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습지 해양

OHI 지수를 통해 바라본 우리 '갯것'에 대한 작은 생각


'바다. 연안. 해양. 해상'. 우리에게는 낯선 말이면서 친숙한 말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나라에서 '바다'가 낯설다는 표현도 사실 이상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육상'에 비해 '해상'은 여전히 우리에게는 미지의 공간이며, 두려움의 공간이며, 천시의 공간이다. 


통칭해서 '연안의 모든 것을 얕잡아 부르는 말'로 '갯것'이라는 표현이 있다. 원래 '갯것'은 사전적으로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서 나는 물건'을 뜻하는 말이다. 여기서 '갯'은 원래 어원적으로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을 지칭하는 '갯'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여간 '연안의 모든 것을 통칭해서 얕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갯것'에는 '사람'도 포함된다. 이보다 더 많이 보급(?)된 말에는 '뱃놈'이라는 표현이 있을 것이다. 


세계사에서 바다를 개척(?)하는 어민의 중요성은 간과되기도 하지만,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수 없다.  반면 우리의 경우 어업은 울산반구대암각화에서 볼수 있듯이 신석기 혹은 청동기 시대부터 어업이 진행되어 왔지만, 그 중요성은 간과되어 왔다. 심지어 조선시대에는 사농공상의 신분제 속에서 '어민'은 '갯것 혹은 뱃놈'이라 불리면서 최하위 신분으로 천대받았다. 더욱이 당시까지만 해도 앞선 문명의 일정 부분이 육상을 통해 전파되는 사회라는 점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대륙통로가 열린 사회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런 세간의 시선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다만, 한반도 격변기 속에서  대륙으로 진출하는 통로가 막히고, 무역을 주 업으로 삼으면서 해양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는 점이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역시 무역업이 중심이었지, 해양 생태 및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무역통로로의 '바다 혹은 해양'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해양 생태'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여전히 '바다'는 인간에게 미지의 공간이며, 인간의 삶을 영유하는데 있어 의존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과거에는 '해양생태계 관리'라는 인위적 개입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였지만, 최근에는 '바다 생태계의 상태'에 관한 조사와 정확한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바다 혹은 해양'과 관련한 용어 중에서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가 있다.  '해양 건강도 지수 (Ocean Health Index : OHI)'도 그 중에 하나다. 전 세계 바다가 어느 상태인지를 10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제도이다. 한국에서도 해양환경관리공단 등을 중심으로 유사한 제도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OHI는 국제 비영리 환경 보호 단체인 컨저베이션 인터내셔널(CONSERVATION INTERNATIONAL)과 뉴잉글랜드 수족관(NEW ENGLAND AQUARIUM),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타바버라(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TA BARBARA), 생태계 건강도 조사 그룹(ECOSYSTEM HEALTH WORKING GROUP),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Society) 등이 공동으로 연구 개발하여, 2012년 8월에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한 지수이다. 


OHI 지수는 전 세계 171개국의 해안(배타적 경제 수역. 排他的經濟水域, Exclusive Economic Zone, EEZ. 유엔 해양법 조약에 근거해서 설정되는 경제적인 주권이 미치는 수역)의 해양생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연구 결과 이다. 


OHI지수에서 특이한 것은 '인간'을 바다 생태계의 일부로 평가하고, 바다의 지속가능한 이용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라는 관점을 반영하였고, 평가항목으로는 10가지 항목을 설정하였다.  전체 합계 100점 만점으로 2012년 8월 발표한 결과로는 전세계 해양 건강도 지수는 60점으로 제시되었다. 10가지 평가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식량공급(Food provision) 

 2.

 영세어업의 가능성(Artisanal Fishing Opportunities)

 3.

 해양생산물(Patura Products)

 4.

 생계수단과 경제(Coastal Livelihoods & Economies)

 5.

 관광 및 여가(Tourism & Recreation)

 6.

 장소 이미지(경관)(Sense of Place)

 7.

 탄소저장량(Carbon Storage)

 8.

 연안보호(Coastal Protection)

 9.

 해수 상태(Clean Waters)

 10.

 생물다양성(Biodiversity)


해당 항목에 대한 세계 평균은 아래 그림과 같다. 



세계 평균 지수는 60으로, 식량공급(Food provision)은 24, 영세어업의 가능성(Artisanal Fishing Opportunities)은 87, 해양생산물(Patura Products)은 40, 생계수단과 경제(Coastal Livelihoods & Economies)은 75, 관광 및 여가(Tourism & Recreation)는 10, 장소 이미지(경관)(Sense of Place)은 55, 탄소저장량(Carbon Storage) 75, 연안보호(Coastal Protection) 73, 해수 상태(Clean Waters)는 78,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은 83을 나타내고 있다. 


