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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새로운 것이 하룻밤 사이 헌 것이 되는 시대의 순례

<74일차(04.17)>

- 새로운 것이 하룻밤 사이 헌 것이 되는 시대의 순례 -


바로 옆에서 차량행렬이 홍수처럼 밀려옵니다. 이마를 땅에 대며 눈을 감고 듣노라면 차량이 다가오는 속도와 소리에 몸서리 쳐질 지경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철지난 시대의 속도전을 구호로 내세운 정부가 하는 일에 몸서리 쳐질 지경입니다. 하늘이라는 사람도, 우리의 터전이라는 자연도 속도전에 사라질 뿐입니다.

<천안 시내를 벗어난 순례단>
오늘로 순례단이 천안 시내를 통과하였습니다. 이른 아침 출근 차량이 붐비는 천안대로에 모인 순례단. 출발 시간이 되자 천안에서 오신 분들과 타지에서 오신 몇분이 순례단과 함께 하였습니다. 그 시간 수경스님, 출발준비는 하지 않고 지나는 차량을 유심히 바라보며 무엇인가 사색에 골몰하고 계십니다. 문규현 신부님은 '아침 건강이 어떠신지?' 묻는 진행팀의 질문에 환한 미소로 대답할 뿐입니다.

천안대로변의 천안 소방서 인근지역에서 출발한 순례단. 광교길 - 구성 3거리 - 버들거리 3거리를 거쳐, 천안에서 제일 분주하다는 천안 IC 인근의 천안로 3거리를 지났습니다. 이후 역말 오거리를 거쳐 두정역 3거리에 이르러 하루 일정을 종료하였습니다.

공주 계룡산 산골짜기를 출발한 순례단이 수도권 전철이 다니는 지역에 도착하여 일정을 종료하였으니, 그동안 참 많은 길을 온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교차로 공사 등으로 인해 도보 구간이 많아 무려 4.8㎞를 진행하였습니다. 덕분에 애초 순례 계획 일정에 근접하게 되었습니다. 순례단은 오늘 직산 성당에 여정을 풀었습니다.

<평화를 선택하는 사람들>
오늘 아침 출발에는 멀리 인천에서 오신 최광식 선생님도 함께 하였습니다. 최광식 선생님은 순례단이 계룡산 신원사 인근 햇살피는 마을을 지나던 3월 29일 목발을 짚고 하루를 함께하셨는데, 오늘은 기브스를 풀었지만 여전히 불편한 몸으로 하루를 함께 하셨습니다.

최광식 선생님은 '사람의 속도가 신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말로 느림의 혜택을 정리해주셨는데, 현대의 신화라는 속도에 중독된 우리의 일상을 표현해 주신 말인 듯 합니다. 과거를 기준으로 보자면,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들은 신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속도가 되었습니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강산이 변하는 데 1년도 걸리지 않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생기는 골프장과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새로운 것 자체가 하룻밤 사이에 헌것이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전에 참여하신 김루시아님은 멀리(?) 대전에서 오신 분입니다. 김 선생님은 가족의 출근 및 등교 이후 기차로 천안에 와서, 순례단을 찾아왔습니다. 김 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과 그 삶속에서 살아가는 생명도 역시 소중하다."며, “비록 작지만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 또 길 위에 엎드려 표현 하시는 모습은 제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하십니다. “힘들지만 낮게 엎드리는 행위자체가 사람을 겸손하게 하나 보다.”라고 합니다.

김 선생님은 사회의 모습과 관련해서 “위정자는 국민의 뜻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한다. 그저 통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야당 역시 국민을 정치를 위한 이용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합니다. 김 선생님은 점심 식사 이후 귀가하는 자녀들을 위해 다시 대전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수덕사 스님들께서 순례단을 격려 방문하였습니다. 수덕사 주지스님을 비롯하여 주요 직책의 스님들께서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오셨고, 수경스님 등과 함께 환담을 나누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체투지 순례 의미와 일정,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의 문제점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수덕사 스님들은 오체투지 순례의 의미에 대해 적극 공감하며, 더 많은 사부대중과 함께 순례에 참여하겠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일정이 종료된 이후 순례단을 찾아오신 도현수님. 아침출근시간에 순례단을 보고, 저녁 시간에 직산성당으로 생수를 싣고 찾아 오셨습니다. “작년 수경 스님 글 중 ‘답게’라는 말씀이 와 닿았다. 종교인은 종교인답게, 정치인은 정치인답게라는 말씀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말씀 같다."고 합니다. 또한 "역사는 발전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20~30년 퇴보하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특히 정부의 언론 장악은 심각하다. 어려서부터 성직자, 언론, 선생님은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배웠는데, 그렇게 배우고 살았다는 것이 오히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고 하십니다.

