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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81일차(04.24)- 거기 평화를 선택한 마을 하나 있었다.


<81일차(04.24) 사진 및 동영상 http://cafe.daum.net/dhcpxnwl >

- 거기 평화를 선택한 마을 하나 있었다. -


거대한 것, 국가니 세계니 그런 힘 아니라, 평화는 / 풀꽃 하나 어린 새 한 마리 품어 몸 적시는 일 / 그 가슴에서나 싹트는 연둣빛 혁명 / 우리 모두 봄비처럼 달려가자 / 민들레 꽃씨처럼 하늘 가득 달려가 / 몸 내리자 / 몸 내리자 (백무산. 풀씨처럼 가야 할 땅)

<진짜 봄이 시작된다.>
오늘부터 순례단이 지나는 평택은 '평화를 택하라'는 외침 속에 들녘이 울던 지역입니다. 지난 2007년 3월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이 이주하기까지 4년 동안 전쟁기지를 반대하며, 평화를 택하였던 마을과 사람들의 외침이 있던 지역입니다. 비록 지금은 잠시 그 들녘의 봄날을 빼앗겼으나, 도처에 평화를 염원하는 황새울이 있고, 황새울 지킴이들은 여전히 평화를 염원하는 작은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대추리 이주민은 순례길에 몸을 함께 뉘이며 '평화의 그날, 다시 대추리로 돌아가자는 기도를, 대추리에서 함께 했던 날을 잊지 않기 위한 기도'를 드립니다.


오늘 참 추웠습니다. 하루 일정을 시작하는 안성천교에 도착하니, 봄날 강바람이 차가워 옷들을 껴입기 바빴습니다. 오늘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하루 종일 하늘에는 햇살이 보이지 않고 구름 끼고 바람찬 날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 모포를 두르고 체온을 유지하기 바쁩니다. 오늘 추위는 점심 무렵 잠시 따스해지더니, 오후에는 다시 빗방울로 바뀌었습니다. 이 비는 내일까지 계속된다 하여 진행팀은 하루 하루의 순례가 걱정될 뿐입니다.


이제 들판에 진짜 봄이 오고 있습니다. 어제 소식을 전한 것처럼 봄비가 내린 이후 들녘에는 한해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분주한 손길이 보입니다. 곳곳에서 못자리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고, 물 댄 논들이 보입니다. 황규관 시인은 평화를 선택하였던 마을 '대추리와 도두리' 관련 산문 글에서 '논에 물 댈 때가 진짜 봄이다'라며 사람이 대지와 교신하는 농사철 물댄 들판과 군사기지를 위해 철조망을 친 들판을 비교하라 외쳤습니다. 천지의 순리를 따라 생명을 일구는 모습과 전쟁의 모습을 어찌 같을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여간 이제 진짜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순례에 인근 화성에서 오신 화성오산생명평화포럼의 장경훈 선생님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자원봉사와 '생명의 강 순례'과 '생명평화탁발순례' 참여를 계기로 생명평화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자원 낭비를 줄이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생활속의 생명평화를 실천하는 길'이라는 장 선생님은, 오체투지를 해보니 "편안하다. 자기 자신이 대지와 수평을 이루며, 땅과 한 호흡을 이룬다다. 그래서 몸이 힘들지라도 마음은 편안하다"고 합니다.


평택 흥사단에서 활동하는 이상애 님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생명의 존엄성이 망각돼 가고 있다. 생명보다는 자본의 논리로 각종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 시기야말로 자연을 닮아가는 것,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 선생님은 "평택은 평화의 중요성을 어느 고장보다 더 질실하게 느낀 곳"이라는 말로 평택을 소개하셨습니다.

<어디를 가나 재개발하는 나라>
오후가 되니 빗방울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오늘은 밤중에야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들었던지라 미처 우의를 입지 못한 참가자들과 순례자들 바닥의 빗물을 쓸어가는 형국입니다.


오늘 오후 순례 중에 평택 소사동 지역의 도심 재개발 예정지를 지났습니다. 이 지역은 개발이 결정되면서 약 400여 가구가 이주 및 철거되었다 하더군요. 현재는 교회 및 병원 등 주요 건물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철거된 상태였습니다.


내부에서는 건물 잔해들을 철거하는데, 외부 차단벽의 화려한 미사여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21세기형 GLOBAL 문명도시, 세계 최대의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시범도시로써 풍수 지리적, 인문, 자연, 지리적 요소를 근간으로 한 지속가능한 자립형 신도시의 기능을 갖추고...' 요즘 '녹색성장'처럼 '인기 있는 좋은 말은 다 조합' 했더군요. 서울의 경우 뉴타운 개발에서 원주민의 신도시 정착율이 20%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데, 원주민의 삶이 배제된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외침은 대추리와 도두리, 용산에서도 울리고 있었습니다. “점유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강제 퇴거, 괴롭힘, 또는 기타 위협으로부터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점유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사회권규약 ‘일반논평4’ 조항이나, “당사국은 어떠한 강제퇴거, 특히 대규모 집단이 관련된 강제퇴거에 앞서 강제력 사용의 필요성을 피하거나 적어도 최소화시키기 위해 관련자들과의 협의 하에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규정한 ‘일반논평7’은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예외인 듯 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나라에서 “강제퇴거가 인권에 대한 중대한 위반(1993년. 유엔 인권위원회도)”이라고 선언. 다시 살펴보게 됩니다.

아침부터 찬바람 불어오니 순례자들의 건강도 좋지 않습니다. 수경스님은 갈수록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한 걸음 한 걸음 기도 순례를 하면서도 몸을 대지에 뉘일 때마다 격한 소리를 토합니다. 오늘은 전종훈 신부님도 무릎이 좀 이상하다며 쉬는 시간마다 계속 무릎만 만지고 있어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내일은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걱정일 뿐입니다. 오늘 오후 순례는 안성천교에서 시작하여 천혜보육전 4거리 전방에서 종료되었습니다.

하루 순례를 마친 순례단은 식사 이후 쌍용자동차 노조와의 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오늘 자리는 평택지역의 가장 현안인 쌍용차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노동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자본을, 생명이 아닌 물질을, 평화가 아닌 대립과 전쟁을 선택하는 사회에서, 사람을 중심에 둔 가치의 실현은 요원해 보입니다. 삶의 근간이 되는 노동의 권리 자체가 배제되고, 모든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이윤을 중심으로 판가름되고 있습니다. 쌍용차 문제와 관련하여 지역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각계에서 합리적 제안은 한 바 있기에, 관련 사안이 슬기롭게 해결되고, 가장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근간으로의 노동이 계속되기를 기대합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이효재(대전) / 최광식(인천) / 장경훈(화성) / 신종원, 강상원, 이종규(평택연대) / 이상애 외 6명(평택흥사단) / 강덕희(공주) / 김호영(안산)님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4월 25일(토) : 평택시 비전1동 현대 자동차(시작)-평택시 지제동 양평 해장국(종료)
● 4월 26일(일) : 평택시 지제동 양평 해장국(시작)-평택시 중앙동 S오일(종료)
● 4월 27일(월) : 평택시 중앙동 S오일(시작)-평택시 진위면 비행장 사거리 300m 앞(종료)
● 4월 28일(화) : 정기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평택지역자활센터, 김선희(평택화성생협), 김영옥(범민련후원회), 안젤라(비전동 성당), 안나(비전동 성당), 명법사 등이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24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