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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사람을 향한 길에서 생명과 평화의 씨앗이 자랍니다.


* 공지 : 2009년 순례 마무리 회향 행사 : 6월 6일(토) 오후 2시 임진각 망배단(모자 지참 요청)

<119일차(06.01) 사진 및 동영상 http://cafe.daum.net/dhcpxnwl >


- 사람을 향한 길에서 생명과 평화의 씨앗이 자랍니다. -


이제 회향장소인 임진각이 눈앞 이정표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늦여름 지리산 노고단의 뙤약볕 속을 걸어 길을 떠났고, 이제 다시 여름의 문턱에서 회향할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너무나 많은 가르침과 배움을 받았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길을 만들어주셨고, 그 길에서 생명과 평화의 마음을 함께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순례 마지막 주간을 시작하며>
이번 주 6월 6일(토) 오후 2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순례길 회향을 준비합니다. 하악단 노고단을 출발하여 중악단 신원사를 거쳐 상악단 묘향산으로 가는 발걸음이 임진각에서 멈출 것인지, 혹은 많은 염원처럼 묘향산 상악단까지 이어질지 지켜보아야 할 상황입니다.

오체투지 순례는 한 걸음 한 걸음 더 낮은 자세로 나와 세상을 헤아리고, 낮추어진 내 몸과 마음으로 우리 시대가 가야 할 길을 '사람과 자연과 평화의 가치'에서 찾고, 자연과 인간의 상생,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한 기도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와 서로가 연대하여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발걸음이었습니다.


이제 순례의 마지막 주 월요일 순례길. 하루를 시작하는 모두의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120여일에 가까운 순례를 지속하면서 수많은 시민께 받은 관심과 격려가 감사하고, 함께 생명과 평화의 마음을 나누고자 순례길에 참여한 그 고마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였는지, 혹여 순례단의 발걸음이 그 고마운 마음을 잊지는 않았는지 다시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여정에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고자 하였던 첫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회향을 준비하는 발걸음>
파주시 농업기술센터 앞에서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는 전종훈 신부님.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도로에 철퍼덕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대표신부이신 전 신부님의 요즘 표정이 많이 무겁습니다. 순례 마지막 주간이기도 하고 몸도 성치 않은 상황이지만, 최근 돌아가는 우리 사회의 상황에 걱정이 많으십니다. 특히 소통의 광장을 빼앗긴 시대에 종교인으로서 어떤 희망을 전해야 할지, 시대를 살아가는 종교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으시다 합니다.


이런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아빠 엄마를 따라 나선 우리 꼬마 순례자는 씩씩하기만 합니다. 청주 길벗 교회의 홍승표 목사님을 따라 순례길에 참여한 꼬마 순례자. 오랜만에 만난 전종훈 신부님의 반가움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금방 토라져 울음을 터뜨리더니 엄마 뒤에 숨어버립니다.


그것도 잠시 엄마 아빠를 따라 다시 순례길에 몸을 낮춥니다. 점심 시간에 이제 마음이 풀렸는지 물어보니 '화를 낸 것은 농담이었고, 다 용서했다'고 말합니다. 까칠하게 토라지더니 다시 용서하고,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습니다.


'용서했다'는 꼬마의 말. 용서는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국민을 무서워하고 국민을 폭력으로 통제하려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의 표현일 것입니다. 내 안에 평화를 세우지 못하는 것 역시 두려움의 표현일 것입니다. 그렇게 내 안에는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어둠과 그 어둠을 닮은 또 다른 내'가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그 모두를 내밀하게 되돌아보는 과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의 마음에는 제발 그들의 모습이 없기를, 아이의 기도는 엄마 아빠로 대표되는 시대의 평화에 대한 감사의 기도이기를 기원합니다.


