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사는이야기

부활절에 성당에 간 스님과 순례단

<68일차(04.11) >

- 부활절 미사에 성당으로 간 스님과 순례단 -


세상을 밝히는 부활의 촛불이 춤을 추었다. 빛을 전하는 촛불이 다른 촛불로 이어지고, 세상의 죄를 사하듯이 어둠속의 빛의 상징인 촛불이 가슴의 등불이 된다. 새로운 세상의 생명과 평화의 온기를 전하는 부활초가 촛불이 성당을 밝히고 우리의 마음을 밝혀나갑니다.


<부활절 미사에 성당으로 간 스님>

부활절입니다. 죽음 없이는 부활이 없고, 비움 없이는 새로움이 없음을 알려주는 부활절입니다. 부활절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축일로서,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고,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내어 맡기시는 나눔과 비움의 철학에서 용서를 통한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가 함께하는 축일입니다.


이 특별한 날에 순례단도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전의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드렸습니다. 미사를 집전하시는 성당 신부님은 스님들께서 이 특별한 날에 함께하심에 감사드리고, 스님들은 미사의 전 과정을 함께 동참하였습니다. 스님은 부활초를 들고, 비구니 스님은 수녀님들과 함께 기도합니다.


미사를 마친 후 전종훈 신부님은 부활절 미사에 진행된 오체투지 순례의 특별함을 '비움'과 '충만'으로 말씀하시고, 미사 전 과정에 스님들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수경스님을 가르켜 "신문에서나 뵙던 매우 큰 스님인데, 자신과 같이 바닥을 기고 있다."고 소개하여 성당에 오신 분들에게 큰 웃음을 전했습니다. 수경스님은 한 말씀 부탁하는 신부님의 요청에 합장을 하며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순례단과 함께 부활초에 불을 밝힌 스님들은 미사 전 과정에 참여하며, 사랑과 평화의 시간을 함께 하였습니다.


나눔과 비움. 사랑과 평화의 이 특별한 시간. 종교적 차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오직 이 땅에 사랑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있을 뿐입니다.


<부활절을 앞둔 거리 순례>

어느날보다 많은 분들이 순례에 함께 한 하루였습니다. 정안농공단이 인근 사현교에는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여러 차량들이 도착하면서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순례단의 문규현 신부님께서는 본당 주임 신부로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전주 평화동 성당에 가셨고, 전종훈 신부님은 거리에서 부활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순례단에 많은 성당 신자들과 함께 참여한 부여성당 구본국 신부님은 "태안성당 신부로 있을 때 기름 유출사고로 죽어가는 고기들을 보면서 인간의 죄가 크다고 생각했다. 환경파괴로 하느님의 피조물인 동식물이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때문이다. 편안하게 살려고 하고 소유하고 탐욕에 젖어 나도 모르게 죽여 버린 것이다. 땅에 사죄하는 마음, 큰절로 속죄하는 마음이다. 죽어간 동식물들, 말로서 사람들에게 상처 입힌 죄를 사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주말인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가족이 참여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고양에서 오신 박정규 선생님은 아들 진형 학생하고 함께 참여했는데, 아들은 "아버지 따라서 왔는데 좀 힘들다. 아프진 않은데 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고, 아버지는 "눈으로 보는 것, 코로 맡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눈은 감게 된다. 복잡한 세상의 머리 아프고 마음 아픈 일 모두 저버리고 몸으로 느끼며, 나를 느껴보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멀리 부산에서 오신 유환숙 김혜원 유호균 유인형 가족은 2008년 1차 오체투지 순례 회향식이 너무 좋았고, 이번에도 "내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어 참여했다."고 합니다.


부모를 따라 나선 아이들이지만, 정성스레 자신의 몸을 낮추어 땅에 귀의하는 모습을 취합니다. 어른보다 더 정성스레 합장을 하며 반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전히 장난스런 모습으로 대지를 자신의 품안에 안은 상태에서도 옆 사람과 장난 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지구를 품에 안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오전 일정을 마지막으로 순례단은 공주시 경계를 넘어 천안 지역에 진입하였습니다. 차령고개 옛 휴게소 자리 공터에서 점식 심사를 마친 순례단은 구 23번 지방도로를 통해 천안시 경계에서 순례를 지속하였습니다.


