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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82일차(04.25)-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흘러가는 노란 희망의 물결


<82일차(04.25) 사진 및 동영상 http://cafe.daum.net/dhcpxnwl >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흘러가는 노란 희망의 물결 -


몸 가누기 힘들게 불어오던 찬바람은 우리에게 그물에 걸리지 바람처럼, 막히면 쉼 없이 돌아가며 흐르는 물처럼 깨어있고, 무엇에도 주저함이 없이 희망을 찾아가라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던 하루였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지난 2001년 세계사회포럼에서는 10만의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는 희망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오늘 여기 희망을 만든느 기도 순례 현장에도 노란 물결이 아무런 거침없이 ‘지금까지와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는 희망의 염원을 만들며 도로에 자신의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노란 몸자보를 부탁한 약 200여명의 순례자들이 귓불을 따갑게 하는 찬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몸을 낮추어 기도순례를 진행했습니다.


몇 걸음 채 옮기기도 전에 징소리 한번 울리고, 퍼져나가던 징소리 끝나기도전에 행렬 앞뒤에서 너나없이 몸을 낮추고 머리를 땅에 조아립니다. 남녀노소도 차이가 없고, 전라도 경상도에서 왔다는 구분도 없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차가운 바람에도 서로 환한 미소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이른 새벽부터 멀리 경상북도에서 온 어린 꼬마들.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시작하더니, 차츰 아무런 말도 없이 진지하게 오체투지를 따라 해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장난스럽습니다. 바닥에 몸을 뉘인 상태이건, 쉬는 시간이건 거침없이 뛰면서 웃음꽃과 아이들 외침이 가득한 순례 현장을 만들었습니다. 비가 온 이후 부는 찬바람도 이 녀석들 놀이에는 아무런 영향도 못 주더군요.


이 꼬마들이 세분 순례자의 어깨를 주무르며 피로를 풀어준다 하니, 최근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신 수경스님. 감기 기운이 도는 전종훈 신부님 등 세분 성직자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집니다.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환해집니다. 이 모습 어디에도 ‘왕자병’과 ‘공주병’에 걸린 허약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꼬마 녀석들뿐만이 아닙니다. 나주에서 오신 어르신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께서 점심시간 이후 순례단에 합류하였습니다. 몸 불편하신 할머니 순례단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이고, 발걸음이 멈추면 기도를 위해 몸을 낮춥니다. 그 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오체투지 순례에는 계산이 없습니다. 오직 나 자신과 사회를 위한 기도만이 있을 뿐이고. 발걸음 한번 옮기면서 ‘변화’에 대한 ‘희망’을 수놓고, ‘지금까지와 다른 나, 지금까지와 다른 사회가 가능하다’는 소리 없는 함성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희망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삶과 사회의 주인으로서 연대를 이루어가는 순례길에 우리의 미래와 희망이 있습니다.
 

몸 가누기 힘들게 불어오던 찬바람은 우리에게 그물에 걸리지 바람처럼, 막히면 쉼 없이 돌아가며 흐르는 물처럼 깨어있고, 무엇에도 주저함이 없이 희망을 찾아가라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던 하루였습니다.

<바람 찬 1번 국도에서의 하루>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기상 예보와 달리 이곳 순례 현장은 바람만이 불어올 뿐이었습니다. 아침 출발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휑한 거리에서 거침없는 바람이 순례단을 기다리더군요.

순례단은 오전 내내 왼편으로는 아파트 군락, 오른편으로는 도심지 재개발 예정지를 지나왔습니다. 도심지 재개발한다고 파헤친 단지에는 사람 손이 닿지 않아서인지 수풀이 우거졌더군요. 재개발 예정지에 홀로 우뚝 서 있는 교회 십자가. 무어라 딱히 표현하기 어렵지만 뭔가 비대칭입니다. 모든 이들의 삶의 기억들이 철거든 현장에 서 있는 십자가.


용인에서 오신 김명석 선생님은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가 환경을 훼손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모든 문제는 인간이 주인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합니다. 김 선생님은 “물신주의, 자본, 소유 등에 최고의 가치를 두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피폐해지고, 인간이 소외받고 있고 사회 전체가 1등주의, 경쟁, 효율, 부에 천착“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엎드려보니 마음 편하고 아무 생각도 없다는 김 선생님은 ”오체투지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의 씨앗“이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안동에서 오신 배용환 님은 “순례에 올까 말까 망설이다 왔다”면서, “다른 할 일도 많을 것 같은데, 이렇게 오체투지를 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배 선생님은 “살면서 뭘 생각하는지가 문제다. 인간의 삶은 다른 생명들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짐이 될 수밖에 없다면 가볍게 되는 삶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몇일 전부터 순례단 위치를 확인하시며 광주에서 오신 이성호 선생님.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상실된 삶을 산다는 것을 제 의지와 상관없이 항상 뉴스에서 확인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생명이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데, 우리 정부는 4대강하천정비사업 등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일으키려 한다”고 지족하고, “실용과 물질, 편의에 길들여진 사회에서는 서로간의 신뢰가 무너진다. 사회적 약자와 존재들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순례단은 오늘 처음으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찬바람이 불고 비가 올듯 말듯 하니 공터에서 식사하기 어려워 순례 중 처음으로 식당을 이용하였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올듯 말듯 하니, 차라리 봄비가 더 간절하고 매력이 넘치는가 봅니다.

오늘 순례는 남평택을 벗어나서 송탄로터리가 보이는 지점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이성호(광주) / 김명석(용인) / 이영선 신부 외 85명(노안성당 전남나주) / 유호명 외 2명(평통사) / 김종완 외 27명(평화동 성당) / 조건균 외 11명(서울경인교사불자회) / 정우식 외 10명(불교환경연대) / 김영식 신부 외 10명(안동 평통사, 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 / 강덕희(공주)님 등이 참여했습니다. 기록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 죄송합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4월 26일(일) : 평택시 지제동 양평 해장국(시작)-평택시 중앙동 S오일(종료)
● 4월 27일(월) : 휴식
● 4월 28일(화) : 정기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최수경(화계사), 세류동성당(수원), 황호명(마중물), 노안성당(전남 나주), 평화동 성당, 김유진(우전성당), 강현숙(우전성당), 선미향 부부(용화사), 수덕사(현성 스님), 김명석(용인), 김영식 신부(안동교구), 명법사(평택) 등이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25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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