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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너희들의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83일차(04.26) 사진 및 동영상 http://cafe.daum.net/dhcpxnwl >

- 너희들의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


4월 26일.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고도 있었고, 진달래보다 더 붉은 피를 흘리며 젊은이들이 쓰려져가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에서는 아이의 희망이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너희들의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기원해 봅니다.

<살고 싶다는 외침>
어제 그렇게 매섭게 몰아치던 바람도 오늘은 웬일인지 잠잠합니다. 햇살맑은 하늘을 보며 ‘봄 날씨 참 변덕 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하루 순례 발걸음은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1번 국도 지제역 인근의 공장 공터. 큰 나무를 배경으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감기기운을 달고 계신 전종훈 신부님. 밤새 잠을 뒤척였다고 하지만, ‘총고용보장, 긴급자금지원’이라는 절박한 구호의 몸자보를 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순례길에 동참하시는 대전에서 오신 부부, 전주에서 오신 참여자분들이 계셔서 일요일 아침 순례길을 가볍게 해주셨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참여하니, 자연스레 관련 이야기들이 꽃을 피웁니다. 역시 쌍용차에서 오신 한 노동자분의 이름이 ‘수경’ 스님과 같아 ‘수경모임’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며 사진을 찍고, 쉬는 시간 길가 앉은 모습에 순례단 몸자보와 ‘쌍용차 살리기’ 몸자보가 서로 어울린 모습 역시 정겹기만 합니다.


쌍용자동차살리기 평택시민대책위 이호성 공동집행위원장은 ‘시민과 함께 쌍용자동차 문제를 왜곡 없이 지켜볼 것이며, 같이 살고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사업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 합니다.

‘사랑 짓는 요십이’는 전주교구 가톨릭 봉사단체인데, 2006년 여름에 20여명의 회원으로 창립되어 지금까지 40여명이 활동하면서 집 없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8채의 집을 지어 주었다고 합니다.


박종구 님은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자연처럼 순리대로 살아가자는 취지로 참여하게 되었다”며, “오체투지는 힘은 들지만 보람 있는 일입니다. 자신의 성찰과 사람에 대한 문제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에 한번은 꼭 경험해 볼 일이다.”고 합니다. 박 선생님은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자, 권력 자들 위주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남을 배려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 하십니다.


국도를 따라 순례길을 나서다보니 참 사나운 모습도 만납니다. 비싼 값을 받고 호사롭게 차를 타고 멀리 이사 가는 나무도 만나고, 도로변 가지치기를 한 나무들도 만납니다. 플라타너스는 생육이 왕성하여 정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하는데, 나무의 모양 형태를 고려하지 않고 가지치기를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여기 인근의 가로수들은 줄기를 자르지는 않았지만 그리 좋은 모양새는 아니더군요.

<아이야 네가 어른이 되면..>
송탄산업단지 입구에서 공터에서 점심식사를 한 순례단. 짧은 휴식을 취하는 사이 날이 바뀌었습니다. 오전 내내 따사롭던 햇살은 온데 없이 구름 끼고 바람찬 오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빠를 따라 나선 아이의 발걸음은 힘차기만 합니다. 입안에 바람 넣어 힘껏 민들레 홀씨에 ‘정리해고 철회’를 기원하는 아빠 마음을 담아 보내기도 하고, 바닥에 누운 아빠 동료 사이를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쉬는 시간이면 아빠가 어디 갈까 곡 붙어 떨어지지 않네요. 아이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 이 아이가 사는 세상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바라는 희망에 대한 기원일 것입니다.