1위는 86점을 받은 미국령 무인도 자비스섬(남태평양 어딘가에 존재)에 돌아갔고, 36점을 기록한 시에라리온(Republic of Sierra Leone. 아프리카 대륙 서부 대서양 해안에 위치. 시에라이온을 비롯한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선 개발국가의 수산자원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공론화 된지 오래되었음)이 최하위에 올랐다.



세계 평균이 60인 상황에서,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불행히도 점수 50으로 세계 171개 국가 중에서 114 번째로 평가되었다. 



한국에 대한 평가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지수는 50으로, 식량공급(Food provision)은 54, 영세어업의 가능성(Artisanal Fishing Opportunities)은 96, 해양생산물(Patura Products)은 76, 생계수단과 경제(Coastal Livelihoods & Economies)은 88, 관광 및 여가(Tourism & Recreation)는 04, 장소 이미지(경관)(Sense of Place)은 55, 탄소저장량(Carbon Storage) 0, 연안보호(Coastal Protection) 0, 해수 상태(Clean Waters)는 68,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은 53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이 한국 정부와 관계자들에게는 불만일 수 있다. 그리고 일부 항목은 평가의 사유가 궁금한 부분도 있다. 연안보호와 관련하여, 국내에는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MPA)라고 해서 12곳의 습지보호지역 12개, 6곳의 해양생태계보호구역이 지정 관리되고 있음에도 0점을 받았다는 점에서 세부 내용이 궁금하기는 하다. 

다만 세부 내용을 보면, 연안보호(Coastal Protection) 항목이 0점을 기록하였는데, 아래 그림처럼 세부항목으로 '압력, 상태, 회복'의 3단계로 각각 구분되어 압력 지수는 40, 상태지수는 0, 회복 지수는 70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중 상태(Status) 항목이 0으로 된 부분은 다소 현실태와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염습지(Salt Marsh Area)나 해초(Seagrass Area) 등에 대한 해석이 '0'으로 처리된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다만 '회복(Resilience)' 부분은 '생물다양성협약 서식지(CBD Habitat),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s Coastal), 거버넌스 수준(Quality Of Governance), 물과생물다양성(CBD Water)' 관련 부분은 스코어 '70'으로 적절한 평가라 판단된다. 

이 부분은 앞서 해양보호구역 현황을 생각해보면 될 듯 하다. 염습지 부분 '0'로 평가된 부분은 '갯벌을 비롯한 연안습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낮은 인식과 관리현황을 보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솔직히 한국의 연안습지는 보전의 공간이기보다는 개발의 공간이었던 것이 그동안의  국가정책 방향이었다. 새만금이 대표적 사례이다.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해서 정부는 솔직히 할 말 없다. 이런 나라의 해양 정책을 이정도라도 평가해준 것은 감사할 일이다. 


세계 종합평가와 한국 평가의 스코어 비교에서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전반적으로 세계 평균과 비교하여 낮다는 것은, 연안을 비롯한 바다가 바람직한 관리 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일부 항목에서 적절한 평가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런 부분은 세계적인 일제 조사 기준과 우리의 기준이 어떻게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런 부분의 평가 항목과 기준은 앞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다. 


다만 OHI 지수에서 보여지듯이 바다는 이제 '인간사회와 별다른 미지의 공간'이 아니며, '인간사회의 경제적 활동공간으로서의 바다'도 아닌, '바다 생태계에 포함된 인간 사회'라는 관점으로 살펴보는 것은 새로운 유의미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OHI는 절대적으로 객관성을 담보하거나 각국의 특수한 해양환경 및 정책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지표로서 현 시점에서의 다목적 관점에서 바라본 해양생태계의 현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우리의 특성과 상황을 반영한 지표의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런 평가에 기초하여 '연안을 포함한 바다'가 우리 인간사회에 주는 혜택에 대해 새롭게 평가하고 조사하는 노력들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해양수산부가 부활한 우리 사회에서, 바다와 해양을 무역통로만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문화적 접근에서부터 생태적 접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근과 조사 노력이 하층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갈수록 연안에 대한 개발 압력이 높고, 모든 것을 경제적 재화로 중요성을 판단하는 사고와 정책이 위력을 발휘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 살고 있다. 바다와 연안이 우리 삶에 어떠한 혜택과 편익을 주는지, 해양생태계가 어느 상태에 있는지 정확히 조사하고 판단하는 것이 연안을 포함한 바다의 보전과 지속가능하면서도 현명한 이용에 이르는 지름길일 것이다. 


'갯것'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우리는 여전히 정확히 판단을 못하고 있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조개의 무늬에서 중국 연안의 지질과 북한 연안의 지질을 다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바다와 연안을 무시하고, 우리 '갯것'을 무시하면 우리 밥상이 달라진다. 밥상이 변하면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 우리의 온전한 삶을 위해서는 우리 '갯것'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 참고자료 

OHI 지수 홈페이지 : http://www.oceanhealthindex.org/

OHI 지수 한국 : http://www.oceanhealthindex.org/Countries/South_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