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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해양수산부 어떻게 할 것인가?



해양수산부 어떻게 할 것인가?

-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논쟁에 대한 단상

 

1) 이 글은 개인적인 정리를 위해 작성한 글로서 인용이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1. 논란의 쟁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많다. 윤진숙 장관 후보자가 연안정책이나 해양환경정책 분야에 관련한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인사라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논쟁은 윤진숙 장관 후보자가 부활한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적절한 지에 대해 1)개인자질, 2)‘해양수산부의 위상과 비전이라는 2가지 부분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윤진숙 장관 후보자의 개인 자질에 대한 가부를 판단하기 전에, 일단 해양수산부 업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명확히 해석해야만 윤진숙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쟁이 조금 더 명료해질 수 있다.

 

2. 해양수산부의 역할

윤진숙 장관 후보자 논쟁에서 정작 해양수산부 업무에 대한 논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부활한 해양수산부가 앞으로 어떻게 업무를 재편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해양수산부의 업무는 크게 1) 항만분야, 2) 수산분야, 3) 해양정책·안전분야 등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업무를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사용 예산 비중으로 살펴보면, 해양 항만분야는 해양수산부 예산 전체의 50% 전후 정도를 사용한다. 이 분야는 주로 신항만 개발사업이나 기존 항만개발사업 관련 업무(항만 배후산업 및 물류업체 지원강화 등)가 중심이다. 그 다음으로 수산분야는 해양수산부 전체 예산의 대략 30~40% 정도를 사용한다. 이 분야는 말 그대로 '어업구조조정 및 어선설비' 혹은 '자율관리어업 육성', '어촌기반시설', '어업인 육성경영지원', '수산물 유통가공, 수출', '수산연구시설' 등과 관련한 업무이다. 그리고 해양환경 보전·관리 및 해상안전 등 해양환경정책·안전분야는 전체 예산의 약 5% 미만 정도를 사용한다.

 

< 2008년 해양수산부 부문별회계별 예산안 >

(단위 : 억원)

구 분

'07년 예산

'08년 예산안

금 액

%

 

 

해운항만

20,559(61.1%)

20,150(57.9%)

409

2.0

해양수산어촌

12,496(37.1%)

13,700(39.3%)

1,204

9.6

- 수산어촌

8,676(25.8%)

9,387(26.9%)

711

8.2

- 해 양

3,820(11.3%)

4,313(12.4%)

493

12.9

해양환경

605(1.8%)

962(2.8%)

357

59.0

합 계

(주요사업비)

33,660

(30,985)

34,812

(31,990)

1,152

(1,005)

3.4

(3.2)

 자료: 해양수산부. 2007.10. <2008년도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개요>


이 각 분야의 비중은 국민 정서 혹은 국가적 비전과는 상관없다. 말 그대로 해양토목 위주의 하드웨어적인 투자가 중요시되고, 해양생태계 기본조사와 같은 기초학문에 대한 연구는 뒷방으로 밀려난 우리 사회의 모습이 투영된 것과 다름없다.

 

3. 정치권의 해양수산부 인식

예산 비중으로 해양수산부 업무를 간단히 살펴보았는데, 그 이유는 해양수산부를 바라보는 국회와 정치권의 태도 때문이다. 민주당을 포함하여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윤진숙 장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국가적인 재난이 벌어질 것처럼 야단이다. 하지만 사실 이해하기 힘든 대응태도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는 해양수산부 폐지에 적극적 혹은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솔직히 지금까지 해양수산부를 바라보는 정치권과 국회의 시각은 '해양항만' 분야를 중심으로 되어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해양수산부는 정치인들의 안정된 직장(?)’이기 때문은 아닐까. 기존의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인사들이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정치권 인사들이었다는 사실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 부서 홈페이지(www.mof.go.kr)에 소개된 역대 해양수산부 장관 명단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총 15명의 장관 중 4(5대 이항규 장관 2000.01.14~2000.08.06, 11대 최낙정 장관 2003.09.18~2003.10.02, 12대 장승우 장관 2003.10.14~2005.01.04, 15대 강무현 장관 2007.05.11~2008.02.29) 정도만이 해양수산 업무와 관련 있는 인사였고, 나머지는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해양수산 업무와 관계된 경험이 있는 인사들도 모두 해양항만분야와 관련된 인사들이었다. 심하게 말하면 지금까지는 해양생태계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 해양수산부 장관이라는 요직에 임명되고 업무를 총괄하였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4. 항만 중심 개발정책 부서?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앞서 살펴보았던 해양수산부의 업무 성격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업무의 절반 정도가 해양항만 관련한 분야이다. 해양항만이라는 분야는 말 그대로 개발사업 중심이며, 정무적 판단 혹은 정치적 판단이 우선인 분야였다.

