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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고요롭고 평화롭던 순례. 드디어 천안에서 1번 국도 진입.


<69일차(04.12) 순례 사진 및 신규 동영상 소식 http://cafe.daum.net/dhcpxnwl >

- 고요롭고 평화롭던 순례. 드디어 천안에서 1번 국도 진입. -


마을 수호신이었던 당산나무가 사라지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동네 풍습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상생과 지혜의 그늘'을 나눠줄 큰 나무를 찾아가는 순례길에서, 나 자신을 바로 세우고 사회를 바로 세우길 염원하는 기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길에서 사람과 생명, 평화의 길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부활절 아침 풍경>

부활절 아침. 출발준비를 하는 시간에 수경 스님이 편지 한 장을 진행팀에게 전해주더군요. 무슨 내용인가 살펴보니, 부활절을 맞이하여 '성바오로딸수도회 여주 공동체'에서 오체투지 순례단에 보내는 격려 편지였습니다.


그 내용이 고맙고 감사하여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세상에 참 생명을 주기 위해, 당신 목숨을 바치셨던 그리스도처럼 사람과 생명과 평화의 길을 위해 이 땅을 품으시는 오라버니들!! 세상 모든 피조물과 함께 부활을 축하하며 계속되는 순례의 여정을 기도로 함께 합니다!!"

순례단이 부활절에 머문 전의성당에는 오랜 시기 풍랑을 거친 듯 한 큰 나무들이 있습니다. 특히 무려 290년 된 느티나무와 버드나무가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290년. 오랜 세월입니다. 더 오랜 나무들이 우리 주변에 있기도 하지만, 짧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셈법으로는 참 오랜 세월입니다. 이른 아침 수경스님과 전종훈 신부님은 나무가 참 좋다며 주변을 산책하시더군요.


이 나무가 처음 자리한 약 300년 전 한반도는 정쟁이 가장 심했던 시기라고 합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나무들은 말없이 동네어귀를 지키고 있었을 것이고, 지금도 성당 어귀에서 마을이 도시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볼 것입니다. 이렇게 마을을 지켜주던 큰 나무가 있듯이, 우리 사회를 말없이 지켜보며 '상생과 지혜의 그늘'을 나누어 줄 큰 나무를 찾아봅니다.

<꽃길에서 진행된 오전 순례>

부활절을 맞이하였지만 순례의 여정은 한결같습니다. 오늘도 사람의 갈걸음으로 생명의 눈으로 평화의 마음으로 순례길을 재촉할 뿐이며, 대지에 더 낮은 자세로 귀의해 내 안에 있는 속도와 물질과 경제의 삼독을 버리려 노력할 뿐입니다. 그 길을 이제 햇살과 바람과 봄꽃이 함께하고 있으며, 이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들이 함께 결사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광덕면 대평리 원덕교에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어제 호사스러운 길을 갔노라고 말씀드렸지만, 오늘도 오전에는 봄꽃이 만발한 작은 시골마을을 통과하였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길이었습니다. '고향의 봄' 노래에서 나오듯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 노랫말처럼 봄날을 알리는 복사꽃이 마을 이곳 저곳에 피어있었습니다. 주변 산에는 진달래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도로변에는 벚꽃이 봄을 알리는 길을 지나왔습니다.


아침 출발에는 대전에서 오신 가족, 서울에서 오신 '라디오인(www.radioin.kr)' 관계자, 서울에서 오신 시민분 등이 함께 하였습니다. 라디오인 진행자인 손오공 님은 "순례를 계기로 살아있는 양심들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며, "한줄기 바람과 물방울이 점점 모여 불어나듯이 많은 분들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오전에는 구23번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광덕면 행정리 초입까지 진행하였습니다. 이 길은 주변에 1번 국도 및 23번 국도가 있어 다행히도 왕래하는 차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정신 하나 없던 오후 순례>

일요일인지라 비어있는 행정초등학교에서 점식식시와 휴식을 위한 순례단은 다시 행정리 초입에서 오후 일정을 시작하였고, 순례가 마무리될 시점에서 1번 국도에 진입하였습니다.

