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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환경부 얼마나 더 망가지려나..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원장 자승 스님)이 지난 23일 오전 9시 '긴급종무회의를' 열어 지리산 화엄사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토지사용 승인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하였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조계종은 “환경부의 시범사업이 최종 결정되는 6월까지 구례군과 화엄사, 환경위원회가 환경영향평가 등 사업 타당성 논의를 이어가되, 만약 종단과 환경위원회의 뜻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에는 승인을 철회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총무원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환경위원회는 14명 위원 일괄 사퇴 성명을 발표했다.

세세한 이야기를 다 하기 힘들나, 환경부의 결정도 그렇고 조계종의 결정도 가당치않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합리적 근거 없는 결정이다. 대한불교 조계종단의 권력지향성이나 혹은 생태적 가치에 대한 무관심이야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보호지역 관련한 제도 중 백두대간 보호구역의 43%를 차지하는 국립공원도 이미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으니 더 이야기할 것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본말이 전도되고, 개념과 가치가 상실된 시대라하지만, 명색이 '환경부'라고 하는 집단이 케이블타 촉진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가? 환경부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지 추진 일정’을 살펴보면, 환경훼손 논란때문에 지난 10년간 지속되었던 케이블카 관련 논의를 단 3개월 안에 결론 보겠다고 한다. 

환경부가 언제부터 국토해양부 방식으로 일을 이렇게 밀어부치기 시작했나? 환경부라는 집단이 동네 양아치 집단도 아니고, 강정마을 주민들 내몰고 있는 해적 비슷한 집단도 아니고, 언제부터 환경부가 이렇게 안하무인격으로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나? 보호해야 할 곳은 무시하고, 보호하지 말아야 할 정책은 추진하고.. 

3개월은 솔직히 말해서 7개 사업(지리산국립공원 4곳, 설악산국립공원 1곳, 월출산국립공원 1곳)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초안 검토도 불가능한 시간이다. 4대강 삽질처럼 그냥 마지노선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발상 이상은 아니다. 

환경부가 4대강 삽질에서 전광석 같은 속도로 사전환경성검토 및 환경영향평가를 개판으로 치룬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일도 그렇게 하려나 보다. 아주 자신감 붙은 듯 하다. 환경단체에서 밥을 먹고 있는 처지에서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솔직히 환경부가 도대체 얼마나 더 망가질 것인가? 앞으로 관심 있게 두고 볼 일이다.

환경부 장관은 무슨 일 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환경부는 국토해양부 2중대 비슷하게 움직이면서, 환경단체들 내부에서는 환경부 존재론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부' 위상으로 환경부가 존재하나, '청' 위상으로 '환경청'이 있으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더 심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환경부+국토해양부'를 통합하자는 이야기도 한다. 국토해양부 산하 부서에 '환경과' 정도로 축소해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환경부에서 새가 빠지게 일하는 공무원분들이 들으면 섭섭하다고 할 지 모르나, 환경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이미 그렇다. 이것은 일종의 대중적인 자자형벌(刺字刑罰)이며 조롱의 형벌이다. 지금이라도 거리에 나가서 환경부의 존재감에 대한 평을 들어보시라. 대중들은 환경부에 대해 뭘 더 어떻게 직접적으로 체벌을 가할 권한은 없지만, 조롱이라는 무기로 환경부에 벌을 주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의 변신. 개념이 전도된 시대라는 권력말기에 변신의 귀재라는 환경부가 어떻게 변신을 할 지 관심있게 지켜볼 상황이다. 이런 말을 해야 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로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슬픈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