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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오늘은 그들의 소굴.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76일차(04.19) 순례 사진 및 신규 동영상 소식 http://cafe.daum.net/dhcpxnwl >

- 오늘은 그들의 소굴.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


서럽게 / 아 엄숙한 세상을 / 서럽게 눈물 흘려 / 살아 가리라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오늘은 그들의 소굴 / 밤은 길지라도 /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 419 제단에 뿌려진 선혈들의 숭고한 희생과 노력에 고개 숙입니다.

<오늘만 같아라. 1번국도>

이른 아침 직산역 인근 공터에 순례단이 모였습니다. 출발 준비를 하는 시간. 앞을 바라보니 저 멀리서 수도권 전철이 달려오고 달려갑니다. 그 모습을 보니 순례단이 참 많은 거리를 오기는 왔구나, 하는 생각하게 됩니다. 작년 가을의 초입에서 지리산 노고단을 떠나, 가을의 마지막에 공주 계룡산에 도착하였고, 올해 봄 초입에 계룡산을 떠나 천안을 지났으니 참 먼 거리를 왔습니다.


그렇게 76일차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출발장소를 떠난 지 얼마지 않아 직산 읍 삼거리에 도착하였습니다. 시계 바늘이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벌써 햇살이 피부를 따갑게 합니다.


벌써부터 이러면 하루가 어떻게 될지 걱정스러웠고, 오후가 되니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머리로는 따가운 해살이 몸을 누르고, 아래에서는 아스팔트의 지열이 올라오 호흡을 가로막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익숙해졌을 세분 성직자 역시 힘들기만 합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한 구간 진행하고 휴식 때마다 땀이 비가 오듯 하고, '구간이 길어진 것 아닌가?'하는 표정으로 진행한 길을 바라보며, '이러면 일반 참가자들 매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다행히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1번국도 정말 한산하였습니다. 차량이 정체되었다가도 금방 해소되었는데, 오후 일정이 종료될 즈음에야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차량이 증가되었을 따름입니다.


오늘의 아침 출발은 대전과 아산, 서울 등지에서 오신 시민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대전에서 오신 이시희님은 "나도 ‘쌩쌩’ 달리는 차들처럼 더 빨리 가려고 경쟁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쭉 뻗은 도로처럼 주변을 볼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라며 하시고 “정부에서 사람, 그리고 생명에 대한 존중의식을 갖기를 바란다. 특히 남북평화모드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이시희님은 “저는 자녀가 둘 있다. 우리 애들이 사는 세상은 서로 보듬고 껴안는 세상에 살기를 바란다. 상대방이 필요 하다면 줄 수 있고, 자신이 필요 하다면 달려 갈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요.”라고 하시고 “저도 지금 오체투지에 임하는 자세처럼 돌아가서도 계속해서 그러한 삶을 이어가고 싶다.”고 하십니다.


오늘은 차량이 그리 많지 않으니 들리는 것은 징소리와 순례자들의 발걸음. 그리고 대지에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지친 호흡소리만 울릴 뿐입니다. 인근 배나무 밭에서 한창 농사준비를 하던 주민들 '조용한 순례 대열'을 그저 말 없이 무슨 일인가 지켜볼 뿐입니다.


마땅한 공터가 없어 인근 농로에서 점심과 휴식을 취한 순례단. 오후가 되니 제법 행렬이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직산읍 경계를 넘어 성환읍에 도달하였습니다. 고개길을 올라오는 순례단 따가운 햇살에 몸이 익어갑니다.
 

아파트 인근 길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 나와 있던 할머니와 손녀. 순례단의 그 모습을 보더니 조용히 손을 모아 함께 기도를 합니다.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그 마음을 함께 나눌 뿐입니다.


오늘 순례는 성환읍 부영 아파트 인근 공터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순례단은 이제 성환읍을 거쳐 평택시 방향으로 순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세상을 위한 나비가 되고 싶은 순례자들>

봄 날 꽃밭을 날고 있는 나비를 봅니다. 어릴 적 그 나비를 보면서 박용훈 선생님은 '이것이 평화구나'라고 생각했다 합니다. 그런가 하면 '꿈과 자유를 가진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는 이재원 선생님도 계십니다.

'나비가 나비 모습 그대로의 삶으로, 인간이 인간 모습 그대로 사는 것이 아름답다.'는 이경민 선생님의 말처럼 순례자들은 인간의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아산에서 오신 이종래 님은 오체투지 순례는 "나 자신이 올바로 살고 있나 많이 생각하고, 나부터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참석했다 합니다. 이 선생님은 자제분들에게 일부러 사회봉사를 시킨다 합니다. 또한 남들처럼 경쟁하면서 학원에 매이게 하지 않고 있는데, "내가 조금 손해가 있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교육을 시키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또한 "지금은 어린 학생들이 공부, 그리고 바쁜 삶에 찌들어 있어요. 마치 어른들이 목표를 세우고 이겨야 하는 경쟁사회에서 사는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듯이. 이런 것들을 애들에게 물려준다면 우리 사회는 더 없이 참담할 것이다.”고 합니다.

오후에 화계사에서 많은 분들이 참석했는데, 함께 참석하신 최성운 님은 "밟고 다니는 길에 엎드려 보니 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있다고 내가 위에 있다고 자만했던 것 같다. 오체투지를 벌레와 똑 같다고, 너와 내가 없다고 생각된다. 순간이나마 그런 마음이 들어 낮춰지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장애우도 함께 하였는데, 내일이 장애우의 날이죠. 전북시설인권연대의 윤숙경 님은 "모든 사람의 권리 주장을 하기 위해" 참석하게 되었다 합니다. 윤 선생님은 "비장애우나 장애우가 똑같이 평등해졌으면 한다. 이동하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공부(교육 받을 권리 보장)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합니다.