 

어느 지역에 항만을 개발하고 어느 지역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고려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부활과 맞물려 때 아닌 논쟁이 벌어졌던 해양수산부 입지를 '세종시'로 할 것인가, 아니면 부산, 목포, 그것도 아니면 인천 등으로 할 것인가의 논쟁 역시 말 그대로 국가의 전략적인 판단이 아니라 우리집 마당에 큰 기관 보내서 더 많은 투자를 해 달라는 소리와 다름없는 것으로 보인다.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특정 지역에 위치한 해양수산부가 국가 장기비전에 바탕을 둔 균형적인 항만 개발전략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5. 항만이 아니라 해양생태계를 보라.

그런데, 이 지점에서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분야가 있다. 해양항만을 제외하고, 수산 및 해양환경, 해운물류분야는 국가적으로 어떤 업무인가? 수산은 업무 성격도 그렇지만 대부분 어업과 어촌에 관한 분야이다. ‘수산물 어획량 확대와 어촌의 현대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고민하는 업무이다. 또한 해양환경 분야는 '연안습지 등 해양보전과 관리, 해상에서 발생하는 기름유출사고 등 오염관리, 연안습지 등 각종 해양조사 등과 관련한 업무이다.

 

앞서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가 해양 환경분야와 전혀 무관한 정치인들이 임명되어도 가능했던 이유는 '환경'은 무시되고, '토목중심으로 사업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어업과 어촌의 전근대적 질서에 의한 폐해는 그대로 남아 있고, 보호되어야 할 해양환경과 생태계는 온갖 개발 사업에 매립되고 간척되어 파괴되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새만금 갯벌 간척사업이다. 세계 5대 갯벌이라는 우리의 역사 문화적 자연자산이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난도질 되었다. 새만금 갯벌을 보호하거나 복원해야 한다고 제대로 주장하는 정치인은 아직도 없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해양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기는커녕 항만 개발에 앞장서왔던 것이 지금까지 해양수산부의 과거 아니었던가? 정치인들의 해양수산부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 아니었던가?

 

윤진숙 장관 후보자가 해녀보다 못하다는 민주통합당의 수준 낮은 인식은 우리 정치권 일반의 해양생태계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6. 해양수산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20081월 생태지평연구소를 비롯하여 환경단체가 경제지상주의를 제일로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의 해양수산부 폐지 결정에 반대 입장(1차 입장 토론회 )을 제출했던 것은 기존 해양수산부의 다양한 공과와 무관하게 해양환경 보전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새만금 갯벌 하나 지키지 못한 해양수산부이었지만, 국토부와 농림부 등 갯벌 간척·매립사업에 열을 올리는 부서와 맞서 해양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중앙부처가 필요하였고, 해양생태계에 대한 체계적 보전과 관리 정책의 강화가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시 1) 해양 생태적 특수성과 가치에 기반 한 전문적이고 통합적 해양행정의 필요성, 2)해양개발정책에 비해 늦게 형성된 해양환경정책의 발전과 정착 필요성, 3)해양수산과 해양환경의 연계성에 기반 한 수산정책의 강화, 4)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를 위한 전문성 확보 및 권한 확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했기 때문에 해양수산부의 폐지 결정에 반대 입장을 제기했던 것이다.

 

다시 해양수산부가 부활하고 장관 후보자가 논의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이 점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해양수산부가 여전히 과거 개발시대와 같이 항만개발을 중심으로 개발주의와 같은 낡은 가치에 기반 한 해양수산부가 아니라, 어업과 어촌을 살리고 해양생태계 보전정책과 전략을 강화하는 해양수산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양수산부가 가능할까? 항만 중심의 개발주의에서 해양환경의 조화로운 보전·관리로의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할까?