오후 일정은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호사스러운 길'이었습니다. 빠르게만 가야 하는 차량들은 23번 국도를 통해 달려가기에, 오늘 구 23번 지방도로에는 간혹 지저귀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간혹 울리는 죽비소리와 순례자들의 발걸음 소리만 들렸습니다. 그동안 차량 소음이 너무 힘들었기에, 오늘은 너무 행복하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습니다.


순례에 참여한 송백지 남방문화연구소장님은 “내가 누군지 반조하면서 진정한 내 삶을 찾기 위해 왔다.”며, "오체투지는 땅과 내가 솔직하게 대화하는 자리이며 나를 전적으로 땅에 맡기는 행위."라고 규정하셨습니다. 송 선생님게 사람답게 사는 길을 여주어보자, “사람답게 사는 길이요? 내놓고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쑤시개를 움켜쥐려고 하면 한 개피만 쥘 수 있지만,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면 수북이 쌓을 수 있듯이, 움켜 쥘 수록 각박해 지는 것입니다.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행복한 삶이다.”고 하셨습니다.


부활의 의미를 새기며,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기도로 진행된 부활절의 순례는 천안시 광덕면 대평리 원덕교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한국사회의 부활절>

생각해보면 부활절이 인간만의 나눔의 시간은 아닐 것입니다.

지구상의 생물 중 가장 맨 마지막에 등장한 인간은 인간을 제외한 생물의 멸종위기를 이끄는 주범이자 독재자입니다. 두뇌와 손을 사용할 수 있는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생태계의 조화로운 질서를 깨트리고, 다른 생명의 멸종을 조장하고 지배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구나이를 기준으로 산업혁명 이후 약 3백년의 시간은 지구시계로 약 2초에 불과하며, 생물학자들은 지금의 시기를 제6의 대멸종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합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앞으로 1백년 정도 이후에는 전체 생물종의 50% 이상이 멸종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하루 1백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시대. 부활은 인간만의 부활이 아니며, 우리와 함께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에게도 생명과 평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멀리서 사례를 볼 것도 아니고, 2007년 12월 7일. 태안 지역에서 삼성중공업 부선이 정박 중인 유조선과 9차례 충돌한 사고로 유출된 기름은 12,547,000ℓ. 13시간만에 해변에 도달한 기름으로 500㎞m의 해안선과 101개의 섬, 30개의 해수욕장, 35만㎢의 양식장과 시설, 4만 5천 가구의 가구가 피해를 보았고, 사고 후 3명의 어민이 스스로의 삶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태안 지역 바다와 갯벌의 부활에는 앞으로도 20년이 흘러야 한다고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오직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피부의 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생물학적 성과 성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멸시를 받는 것이 정당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부활의 의미를 함께 나누어야 할 이웃이 얼마나 많을까요. 최근 대전지역에서 공무원들이 이주노동자를 구타한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더 끔찍한 것은 이를 변명하면서, '외국에서도 불법 이주민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말 꼴불견입니다. 정말 선진국에서 배울 것이 없어 그런 것을 배워왔는지 의문입니다.


나눔과 비움, 생명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부활절.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철저히 구분하여 2등 국민을 양산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자라나는 아이들을 일괄적으로 평가하여 서열화하고, 온 국민의 삶의 터전인 국토를 공사판으로 벌이겠다는 우리 사회에 정말 생명과 평화의 부활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 다시 한번 부활절 모심을 축하드립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이상원, 박강조, 강덕희(공주) / 구본국 신부 외 20명(부여성당) / 이주향(수원대학교) / 유임경(마중물 파주) / 박정국, 박진형(고양) / 김은배 외 3명(라디오인) / 박승환 외 2명(공주) / 정우식 외 7명(불교환경연대) / 유환숙 김혜원 유호균 유인형 가족(부산) / 김한일 외 8명(원우회) 등이 순례에 동참했습니다.


<일정 안내>

● 4월 12일(일) : 광덕면 대평리 원덕교(시작) - 1번 국도 현대오일뱅크(종료)

● 4월 13일(월) : 1번국도 현대오일뱅크(시작) - 소정면 대곡리 3거리(종료)

● 4월 14일(화) :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엄유환(대전), 박승환(공주), 이주향(수원대), 전의성당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천안경찰서에서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 차량통제를 지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11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