오늘 참가한 순례자들에게 애벌레가 되어 세상을 위해 어떤 나비가 되고 싶은지 물의니, 이시희 선생님은 "생명과 평화의 꽃가루를 날리는 나비가 되어, 제일 먼저 MB에게 날리고 싶다."고 합니다.

그 옛날 '장자와 호랑나비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꿈인지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처럼 지금의 사회가 국민의 꿈인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꿈인지 조금 헷갈리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관계가 있고, 서로가 서로의 존재 조건을 형성해주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나비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고마울 것 같은 세상살이지만,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평화를 안기는 나비가 되고 싶은 순례자들. 그들은 오늘도 말없이 희망과 평화의 나비가 되기 위한 작은 애벌레의 몸짓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불어라 민주의 봄바람이여. 피어라 민주의 봄이여>

오늘은 제49주년 419혁명의 날입니다. 3.15 마산의거에서 시작된 4월 혁명.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미완의 혁명으로 기록된 4월 혁명. 붉은 선혈이 민주의 제단에 뿌려졌던 4월 혁명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미완의 혁명으로 기록되었고, 이후 민주주의 역사는 또다시 유신과 군사정권이라는 엄혹한 시련의 시기를 거칩니다. 이후 80년 광주화운동과 87년 민주항쟁 등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 토대를 만들게 됩니다. 비록 지금의 시대가 또다시 엄혹한 시기라 할지라도, 그러나 역사는 민주주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419혁명. 그것은 비록 미완으로 기록되었으나, 역사는 민주주의를 향해 달라가며 붉은 꽃잎처럼 쓰러졌던 사람들의 외마디 비명을 기록할 것입니다. 아무런 권력도 없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쓰러지던 그들이, 거리의 투사가 되어야 하였던 시대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들의 시대정신은 아무리 짓눌러도 바람이 그치면 다시 일어서는 풀꽃처럼 일어설 것입니다.


419혁명 1주년이 되던 즈음의 시대가 돌아가는 상황이 어떠하였는지, 고 김수영 시인은 "4·19 당시나 지금이나 우두머리에 앉아 있는 놈들에 대한 증오심은 매일반이다. 다만 그 당시까지의 반역은 음성적이었던 것이 이제는 까놓고 하게 되었다는 차가 있을 뿐인데, 요나마의 변화(이것도 사실은 상당한 변화지만)도 장 정권이 갖다 준 것은 물론 아닌데 張勉들은 줄곧 저희들이 한 것처럼 생색을 내더니 요즈음에 와서는 <반공법>이니 <보안법 보강>이니 하고 배짱을 부릴 만큼 건방져졌다."라며 시대의 개탄합니다.

동시에 "나라와 역사를 움직여 가는 힘이 정부에 있지 않고 민중에게 있다는 자각이 강해져 가고 있고 이러한 감정이 의외로 급속도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것"을 소중한 세상의 변화로 바라보았죠. 또한 현실에 안주하는 지식인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며, "가슴 뭉클해지지 않으면 죽어버려라!."고 주문하죠.(아직도 안심하긴 빠르다. - 4.19 1周年 - 김수영)"

약 50년이 되었다지만 앞서 김수영 시인의 비판이 지금의 우리 상황과 어떻게 이리 유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던 권력이, 하루 아침에 국민을 무시하는 모양새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홍보가 여전히 부족하여 소통이 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는 권력은 아예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나 봅니다. '촛불'의 '촛'자만 들어도 경기 어린 반응을 보이더니, 아예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화염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이 모습에 두려운 사람들 '권력'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야기 하지 않지만, 그 무서운 '권력'이 어느새 술안주로 전락한 실정이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 다 압니다.


419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민주주의는 형식적 절차적 수준에서는 크게 발전했다지만, 사회 경제적 차원에서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것이 419혁명 49주년을 맞이하는 오늘의 한국사회 현실.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 주인 된 삶을 살아가는 국민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김기철 외 7명(라디오 인) / 이시희,이경민(대전) / 이종래(아산 온양성당) / 마가 스님 외 1명(만일사) / 동재 스님 외 45명(화계사 불교대학 2학년) / 문정현 신부 외 2명(평화바람) / 김현진(전북인터넷신문 참소리) / 양혜진(전북평화인권연대) / 김병용 외 2명(전북시설인권연대) / 배상천 외 9명(평화동 성당) / 강인경 외 2명(서산)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하루를 함께 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4월 20일(월) : 천안시 성환부영3차 아파트 맞은편(시작) - 천안시 성환읍 봉성홍경사적비(종료)

● 4월 21일(화) : 휴식

● 4월 22일(수) : 휴식

● 4월 23일(목) : 천안시 성환읍 봉성홍경 사적비(시작)-평택시 유천1동 사거리(종료)

● 4월 24일(금) : 평택시 유천1동 사거리(시작)-평택시 비전1동 현대 자동차(종료)

● 4월 25일(토) : 평택시 비전1동 현대 자동차(시작)-평택시 지제동 양평 해장국(종료)

● 4월 26일(일) : 평택시 지제동 양평 해장국(시작)-평택시 중앙동 S오일(종료)

● 4월 27일(월) : 평택시 중앙동 S오일(시작)-평택시 진위면 비행장 사거리 300m 앞(종료)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만일사(천안), 정용석(아산), 이시희(대전), 김병건(라디오인), 직산 성당 등이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19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