오체투지 순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희망을 말합니다. ‘안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장경훈)’, ‘아름다운 세 세상을 건설하였으면(김수경)’, ‘사람이 사람답게, 사람이 희망이 되는 세상(김주성)’, ‘쌍용자동차 직원이 1명도 정리해고 되지 않기를(이호성)’, ‘상용자동차 정리 해고 철회(이선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창근)’, ‘파괴, 갈등, 차별 등이 사람, 생명, 평화의 가치로 변화하였으면(이경민)’, ‘먼저 나부터 변화하고 세상이 변화하기를 / 세상에 밥이 되기를, 세상 사람들도 서로의 밥이 되는 세상이 되기를(이시희)’, ‘우리 후손들이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에 살기를(최문길)’, ‘최소 1년 전의 민주주의 상태로라도 돌아가기를 / 이 상태에서 더 이상 퇴보하지 않기를(강대경)’,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나부터 착하게 살기를 희망(강대경)’, ‘생명에 대한 겸손한 마음을 갖기를 (강중구)’, ‘조금이나마 자신이 변하기를 (이인헌)’, ‘자연 속에 자연스럽게 살기를(홍성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답을 얻기를(백준현)’, ‘낮아지는 진실된 마음이 세상 사람들에 전달되어 세상이 변화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조영수)’, ‘느림을 배우기를(김행철)’, ‘대운하 건설이 되지 않기를(김형주)’, ‘스스로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사회가 변화하기를(안병인)’, ‘사람 사는 세상(강영숙)’,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희망(유영진)’.

사람답게 사는 것. 너무나 쉬운 말이지만, 그 말을 실현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일을 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회를 구성하지만, 점점 사람대접 받고 살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공존의 가치는 사라지고, 효율과 경쟁이 우선인 시대가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강요되고 있습니다.
 

길가 민들레 홀씨는 희망을 담아 멀리 날아가고, 길을 가는 순례자는 머리 숙여 기도합니다. ‘효율과 이윤이 아니라, 제발 사람을 먼저 바라보고 생각하자’는 절박한 기도. 너무나 단순하고 기본적인 지극한 마음이지만, 너무나 힘든 시대입니다. 먹고 사는 일이 절박하고 마음 흉흉한 세상이지만, 지극한 정성의 지심(至心)의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과 마음이 늘어난다면, 세상은 조금 더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순례는 장당동 장당중학교 인근 4거리의 육교 앞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순례단은 4월 27일(월)과 4월 28일(화) 휴식을 취할 예정입니다. 29일(수)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역사속의 4월 26일>
하나의 월 26일. 세계는 이날을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핵 발전 참사의 날로 기억합니다. 체르노빌 사고가 1986년 발생하였으니 올해로 사고 23주년을 맞는군요. 세계는 이날을 기려 재앙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추모를 하며, 핵 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4월 26일. 당시 20실이던 명지대생 강경대군이 시위도중 백골단이라는 공식적 폭력조직에 의해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고, 그 뒤를 이어 수많은 가슴 아픈, 젊은이들의 분신 항거가 이어졌습니다.


역사는 흘렀지만,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지, 공권력의 폭력조직이라는 백골단도 화려하게 부활하는 듯 하고, 죽음의 에너지라는 핵발전소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 배우고 자랐지만, 실상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보면 그렇게 사람 대접받기는 어려운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정리해고’를 하면서 ‘사람답게 살기’를 포기하라 하고, 노동자에게는 생존의 근거인 ‘노동’을 중단하라 합니다. 그러나 실상 ‘자본’이나 ‘정부’가 뭐 하나 분명하게 책있진다는 소식은 없고, 그 와중에 ‘있는 일자리’는 없애면서, 녹색성장 하면 ‘수십만개의 비정규직’이 생산된다고 자랑하는 모양새가 참 씁쓸합니다.
 

