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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2012년. 희망은 기다리지 않는다.


/ 명호(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어렵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살이가 어렵다. 누구나 최선을 다해 살지만, 한해 살림살이를 넘기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시점에 어떻게 살았는가를 반추하고, 앞으로의 남은 삶을 예상한다는 일은 참 어렵다. 

대통령의 신년화두 ‘임사이구(臨事而懼)’
이명박 대통령은 올 2012년 임진년(壬辰年)의 신년화두로 논어에 나온 말로, 중용의 자세를 뜻하는 ‘임사이구(臨事而懼)’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말 그대로 해석하자면 ‘어려운 시기, 큰일에 임하여 엄중한 마음으로 신중하고 치밀하게 지혜를 모아 일을 잘 성사시킨다’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청와대 대변인은 ‘많은 변화와 불확실성이 예상되는 2012년에 신중하고 치밀하게 정책을 추진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선정한 화두이니 곧이곧대로 믿고 싶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같지 않아서인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08년은 ‘화평한 시대를 열고 해마다 풍년이 들도록 함’이라는 뜻의 ‘시화연풍(時和年豊)’, 2009년에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잘못됨을 고침’이라는 뜻의 ‘부위정경(扶危定傾)’, 2010년에는 '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 오랫동안 안락을 누림'이라는 뜻의 '일로영일(一勞永逸)', 2011년에는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냄'이라는 뜻의 '일기가성(一氣可成)'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현 정부는 2008년 선진일류국가 5대 국정지표 발표 및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하였지만, 경제성장률은 2.9%로 바닥을 보였다. 2009년은 부자 감세로 나라 살림이 적자로 전환했고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을 국민의 반대속에 강행하였다. 그리고 G20 정상회의의 경제적 효과가 24조원에 달한다고 자랑하던 2010년 서민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아우성이었다. 2011년은 나라의 경제주권이 FTA 날치기 통과 속에 사라졌고 국민 45%가 하층민으로 인식한다고 답하였으며, 곳곳에서 4대강 공사의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의미의 신년화두 ‘파사현정(破邪顯正)’
현실의 살림살이와는 정반대로 나타난 대통령의 신년화두 사자성어를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편하지 않은 것을 넘어 화마저 일어난다. 비단 이런 마음은 필자뿐만이 아닌 듯하다. 교수신문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매해마다 사자성어를 선정하여 발표하였는데, 2012년의 사자성어는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택하였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이란 용어는 중국 송나라 때의 임제종 승려였던 대혜 스님의 일화에서 시작되며,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올해 치러지는 총선으로 사악한 무리를 몰아내고 옳고 바른 것을 바로 세웠으면 하는 희망을 담았다”고 말했다. 또한 ‘대선과 총선이 예정된 올해 ‘편법’이나 ‘꼼수’ 대신 ‘정의’가 바로 섰으면 하는 마음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교수신문은 앞서 2011년에는 ‘현 정부 들어선 이래 관권이 인권 위에 군림하고, 부자가 빈자 위에 군림하며, 힘센 자가 힘없는 자를 핍박하는 불행한 사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서 새해에는 나라의 근본인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시행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중국 사서삼경 중 ’맹자‘편에 나오는 ‘민귀군경(民貴君輕. 백성이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을 선정한 바 있다. 또한 2010년에는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겨우 숨겼지만 꼬리가 드러나 보이는 모습)‘를 선정하면서 ’진실을 공개하지 않고 숨기려 했지만 거짓의 실마리가 이미 드러나 보인다는 뜻‘으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한 바 있다. 

2012년! 무엇을 바꿀 것인가? 
세상살이가 쉽지 않은 처지의 사람으로서 앞서 두 개의 신년화두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교수신문에서 2011년 사자성어를 선정하면서 두 번째로 많이 선정된 사자성어가 ‘생생지락(生生之樂)’이었다고 한다. 갈수록 부정의가 판치고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는 세상살이의 어려움 속에서 ‘살맛나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반증한 것이라 하겠다. 사실 누구나 ‘살맛나는 세상’을 꿈꾼다. 그것이 비록 물질적인 것에 머물지라도 세간 살림살이가 어려워질수록 누구나 희망을 꿈꾸며, 함께 위로받고자 한다. 

사실 2012년 희망을 이야기 하던 즈음인 2011년 세밑에 우리 사회 민주주의 운동사의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던 한 정치인이 영원한 안식의 길을 떠났다. ‘민주주의자 김근태’. ‘그의 이름은 민주주의’라 불리었으며, ‘이 땅의 민주주의는 그의 고난을 먹고 자랐다’는 평가를 받던 분이다. 그의 영혼과 육신을 고문하였던 ‘고문기술자’가 ‘심리전문가’라는 말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궤변을 늘어놓을 때조차 ‘진실로 용서하지 못함이 괴롭다’고 고백했던 그는 2012년 희망을 이렇게 덤덤하게 말하였다. “운 좋게 내년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희망은 기다리지 않는다. 희망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 혼자만이 잘 살겠다는 희망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가는 세상을 위한 꿈이 바로 희망이다. 이제 한반도의 미래 운명을 가늠할 2012년과 2013년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격변기를 거치는 한반도의 미래는 바로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의 결정에 달려있다. 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2012년 희망을 만들어가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