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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생명의 눈과 평화의 마음으로 진행하는 기도순례


<75일차(04.18) 순례 사진 및 신규동영상 소식 http://cafe.daum.net/dhcpxnwl >

- 생명의 눈과 평화의 마음으로 진행하는 기도순례 -


어느새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힙니다. 어깨는 무거워지고, 짧은 휴식의 시간에도 호흡은 안정되지 않습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차량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발걸음.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내 몸은 대지와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한 호흡 한 호흡에 생명을 부르며 평화를 이야기 하고, 나를 바로 세웁니다.

<분주한 주말 순례길에도>

한 걸음 한 걸음에 땀이 흐릅니다. 이제 채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몸을 뉘이고 대지와 호흡하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지는 날들입니다. 아스팔트의 지열에 호흡이 힘겨워지고, 지나는 차량의 경적소리에 놀라 깜짝 깜짝 고개를 들곤 합니다. 75일차의 기도 순례. 여전히 같은 일정이지만 수도권으로 갈수록 차량은 증가하고, 봄날의 햇살은 순례자의 어깨를 무겁게 합니다.

수도권 전철이 오가는 천안 두정역 삼거리에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출발지가 가까운 관계로 순례단의 아침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숙소였던 직산성당의 마당에서 주임 신부님과 함께 사진을 찍는 아침이 여유롭기만 합니다.


출발지에 도착하니, 서울에서 오신 분도 계시고 이는 사찰 및 성당에서 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오늘은 천안시 두정역에서 시작하여 직산면 직산역까지 일정을 진행하였습니다. 순례단 옆으로 수도권 전철이 다니는 풍경이 낯설기도 하고, 갈수록 늘어나는 차량에 순례 진행이 힘겹기도 합니다. 출발지인 두정역 인근을 보니 높다란 아프트 군락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더군요.


낮선 풍경이었습니다. 자연은 파헤쳐지고, 아파트 군락은 높아지는 삶이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들녘의 모습은 매번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하루 하루가 진행 될수록, 보이는 모습은 말 그대로 그림입니다. 봄날 가로수도 배 밭의 배꽃도 복숭아밭의 복사꽃도 물감을 풀어놓은 듯 합니다.


처음 출발 이후 공사장 인근을 지나면서 고생하였던 순례단. 주말이라 그런지 천안시 부성동 인근을 지나면서 대열이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오전 일정이 마무리 될 즈음에는 대열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화계사를 비롯하여 각지에서 오셨더군요. 덕분에 적은 인원이 순례한다고 차량 운전자분들에게 핀잔을 받았던 순례단. 오히려 늘어난 인원으로 인해 차량 운행을 걱정하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공주대학교 천안공과대학 주차장에서 소풍 나온 사람들처럼 점심 식사와 휴식을 즐긴 순례단. 오후 출발 시간이 되자 행렬이 더 늘어났습니다. 엄마와 함께 참여한 꼬마는 함께 눕기도 하고 반배를 하기도 하고, 간혹은 고개를 들어 순례단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합니다. 저 아이가 어른이 되고, 우리 다음에 오고 올 세대에서는 자신과 같은 아이들 손을 끌고 순례길을 돌아보며 평화를 이야기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점심 무렵부터는 날이 본격적으로 더워집니다. 봄날 햇살이 높게 올라갈수록 태양의 자비와 바람의 손길이 그리워집니다. 한 구간 진행한 후 짧은 숨고르기 시간. 참여자들은 저마다 휴식을 취합니다. 그 짧은 시간의 휴식에도 저마다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나지 않습니다. 모두 내 안에 평화를 세우고자 하는 원력을 가진 동무이기 때문입니다.


길게 늘어선 순례단 행렬. 앞과 뒤쪽의 진행이 다르고, 저마다 각자 다른 방식과 몸짓으로 기도를 하지만, 한 마리 애벌레처럼 나아가는 모습이다. 지나는 차량과 시민들 낯선 풍경에 놀라 무슨 일인지 구경하고, 지나는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다가도 차량 속도를 줄여 구경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대지에 자신의 몸을 낮추는 사람을 보면서 손가락질 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순례자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입니다.


순례길이 계속 이어지면서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 전종훈 신부님의 건강이 염려스럽습니다. 하지만 세분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하면, 조금 긴 거리의 구간을 가면 힘겨워하면서도, 정작 본인들 걱정은 하지 않고 늘어나는 순례단 행렬을 걱정할 뿐입니다.


오늘 순례는 무사히 직산면 두정역 인근 지역에 도착하여 마무리되었습니다.

<생명의 눈과 평화의 마음으로>

순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기도로 세상이 한꺼번에 변하지는 않지만, 이 순례를 통해 단 한사람만이라도 변화시킨다면, 아니 내가 바로 설 수 있는 기회라면 세상은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명의 눈과 평화의 마음이 함께 한다면 우리의 희망은 더 크게 만들어질 것입니다.