오늘 한 아이의 아빠이며 가장인 노동자 한명이, 무엇이 그리도 신났는지 흥얼거리는 아이를 등에 때우고 오체투지를 하였습니다. ‘먹튀자본’이라는 낮선 단어를 생산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세우게 된 상황에서도, 모든 것은 ‘노동자들이 책임져라’고 배짱부리는 정부로 인해 쌍용자동차 생산직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2천 6백여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될 위기에 처해 있다 합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이창근님은 “쌍용자동차 문제는 상하이 먹튀자본과 정부의 책임”이라 분명히 말하고, 이를 “경기불황의 문제를 아무 잘못 없는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쌍용자동차 문제와 관련하여,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조치의 필요성’에서부터 ‘함께 나눠살자, 덜 받고 자르지 말자는 노동자들의 호소와 1천억의 담보와 고용안정 기금 12억 출연 등 제안’에 대해 회사와 정부, 우리 사회는 어떤 답변을 해야 할까요?

임금 체불 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상황은 말도 아니라 합니다. 현재 임금 700억원이 체불되어 있고, 연월차 수당을 포함하여 1,000억원에 달한다 합니다. ‘가정생활이 거의 안되고, 보험해약에 아이들 유치원도 못 보내는 가정도 있다 합니다. 회사가 법정관리이니 노동자들은 마이너스 통장도 못 만든다 하네요.

이창근 님은 ‘노동자들은 관두고 싶어도 억울해서 못 관두는 상황’이라 합니다. ‘사람을 자르지 않고, 일자니 나누고, 임금 나누고 함께 살고 다시 해보자’고 호소할 뿐입니다. 그렇지만 정부의 강경투쟁 유도가 오히려 더 걱정이라며, 상생의 대안을 모색하겠다 합니다.

말괄량이 같은 네 살의 아이는 오체투지하는 아빠 옆에서 무엇이 그리도 신났는지 뛰어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도로에 엎드린 아빠 등에 올라타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 옆에 누워보기도 합니다. 이창근 님은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기분 좋게 함께 했을 것”이라며, “상황이 어려워,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미래 자체가 어두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합니다.

이 아이가 아빠의 나이가 되면, 그 때는 생존의 근거인 ‘노동’이 소외되지 않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인식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쌍용자동차 문제가 잘 해결되어 수많은 가장들과, 그 가장을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의 미래가 거리에서 소멸되지 않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결되기를 기원합니다.

하루의 순례가 시작되던 순간. “사람, 생명, 평화의 길. 딱 우리한테 맞는 말이다.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생명을 버리지 않게, 서로 평화롭게 해결하자”고 말하던 한 노동자의 혼잣말이 기억되는 하루입니다. 그렇게 오늘 한 아이를 바라보며 기도합니다. “너희들의 세상은 제발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이재원 외 9명(라디오인) / 박용훈(서울) / 박종구 외 4명(사랑짓는요십이 전주) / 이경민, 이시희(대전) / 김용환(평택) / 장경훈(화성) / 이창근 외 4명(쌍용시민대책위) / 조영수 외 1명(전주) / 이웅재 외 7명(충북생명평화광장) / 유영진 외 1명(의왕) / 최정옥(평화동성당) / 김형주 외 1명(평화센터 평택) / 안병인(수원교구청년성서모임) / 강현석 외 1명(서산) 등이 함께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4월 29일(수) : 평택시 중앙동 장당중학교 앞 육교(시작) - 평택시 진위면 비행장 삼거리(종료)
● 4월 30일(목) : 평택시 진위면 비행장 삼거리(시작) - 오산시 갈곶동 동부2차 APT 맞은편(종료)
● 5월 01일(금) : 오산시 갈곶동 동부2차 APT 맞은편(시작) - 오산시 오산여중 앞 삼거리(종료)
● 5월 02일(토) : 오산시 오산여중 앞 삼거리(시작) - 오산시 세마동 오솔휴게소 맞은편(종료)
● 5월 03일(일) : 오산시 세마동 오솔휴게소(시작) - 화성시 반정동 수원시 경계 전(종료)
● 5월 04일(월) : 화성시 반정동 수원시 경계 전(시작) -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근처(종료)
● 5월 05일(화) : 휴식
● 5월 06일(수) : 구간조정일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이경민 이시희(대전), 김효순(평택), 김형주(평화센터), 유영진(의왕), 송현성당이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26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