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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누르면 누를수록 더욱 아파지는 돌맹이처럼

* 공지 : 2009년 순례 회향 행사 : 6월 6일(토) 오후 2시 임진각 망배단

<117일차(05.30)> 

- 누르면 누를수록 더욱 아파지는 돌맹이처럼 -

 

추모의 시간과 장소를 저들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라 하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듯이, 민주주의의 역행자들이 역사를 거스르려 해도, 민주주의의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것입니다. 사람의 가치, 생명의 가치, 평화의 가치를 찾는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길가의 돌맹이 같은 사람들>
하루 하루의 여정이 신기롭기만 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어져 길을 만들고, 그 길에서 생명의 눈으로 평화의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몸을 낮추어야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함께 나누고, 그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내 자신을 먼저 바꾸려 합니다. 내가 평화롭지 않으면, 내 안에 생명의 불씨를 지키지 않으면 세상의 생명 평화 역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징소리 맞추어 머리 조아려 세상과 소통하려 합니다.


이른 아침에 서울 외곽을 벗어나 순례길 출발 장소에 도착하는 것은 사실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출발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새로운 분들이 순례길을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주변에 시선이 있거나 없거나 묵묵히 자신의 몸을 낮추어 엎드립니다.


그 순례길에서 참가자들은 말합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는가요’ 라는 말은 요즈음 하기 힘든 말이다. 오늘은 저만의 방식으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참여했다. 그동안 저의 무관심들이 이 시간을 통해 면죄부가 주어 졌으면 한다(김이진)"고 합니다. 그 말마따나 요즘 '잘 지내셨는가?'를 묻는 안부조차 미안한 시대입니다.


그렇기에 "세상은 불의와 부조리가 많다. 그래서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꾸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나 스스로의 분노를 삭이는 것을 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이정화)"고 말합니다. 세상의 평화를 말하기 위해 내 스스로 평화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시대입니다.


순례길의 일상은 느림이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무엇보다 빠르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한 참가자는 순례를 통해 "빠름과 느림에 대해 생각했다... 또 몸을 깊게 눕힐수록 길가 돌멩이는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고. 누르면 누를수록 더 아파진다. 이것이 민중이고 아픔이다. 오체투지를 통해 민중들의 차가움, 뜨거움, 돌멩이 같은 아픔을 느껴서 좋았다"고 합니다.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지만, 시간과 마음을 내어 이 길에 참여하는 분들이 스스로의 평화를 찾고, 생명의 마음을 서로 나눕니다. 적어도 그만큼 세상은 변할 것입니다. 그렇게 오늘의 순례길이 빛나고 있습니다.

<고양에서 파주로>
고양시 외곽에서 출발한 순례길. 오전 순례를 통해 고양을 벗어나 파주 관내에 도착하였습니다. 지;난 2008년 9월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한 순례길이 이제 도시로는 파주와 문산지역을 남겨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주 이 시간이면 2009년 순례도 회향하게 됩니다.


오전 순례를 준비하는 시간. 누가 이 길을 찾아올까 생각도 잠시, 시간이 되자 어김없이 순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멀리 진주에서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오영환 선생님은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참가하고, 오늘은 순례에 참여했다.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고 합니다.
 

뒷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몸을 낮추는 참가자는 함께 참여한 친구들이 있기에 더욱 힘이 납니다. 직장 휴일을 이용하여 2번째로 참가했고, 이제 다음주 회향까지는 참가하지 못할 것이기에 안타깝다 말합니다. 엄마와 함께 참여한 꼬마는 순례자들이 몸을 내려놓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도로변에 신기한 것을 발견했는지 발길을 옮기기도 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평온하게 보내더군요.

그렇게 발길을 옮기는 사이 어느새 오전 마무리 시간에 파주에 도착하였습니다. 과거 파주 지역에서 잠시 지냈다는 혜수 스님은 "파주에 오니 푯말에 경쟁의 도시 파주라고 되어있다. 경쟁. 이것이 한 도시를 상징하는 말이라니 가슴 아프다. 시대가 많이 변했구나 느껴졌다'고 합니다.


무한 경쟁을 내세운 시대의 가치는 아이들에게도 서열과 위계질서를, 사회적으로는 양극화를, 생명의 가치는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생명의 땅이라는 4대강과 자연습지는 버려진 땅으로 인식되어 무조건 개발하여 쓸모있는 것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하고, 수도권의 농토들은 높디 높은 아파트와 건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높게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건물 사이에 살아가는 낮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사회. 그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서울 이북인지라 차량이 많지 않을 줄 알았던 주말 순례길. 하지만 차량이 넘쳐납니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물밀듯이 밀려오는 차량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밀려드는 차량 옆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상태로 몸을 낮추는 순례자들이 있습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주변 농민들 마음이 심란한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계속 바라보기만 합니다.