오후에는 문규현 신부님을 비롯하여 전주 평화동 성당 신자 등 새롭게 몇 분이 더 순례에 참여하였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순례길에 나선 초등학생, 장난스러운 표정도 잠시 진지한 표정으로 반배를 하다가 조용히 한 걸음 한 걸음 대지에 몸을 뉘입니다. 자신의 몸을 낮추고 생명의 땅을 품에 안은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될 때, 지금보다는 조금 더 생태적 가치와 감성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생태적 가치와 감성이 배제된 사회가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 태양의 자비와 바람의 손길을 중요시하는 사회를 기원해봅니다.


정오경부터 따가워진 햇살에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주어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오후에는 쉽게 달구어지는 아스팔트에서 지열이 올라와 땀을 많이 흘리는 세분 성직자분들의 건강이 걱정입니다. 특히 수경스님은 무릎이 좋지 않아, 열을 받은 근육을 풀어주고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얼음찜질을 하곤 합니다.


순례단은 지난 얼마간 공주시 지역에서 23번 국도를 이용하여 순례를 지속하였는데, 오늘 오후에 진입한 1번 국도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늘 1번 국도에서 차량 통제를 진행하였던 진행팀은 '꽃길은 끝나고 전쟁 같은 길이 시작됐다."고 하루 소감을 정리하더군요.


1번 국도 진입 삼거리부터 차량이 정체되고,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순례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차량으로 인해 금방 도로는 차량으로 넘쳐났습니다. 정신 하나 없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게 차량이 많았던 길이지만, 순례에 참여한 분들은 미동 하나 없습니다. 오직 한 걸음과 한 번의 기도에 집중하고, 사람의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길을 갈 뿐이며, 오직 나를 바로 세울 뿐입니다.


오늘 참가한 순례자 중 한분은 어느새 신발 밑창이 떨어져 나갔더군요. 다른 분들도 "트럭소리 겁나지 않고 단지 내 숨소리만 들린다.", "편안하다.", "땅과 하나되는 느낌", " 못 느꼈던 것(차소리, 땅의 기움, 냄새)을 세밀하게 느낌"이라고 합니다.


대전에서 오신 이기웅 님은 "사람과 생명에 대한 존중과 귀함을 나누고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임한다. 사회가 폭력적인데 순례단의 취지를 많이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광주에서 오신 임삼숙 님은 순례에 "매일 참가하기 어렵기에, 새벽마다 사람과 생명, 평화를 위한 108배의 기도를 한다."며, "속도전에 익숙한 일상과 달리 천천히 기어보니 함께하는 사람들도 돌아보게 된다."고 합니다. 익숙한 속도의 빠름에서는 느끼지 못하였던 자신과 타인의 숨소리, 바람소리를 느낀다면,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극정성의 기도가 모아진다면 세상은 조금 더 평화롭게 변할 것입니다.


오후 순례는 1번 국도 백제휴게소 건너편 주유소 초입에서 종료되었습니다. 순례단은 앞으로 1번 국도를 이용하여 천안시를 통과할 예정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김병권 외 10명(라디오 인) / 조홍택(서울) / 정수 스님, 남전 스님(영평사) / 유임경(파주) / 이경민 외 1명(대전) / 이기웅(대전) / 임삼숙 외 2명(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 최정옥 외 2명(생명평화마중물) / 보리심 외 2명(용인) / 강현석 외 2명(서산) / 이상규 신부 외 5명(전의 성당) 등이 순례에 동참했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4월 12일(일) : 광덕면 대평리 원덕교(시작) - 1번 국도 현대오일뱅크(종료)

● 4월 13일(월) : 1번국도 현대오일뱅크(시작) - 소정면 대곡리 3거리(종료)

● 4월 14일(화) : 휴식

● 4월 15일(수) : 소정면 대곡리 3거리(시작) - 구룡로터리 LPG주유소(종료)

● 4월 16일(목) : 구룡로터리LPG주유소(시작) - 천안대로 신성미소지움APT 101 건너편(종료)

● 4월 17일(금) : 천안대로 신성미소지움APT 101 건너편(시작) - 신부초등학교 건너 S-Oil 주유소(종료)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이경민(대전),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전의성당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천안경찰서에서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 차량통제를 지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12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