후 서둘러 다시 길을 떠나, 사직공원에 도착하여 무사히 오전 순례를 마쳤습니다. 사직공원은 원래 사직단(社稷壇)이 있는 지역으로 이곳은 조선시대 국가에서 토지의 신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죠.


감기 기운이 있는 수경스님과 세분 성직자는 식사 이후 휴식을 취하고, 순례참가자들 사직단에 처음 온 듯 신기한지 이곳 저곳을 둘러봅니다. 국가가 나서서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를 지내는 마음은 백성의 안락한 삶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그 마음이 지금의 권력에도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직공원을 나선 순례단 사직터널을 지나 독립문에서 무악재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독립문 지역이 고향인 전종훈 신부님은 순례 중 잠시의 휴식 시간 동안 독립문 지역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내가 이곳을 기어서 지나가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합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어제 조계사에 이르는 순례길 중 도로변 고인물이 눈에 들어갔는데, 오늘 보니 눈에 붓기가 돌아 고생하고 계십니다.
 

무악재 고개를 넘으니 비소식이 오려는지 바람이 차가워지더군요. 마침 순례길에 동행한 강아지 한 마리가 도로변의 풀을 뜯어먹으니 참가자 중의 한명이 ‘개가 풀을 뜯어 먹으면 비가 온다’고 합니다. 순례단에 감기 기운이 많아 내일 비는 조금만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오후 순례길에 참가한 한명의 꼬마가 정성들여 반배를 하고, 또 한명의 꼬마는 어른들과 함께 자신의 몸을 길에 낮추어 봅니다. 정성들여 한배를 하기도 반배를 하기도 하며 앞서나가는 어른들의 발걸음을 따라잡기 위해 부지런히 또 발걸음을 놀립니다. 저 아이들의 마음처럼 세상도 고왔으면 좋겠습니다.


자제분들과 함께 순례기에 나선 김동일(서울) 님은 “오늘 아이들과 함께 왔다. 우리 아이들에게 오체투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김 선생님은 “지금은 모르겠지만 훗날 왜 하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속에서 상기할 것이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고 겸손이라는 모습 등을 배워갈 것이다”고 합니다. 지금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본인께서는 “잠깐의 시간을 참여해지만 부끄러운 마음뿐이다. 저의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반성할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고 “정부는 점점 더 사람, 생명, 평화를 살리는 정치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강화에서 오신 스텔라 님은 “모두가 반대하는 정책 4대강 하천정비사업을 왜 밀어 붙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우리의 말을 조금이라도 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목소리를 들으면 큰 힘이 될 수 있는데...”라며 안타까워 하십니다. 그러면서도 “현 정부의 오만과 독선적인 정책에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를 낮추고 욕심과 성냄을 버리면서 나를 돌아본다면, 이 또한 상황을 만든 것 역시 나의 문제일 것이다”고 강조합니다.


오늘 순례는 세분 성직자와 진행팀들의 감기 기운으로 애초 예정지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무악재 역에 도착하여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순례단은 통일로를 따라 임진각까지 나아가는 순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안현(서울) / 김세열(서울) / 이강수(서울) / 김남순, 스텔라(강화) / 이민형(라디오인) / 오현철(천주교교정사목위원회) / 정우식, 김중행, 강수희(불교환경연대) / 박장수(서울) / 김미현, 장지영, 김동언, 정원섭, 이승은(생태지평) / 김동일 외 3명(서울) / 무량행 외 1명(화계사) / 채병진 외 1명(풍물굿패바람) / 신수경 외 3명(서울,일산) 등이 함께 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5월 23일(토) : 서대문구 홍제동 SK주유소(시작) - 불광동 라이프미성아파트 앞(종료)
● 5월 24일(일) : 불광동 라이프 미성 아파트 앞(시작) - 은평구 진관동 아파트공사장(종료)
● 5월 25일(월) : 은평구 진관동 아파트공사장(지축역 건너편) - 벽제지하차도 입구(종료)
● 5월 26일(화) :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불광동 성당, 김봉석 변호사, 라디오인, 성보라 등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5. 22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