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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천안삼거리 지나 천안 시내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73일차(04.16) 순례 사진 및 신규 동영상 소식 http://cafe.daum.net/dhcpxnwl >

- 천안삼거리 지나 천안 시내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


가장 쉬운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처럼, 기도 순례단은 오직 기도를 할 뿐입니다. 대통령답게, 기업가답게, 국회의원답게, 공무원으로서 공복답게, 공권력으로서 경찰답게, 종교인으로서 신부는 신부답게 목사는 목사답게, 수행자로서 스님네들은 스님답게… 자신의 직분답게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는 스스로 잘 알 것입니다. 다만 아는 대로 그 길을 가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천안 시내에 진입한 순례단>

벌써 73일차의 소식을 전하는군요. 오늘부터 순례단은 천안대로를 통해 천안을 통과 중입니다. 앞으로 약 3일 정도 천안대로에서 순례를 계속 할 예정이며, 이 길을 통해 평택 방향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아침시간 출발 공터에서 모인 순례단. 담소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고, 정말 빠르게 질주하는 차량을 보면서 '이 길을 어떻게 가나?' 하면서 바라보기도 합니다. 동물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국도를 걸어 다니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어제 비를 맞아서 그런지 오늘 순례단에는 감기 기운이 많이 돌았습니다. 오전에는 날이 쌀쌀했지만, 점심 무렵부터 다행히 햇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국토순례를 하는 가족을 소개하였는데, 오늘 역시 아침부터 부자가 함께 짐을 꾸려 길을 나섰더군요. 아버지는 '어제는 비도 맞고 처음하는 오체투지여서, 지금 온 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합니다. 아들인 15살의 '신현종' 학생은 잘 잤는지 물어보는 진행팀의 질문에 씩 웃기만 합니다. 현종 학생은 오전에는 반배를 하더니,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아버지와 함께 바닥에 눕더군요.


피아니스트가 꿈인 현종 학생. 원주의 대안학교(참꽃작은학교)를 다니다가, 지금은 휴학계를 내고 아빠와 함께 해남 땅끝마을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도보로 순례중입니다. 가장 연주를 잘 할 수 있는 곡은 캐논협주곡이라고 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상의한 끝에 보다 넓은 세상에서 산교육을 체험하고 사람과 사람과의 조화로운 삶을 배우기 위해 도보 순례중이에요. 그전에는 전혀 경함하지 못한 생각이 순례를 하면서 들었어요. ‘내가 누구인가, 내가 왜 걷는가’ 학교에서는 발상치 못한 생각들이요. 오체투지도 제게는 색다른 경험이네요.”라고 어른스럽게 이야기 하는 현종 학생. “스님, 신부님께서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 같고 어른들의 잘못을 책임지시고 가시는 것 같아요 특히 어제 비오는 날, 비를 맞으며 땅에 엎드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2008년도에 학교 친구들과 함께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강 순례 중 남한강 구간에 참여했다는 현종 학생. 현종이의 눈에는 현재 4대강 하천정비사업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대운하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아빠와 함께 다니니 우리나라가 참 아름다운데 운하가 건설이 되면 땅이 파헤쳐지고 환경도 파괴되며 그리고 돈도 많이 들겠죠..”라고 씩식하게 의견을 냅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던 현종 학생. 엄마와의 전화통화를 하며 신나게 이야기 합니다. "엄마. 나 오늘 땅에 머리대고 절했어요." 현종이가 땅의 고마움을 아는 피아니스트가 되길 기원해주세요.


오전이 끝나갈 무렵. 천안삼거리를 지나 '진실을 알리는 시민모임 천안팀'의 박인규 선생님 등 몇 분이 순례단을 격려 방문하였습니다. 박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번 천안역 광장에서 '한겨레 신문과 경향신문'을 배포하고 있는데, 이분들 역시 대운하 사업을 걱정하시더군요. 다음주에는 고맙게도 '오체투지 홍보전단을 신문에 함께 배포하겠다.”며 홍보전단을 한 묶음 가지고 가셨습니다. 박선생님은 "우리 사회가 보다 나아졌으면 하는 희망이 모이면, 작은 변화라도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고 하십니다.

<가장 쉬운 것이 가장 어려운 길>

오전 내내 순례단과 현종 학생 부자가 함께 진행한 순례였으나, 오후에는 전의성당과 서울 화계사 등에서 오신 분들이 순례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오전 일정을 천안여고 앞에서 종료한 순례단. 드디어 그 유명한 천안삼거리를 지나 오후에 천안 시내를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공주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에서 2009년 순례를 시작하고 20일이 되어 천안 시내를 경유하게 되었습니다.


전의성당에서 오신 김순호 님은 지난 몇일 순례에 참여하셨는데, "우리 삶의 터전이 병들어 가고 있고, 사람들이 황폐해 지고 있으니 이런 메시지라도 띄우는 게 안하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되어, 기도하며 따라 가고 있다."고 합니다. 김순호 님은 "3일 따라 다녀보니 불교 신자들은 절을 잘하고 폼 나게 하더라."며 하루 일정을 마치고 환하게 웃더군요.