오늘 일정을 참가하신 마가 스님(만일사)은 “오체투지를 하면서 일어설 때 하늘과 교감하고 엎드릴 때 땅과 교감하듯이 정치도 민중의 뜻과 소통해야 서로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이스라엘 국적으로 티벳에서 온 랙댄스(화계사에서 한국어 배우고 국제선원에서 참선중)는 '청정한 마음으로 절을 할 때 모든 사람의 본성을 섬기는 소중한 시간'이 중요하다며, 티벳의 오체투지와 지금의 오체투지의 차이를 '티벳에서는 혼자서 하는데 여기서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는 것이 다르다. 절을 할 때는 육신 스스로 절을 할 수 없습니다, 정성껏 절을 하며 이 물건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으로 그것이 만 중심을 위한 기도며 우리 자신을 찾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수행하게 되어 좋다.'고 합니다.

남양주 산돌학교의 서형준 선생님은 매년 전교생의 우리땅밟기국토순례 준비하기 위해 참여했는데, 학생들이 직접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합니다. 오후 잠간의 경험이지만, 몸과 마음도 길도 자연도 새로워진다 합니다.


아이들이 이 길을 가면서 더 낮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길에서 수많은 생명의 경외감을 느낄 수 있다면, 효율성과 경쟁력이라는 이름 대신에 나와 내 옆에 선 사람들의 어깨를 함께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스스로 주인 된 삶을 살 것입니다.

<막걸리 대통령을 꿈꾼다.>

4.19 기념일을 하루 앞둔 순례길. 내 안의 평화를 세우고자 이 길을 나서는 순례 참여자들에게 '살기 좋은 나라'는 무엇인지 묻습니다. 물론 저마다 바라보는 상이 다를 것입니다. 그 중에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 판별하수 없으나, 이 땅에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매양 동일합니다. 그렇기에 저렇게 정성을 다한 한 걸음 한 걸음에 내 안에 평화를 세우기 위한 걸음을 합니다.

경제를 살려 국민을 편안케 하겠다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내세운 권력자의 구호아래 온 산과 사람이 불에 타죽는 문명화된 야만의 시대에서, 순례자들은 어떤 나라를 꿈꾸었을까 엿들어 보았습니다.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먹고 쉴 수 있는 나라(김행철)', '대통령이 별로 할 일이 없는 나라. 신동엽 시인의 시중 대통령이 휴일 날 자전거에 막걸리 3통을 싣고 시인친구 집에 놀러가는 나라(이원규)',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면서 조화롭게 사는 나라(김정숙)', '부족한 사람들이 없이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는 나라(한상헌)', '누구나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나라(박은숙)', '노력한 만큼 투명하게 대가를 얻을 수 있는 나라(최형심)',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라(위현)',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최정숙)', '마음의 평화가 있고 서로 위해 주는 사람이 많은 나라(김종대)', '상대적인 빈곤이 심하지 않은 나라(박군자)', '일거리가 누구에게나 있는 나라(이현송)'라고 합니다.

희망은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입니다. 우리의 꿈은 '대통령이 별로 할 일 없는 나라'인데, 현실은 너무나 바쁜 대통령의 속도전과 공사장 진두지휘가 걱정스러운 나라이고,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라'를 꿈꾸지만, 현실은 약자는 반드시 도태시키는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신동엽 시인이 꿈구었던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을 꿈꾸어 봅니다.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鑛夫)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思索)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散文詩 1 - 신동엽)"


권력자가 권력을 내세우기보다 더 낮은 곳에 위치한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고, 남과 북의 대결을 즐기기보다 더 넓은 평화의 마을을 세우고, 시대에 뒤떨어진 토목사업보다 사람과 생명 그리고 평화를 위한 국가 권력의지를 발현할 대통령을 꿈꾸어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마가 스님 외 15명(만일사 천안) / 최정수 외 1명(원성동 성당) / 여갑동 외 3명(각원사불교대학5기) / 위현(서울) / 진만 스님 외 60명(화계사 불교대학, 국제선원) / 최정옥 외 40명(평화동 성당) / 김미숙(대전) / 한근춘 외 1명(수원) 등이 순례에 동참했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4월 19일(일) : 천안시 성거읍 직산역 맞은편(시작) - 성환읍 성환부영3차 아파트 맞은편(종료)

● 4월 20일(월) : 천안시 성환부영3차 아파트 맞은편(시작) - 천안시 성환읍 봉성홍경사적비(종료)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직산성당(신도), 각원사 불교대학 5기, 만일사, 김원호, 김진화 신부(전주), 한상권 (직산), 김명순(천안), 직산성당 등이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18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