1시간을 참여하기 위해 김루시아님이나, 하루를 참여하기 위해 최선생님, 순례단에 식수를 전달하기 위해 찾아오신 도현수 님 모두 마음의 평화를 선택한 분들입니다. 천지간에 가장 낮은 모습으로 땅에 이마를 조아리며, 이 땅을 평화의 땅으로 생명과 희망의 땅으로 변화하길 기원하는 분들입니다. 이 마음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이나마 희망의 땅으로 바꿀 것입니다.

<삽질 경제의 시작인가?>
순례에 참여한 사람들은 '느림'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다양하게 설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천천히 가고 싶은데 세상의 흐름이 빠르니 어찌할 도리가 있는가(김종욱)', '느리게 살면 자기 성찰을 할 시간이 많아진다. 자기생활에 보다 충실해 질 것(이준영)', '빠름 때문에 많은 실수를 하고 산다(수브라)'는 의견도 있고, '정교해지고 실수하지 않는다(정수스님)', '모든 것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다. 빠름 때문에 정확함을 놓친다(법연스님)', '너무나 빠른 이 시대에 느림의 공부가 필요한 때이다. 이 안에 많은 답들이 있을 것(김호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느림'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 혹은 사회 전에서도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개인 차원의 '결정'도 개인 및 주변인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시대에서, 국가 차원의 정책이 국민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훨씬 지대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순례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은 '느림'을 화두로 삼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결정한 것을 보니, 이명박 정부는 효율성을 앞세워 '빠름보다 더 빠름'을 선택한 듯 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어리석다 못해 국민 세금의 낭비를 초래할 위험한 결정이더군요.

4대강 정비 사업과 관련한 문화재 정밀 조사도 없이 정말 빠르게 육안 조사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더니, 소리 소문도 없이 지난 3월 17일 국무회의를 통해 결정된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국가사업 중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사업 혹은 국가예산 300억원 이상 필요 사업의 경우, 신규 사업의 신중한 평가와 재정 투자의 효율성 판단을 위한 최소한의 평가제도로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를 시행하였는데, 앞으로 장관 승인이 있을 경우 면제된다고 합니다. 구멍가게에서도 새로운 투자를 위해서는 최소한 손해를 보는지 아닌지 판단하는데, 막대한 국민세금 투입 사업에 대한 경제성 평가 제도를 어떻게 정부가 나서서 무력화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4대강 토목공사로 대표되는 ‘삽질 경제’를 서두르기 위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타당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4대강 정비사업을 강행하는 것이나, 경제성 없음으로 판명된 경인운하 사업 추진이나 사회적 합의는 고사하고 속도전만을 주장하며 일사천리로 강행됩니다. 구체적 계획이 없이 구호만 요란하고, 사회적인 경제성 평가와 검증도 없고, 사회적 합의는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는 듯 합니다. 마치 사업을 추진되는 모양새가 파리만 날리며 국민 세금 까먹는다는 전국의 '유령공항'과 유사합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추진된 지방 공항의 실패는, 정치적으로 추진한 국책사업이 얼마나 끔찍한 국가적 낭비와 국민적 손실을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합니다.

임기가 한정된 권력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욕심을 부릴지 모르나, 국민의 삶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속도전을 강조하는 권력에 의해 국민의 삶이 고통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이 국민답게 나서야 할 때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법연(목천 용화사) / 이효재(대전) / 김종욱(아산) / 최광식(인천) / 최병성, 김만종 목사(서울) / 이준영(창조한국당) / 자비행 외 5명(보명사 천안)/김병옥(대전) / 금연화(대전) / 김호영(안산) / 정용석(아산) 님 등이 순례에 동참했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4월 18일(토) : 천안시 두정역 삼거리 육교밑(시작) - 천안시 성거읍 직산역 맞은편(종료)
● 4월 19일(일) : 천안시 성거읍 직산역 맞은편시작) - 성환읍 성환부영3차 아파트 맞은편(종료)
● 4월 20일(월) : 천안시 성환부영3차 아파트 맞은편(시작) - 천안시 성환읍 봉성홍경사적비(종료)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한마리아 수녀(원성동 성당), 원성동 성당 수녀원, 김종욱(아산), 보명사 화주(천안), 김병옥(대전), 수덕사, 안미경(천안), 송종철(천안), 직산 성당, 도현수(천안), 직산성당이 후원해주셨습니다.

- 천안시 동남경찰서에서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 차량통제를 지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17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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