순례가 대도시를 통과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교차로도 많고, 차량도 많아 안전 문제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순례단은 첫 걸음을 시작하였던 것처럼 오직 '한번의 기도'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기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의 해법은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근본적으로 위기를 해결할 길이 무엇인지를 다 압니다. 마땅히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알지만 그 길을 가지 않을 뿐입니다. 대통령답게, 기업가답게, 국회의원답게, 공무원으로서 공복답게, 공권력으로서 경찰답게, 종교인으로서 신부는 신부답게 목사는 목사답게, 수행자로서 스님네들은 스님답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길을 걸어가지 않기 때문에 혼란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들이 자신의 직분답게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는 스스로 잘 알 것입니다. 다만 아는 대로 그 길을 가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길을 제대로 가기 위해 ‘오체투지’를 합니다. (수경스님. 2008)"


가장 쉬운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말처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면 우리는 희망이라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순례단은 천안삼거리를 지나 천안 소방서 인근 지역에서 종료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곳을 ‘길’이라 부르고, 그들은 이 곳을 ‘집’이라 부른다.>

고라니, 너구리, 족제비, 북방산개구리, 다람쥐, 청설모... 꿩, 까치, 멧비둘기, 유혈목이, 능구렁이, 쇠살모사... 2006년 5천565마리(84종). 2007년 5천737마리(82종).

다름이 아니라 2006년과 2007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로드킬 현황을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환경부의 통계자료를 인용하자면, 2007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도로에서 벌어진 로드킬은 약 6천여 건에 이른다 합니다. 주로 봄 가을에 많이 발생하며, 개체순으로는 고라니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도로 종류별로 볼 때 고속도로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국도 중에는 순례단이 지나는 1번 국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로드킬과 관련하여 인간이 왜 생태계의 이단자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토건국가 대한민국과 개발이데올로기의 현실을 성찰케 하는 영화로서 황윤 감독의 다큐 '어느날 그 길에서'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도로와 관련하여 '우리는 이 곳을 ‘길’이라 부르고, 그들은 이 곳은 ‘집’이라 부른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로드킬을 "'대지의 거주자들'이 '눈에서 불을 뿜는 동물' 혹은 '네 바퀴 달린 동물'에게 치어 죽는 사고"라고 규정하며, 전시행정을 위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도로와 야생동물의 죽음의 관계를 고발합니다. 우리는 편리함과 속도로 무장한 문명이라는 속도로 달리지만, 그곳에 애초부터 살고 있는 주인들은 갈 곳이 없이 내몰리며, 바둑판처럼 건설되어 있는 도로로 조각 조각난 '녹색섬'에 고립되어 가며, 순간 순간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환경부의 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날마다 거주자들이 네바퀴 달린 동물에게 비명횡사하는 일이 발생하는 나라입니다. 오늘 순례단 역시 로드킬의 현장을 지나왔습니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도로 1차선에 붉은 선혈과 고기 덩어리가 있더군요. 그렇지만 앞서 가는 차량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달리는 상황. 갑자기 선두차량의 진행팀원이 다급히 도로 중간으로 비닐봉투를 들고 달립니다. 차량이 오가는 도로에서 무슨 일인지 묻자 '고라니 로드킬'이라고 짧게 응답이 옵니다. 사고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선혈 자욱이 분명하고 차량에 밟힌 몸체 흔적이 역력합니다. 다행히 차가 오지 않는 시간에 비닐봉지에 사체를 수습하여 숲속으로 이동시켰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던 도로에서 생명을 봅니다. 오늘은 고라니 뿐만 아니라 작디 작은 참새 한 마리 역시 도로에서 생명을 마감하고 누워있더군요. 그들은 이곳을 집이라 부르고, 우리는 이곳을 길이라고 한다죠. 산비탈을 통해 도로에 나왔다가 질주하는 차량 사이에서 당황하며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을 고라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오늘 오후에 순례에 참여한 진불성 님은 "어떤 관계든지 자신이 관계 안에 들어가야 보이는 것처럼, 그냥 지나쳤던 많은 것들이 내밀하게 생각하게 된다. 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주변을 돌아보니, 살면서 성급하게 속도 속도 하며 갔는데 천천히 엎드려 보며 내 안을 들여다보니 많은 것들을 지나쳤구나 하고 느껴졌다."고 합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사회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신세균, 신현종(원주) / 허정화 외 10명(화계사) / 김순호(전의) / 손대기(천안) / 법연(옥천 용화사) 등이 순례에 동참했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4월 17일(금) : 신성미소지움APT 101 건너편(시작) - 신부초등학교 건너 S-Oil 주유소(종료)

● 4월 18일(토) : 신부초등학교 건너 S-Oil 주유소(시작) - 공주공업대 초입 농협창고 앞(종료)

● 4월 19일(일) : 공주공업대 초입 농협창고 앞(시작) - 직산읍 직산4거리 지나 1km 지점(종료)

● 4월 20일(월) : 직산읍 직산4거리 지나 1km 지점(시작) - 천안시 문화회관 앞(종료)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김윤수 요한(전주), 변영구(천안), 화계사, 화계사불교대학16기 김창숙 외 2명, 천안시 원성동 성당이 후원해주셨습니다.

- 성용도, 옥준표, 최영희, 황명숙, 강호견, 나이키광주, 최명호, 지연임, 남정호, 박성식, 유금자, 정소애, 구본희, 김영식, 정윤모, 장희석, 김희진, 양희석, 오정현, 임소화테레사, 소경숙, 이인섭, 황순익, 박종호, 고기석, 김선필, 노형삼, 이지선, 김광수, 조미순, 김기동, 정토회부산북, 정헌원, 김인곤, 전성란, 박인석, 민정, 범준, 권태영, 김희태, 이기숙, 김금열, 김민태, 최병란, 서원명, 변영구, 장정현, 구철회, 박현영, 박은희, 김영철, 로터스, 고대현, 박경근, 정규완, 김공희, 박승희, 유소희, 송하인, 송성애, 김은숙, 함준식, 박정애, 최규주, 오재환, 오중섭, 익명의 11분이 후원해주셨습니다. ,

- 천안시 동남경찰서에서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 차량통제를 지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16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