<평온하였던 순례길>
허주헌 참가자는 "사실 아픔을 함께 하려고 한 것인데 더불어 함께하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다"고 순례길을 설명합니다. 허 선생님은 “(우리 사회는) 역시 소통의 부재가 문제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다. 이미 권리를 가지고 있는 기득권층은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같이 더불어 산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고 하시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접하며 억울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만, 이를 민주화를 위한, 부정부패 청산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십니다.


16일 남태령을 통해 서울 순례를 진행할 때 동참하셨다는 김이진 님은 “전에 비가 올 때 동참했다. 그 때 빗물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이 느껴져서 왔다”고 하십니다. 김 선생님은 “우리 시대는 한 개를 반개로 쪼개 나누어 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홉 개 가진 사람이 남의 한 개마저 가지려고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 문제다”고 꼬집어 말씀하십니다.

김 선생님은 “자연에서 보여 지는 모습 그대로 닮아가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다. 내 안의 진실들에 대해 현실에서도 그대로 실천하고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다. 또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 속에 살아가는 삶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다”고 하십니다.


순례길에 참여한 분들에게 이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이 무엇인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용산참사 등 약한 자들에 대한 차별(김창수)", "생명을 느낄 수 없는 것(이승은))", "사람들이 정의롭지 않다(테레사))", "소통이 되지 않음(허주헌)", "남북관계가 개선이 되지 않음(김지혜))", "물질(돈) 때문에 완력을 과시하고 폭력을 휘두른다(김지선))",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 하고 사랑하지 않는 것(최광식))", "자신과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오영환))",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김영선))", "갖은자가 더 욕심을 내고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것(윤중덕))",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 모아내는 구심체가 약하고,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못하고 산다는 것(권명애))", "세상 만물에 대해 피해를 준 것을 모르고, 그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김미수))"라 합니다.


우리 시대의 아픔의 한 단면을 오늘 아침에 벌어진 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사람들 여망은 큰 것이 아닌데 정부가 국민을 힘들게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평화롭게 참배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서울 시청 광장에서 강제 진압을 하는 것이 안타깝다(김세열)"고 합니다. 광장 자체가 많은 사람이 소통하고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 터를 지칭하는 말인데, 이제 시민은 못 들어가고 경찰차만 보이니, 이명박 정부시기에 '녹색'이 '삽질'로 개념이 변하듯이 '광장' 자체도 '경찰 집합소'로 개념이 변해야 할 듯 합니다. 하지만 단단한 아스팔트 도로도 무던히도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과 차량의 흐름에 갈라지고 균열이 발생하듯이, 폭력에 의해 유지되는 시대도 희망을 찾고자 하는 수많은 절박한 마음에 의해 균열이 발생할 것입니다.


파주 관내에서 무더위와 길 따라 이동하던 순례길. 신기하게도 주변과 무관하다는 듯이 높디 높게 서 있는 아파트와 시대의 권력자 한명회와 관련이 있는 파주삼릉 입구를 지나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 순례길에서 "길 바닥이 뜨끈뜨끈하고, 차갑고, 미지근하고... 정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정치인들은 처음에는 백성들을 생각했을 텐데... 적어도 고통 받는 백성들을 보듬고 가겠다는 것이 정치인의 덕목일텐데,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치인들이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나에게는 천국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를 바란다(박용훈)"는 희망이 여운으로 남는 하루였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김세열(서울) / 김지선 외 3명(성심수녀회) / 허주헌(서울) / 오영환(경남 진주) / 한근춘 외 1명(수원) / 김지훈 외 2명(서울) / 최광식(인천) / 이정화(안산) / 김이진(서울) / 최정옥 외 10명(평화동 성당) / 권용섭 외 1명(김포 용화사) / 윤중덕 외 2명(고양시민회) / 김솔이 외 5명(생명평화마중물) 등이 함께 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5월 31일(일) : 조리읍 송총토파즈APT 앞 한국전기안전공사 - 신안아파트 - 파주시 PK 마을 앞
● 6월 01일(월) : 파주시 PK 마을 앞 - 영태 오리마을 회관 - 월농면 농협 인근
● 6월 02일(화) :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고양시민회, 마중물, 평화동 성당, 일산동 성당 등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5. 30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