 

7. 정략적 접근보다는 빠른 연착륙과 패러다임 전환 필요

사실 민주당을 포함하여 새누리당까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아쉬운 점들이 많다. 해양수산부와 관련 있던 혹은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지역 정치인들까지 들고 일어나 언필칭’ ‘해양전문가인데라는 말을 붙여 장관 후보자 자질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제 솔직해지자. 우리나라 항만 권역이 몇 개이고, 해양분야 GDP가 얼마인지 정확한 숫자를 기억하는 것이 해양수산부 장관 자질 문제를 판가름하는데 그렇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인가? 반대로 우리나라 연안습지보호지역의 관리체계 상의 문제점과 대안을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정치꾼 해양전문가는 얼마나 되며, 또는 현행 어촌계의 전근대적 질서에 의한 어업발전 저해요인과 대안적 정책방향을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정치꾼 해양전문가는 또 얼마나 되겠는가? 실무부서에서 작성한 답변 이외 자신의 해양정책 방향성과 비전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정치인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이는 민주통합당도 인정해야 한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솔직히 새만금 갯벌을 훼손하고 해양수산부를 폐지하였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해양수산 분야에 대해 무지한 장관 후보자운운하는 사실이 놀랍다. 그렇기에 부활한 해양수산부의 방향성에 대한 검토 부재상황에서 국회와 정치권, 그리고 해앙항만 분야의 다양한 문제제기는 유의미한 접근법인지 의문이다.

 

결국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중앙 행정부서, 그것도 이제야 간신히 부활한 해양수산부에서 지난한 장관 논쟁은 해양수산부에 대한 시스템적 접근을 가로막는 것일 뿐이다. 진정으로 해양수산부의 패러다임 전환과 업무 재편을 원한다면, 해양수산부의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통해 항만 중심의 토목에서 해양 환경과 해양 생태계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과 빠른 연착륙을 위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8. 불투명한 해양수산부의 미래

윤진숙 장관 후보자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앞으로 누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혹은 장관이 되든 해양항만에 기초한 해양수산부의 비전과 위상을 정치권에서 단순히 정략적 접근과 판 흔들기로 일관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금은 솔직히 장관이 아니라 해양수산부 자체의 존망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해양수산부의 새로운 출발에는 해양토목에 기초한 항만 중심이었던 기존 해양수산부의 공과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초한, 해양 환경 및 생태계의 보전과 관리, 어업 및 어촌의 현대화를 목표로 둔 해양수산부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관건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향후 해양수산부의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누구와 전환시킬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어야 한다. 이 핵심이 빠진 상태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난한 자질논쟁은 해양수산부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정치권과 민주통합당의 몽니 이상은 아닐 것이라 판단한다. 지금은 빠르게 해양수산부를 정상화시키고, 해양수산부의 방향성을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9. 마무리하며

윤진숙 장관 후보자의 개인 자질 부분은 별로 쓸 말이 없다. 다만 오랜 기간 해양환경 분야에서 대안적 연구를 수행하였고, 현장에서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하는 해양수산부의 수장으로 해양 항만과 해양 수산 분야 종사자가 아니라 해양 환경과 정책분야의 인사를 뽑았다는 사실이 좀 의외인지라 놀라울 뿐이다. 기존 해양수산부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선택이라 판단되고 적절하다 판단한다.

 

그러나 장관 인사 청문회 당시 보여준 윤진숙 장관 후보자의 모습은 이미 대중매체의 놀림감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후보자 본인이 정치적 감각이나 정무적 감각이 부족하거나 소탈한 성격이라 하여도, 이 부분 역시 장관 후보자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할 부분임은 분명하다.

 

또한 국책연구기관의 책임자 위치에 있던 연구원 출신 장관 후보자로서 정치꾼들의 엉터리 질문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했다. 사실 정치꾼들의 비아냥을 들어야 할 정도로 준비를 못했다는 것은, 정치꾼들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예의 부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해양수산부 부활을 위해 움직인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도 적절치 못하였다. 이 부분은 국민에게 솔직히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양수산부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장관 후보자 논쟁이 아니라 해양수산부의 비전과 전망에 대한 논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해양토목 위주의 해양항만이 아니라, 해양 생태계의 보전과 관리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논쟁으로, 바다에 근거한 우리의 삶과 역사, 비전에 대한 전망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그 차원에서 해양수산부의 미래에 진심어린 걱정이 많은 정치권의 건설적인 논쟁과 협력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