여기 이렇게 길이 있어도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은 같은 기도를 합니다. “최근 5.18도 지나고 노전대통령 영결식 등을 보자니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박형석님(일산). 박 선생님은 “우리사회의 외면과 무책임은 큰 문제다. 주변을 외면하게 하는 사회구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주변을 외면하게 되는 것 같다”고 스스로 지적합니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외형적인 꾸밈에 대한 사랑이 아닌 내면적인 성찰과 반성을 통한 자신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아울러 박 선생님은 “우리는 사람 위주의 삶이 아닌, 풀뿌리와 나무, 물 등 서로 다른 것과 조화를 이루고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한적할 것이라 예상하던 기대는 사라지고 홍수처럼 밀려오는 차량에 조바심이 납니다. 하지만 그 길에 나선 사람들은 평온하기 그지없습니다. 김젬마로사 수녀님은 "어디에 절을 하고 있는가 생각했다. 나름대로 저 자신에 대해 반성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하늘, 땅, 사람이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시고, 박프란치스코 수녀님은 "복장 때문에 반배만 해서 좀 아쉬웠다. 오체투지를 하시는 성직자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땅에 몸을 대는 모습을 보니 사람의 길을 가고 계시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오전 순례는 무사히 1번 통일로와 임진각으로 향하는 열차가 교차하는 지점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밟고 싶은 희망의 땅을 위한 기도>
통일로를 따라 임진각으로 향하는 길. 이제 이 여정도 4일이면 회향을 하게 됩니다. 그토록 간절히 밟고 싶었던 희망을 향한 기도의 땅을 향하고 있지만, 그 길의 마지막 여정이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에 있지만, 서로간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불교, 천주교, 기독교 별로 노래자랑을 하고 나서는 오후 순례길. 오전만 해도 선선하게 불어주던 바람도 사라지고 무덥기만 합니다. 나무그늘 하나 찾을 수 없어 도로변에 그대로 서서 휴식을 취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듣는 과정일 뿐입니다. 무덥게 내려쬐는 뙤약볕이 있기에 작은 나무그늘과 바람 한줌의 자비가 우리에게 주는 안식이 나를 평화롭게 한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순례단이 지나는 파주에 사시는 김동일 님은 "오체투지는 실천행이므로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세상을 변화시켜 준다면 좋겠다”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남북의 단절분위기,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꿈은 상실되고 있고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기에 안타깝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다. 이 문제가 해결이 되면 우리는 적어도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하십니다.

경기 광주에서 오신 김은화님은 “힘들다는 것 보다는 함께 한다는 마음자체에 편함을 느낀다. 또 이 시간을 통해 그 동안 제가 침묵 속에서 새겼던 이해, 평화, 배려를 더욱 각인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김 선생님은 희망 자체도 경제적 가치로 이해되는 우리 시대의 가치관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질이 생명의 가치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1%의 기득권을 위해 99%의 서민들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하시고 “만일 예수님이 살아계신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남의 이야를 잘 들으라고 했을 것 같다”고 합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정학하게 듣는 것도 중요하고, 반면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정확히 듣고 행동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 모든 것이 소통의 기본일 것입니다.


"지금은 정성을 다해 오체투지를 하고 싶을 뿐"이라는 윤슬기 신부님도, "오후에도 마음을 모으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는 서원교 님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해 마음을 모아 거짓없는 삶으로 살고자 한다"는 김명진 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어 편하다"는 김동일 님도 함께 가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길을 만들지만, 그 길은 다시 사람에게 향하고, 그 속에서 자본과 경제가 아니라 생명과 평화의 씨앗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판문점과 문산이라는 이정표가 이제 수시로 보이고, 남아있는 길도 많지 않지만, 이 길이 끝나도 희망을 향한 기도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오늘 순례는 월롱역에 도착하여 마무리되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김세열(서울) / 김동일(파주) / 나승구 신부 외 3명(신월동 성당) / 김은화(경기 광주) / 이진복(화계사) / 서원교 외 5명(청주) / 임금이(뉴욕) / 무구심 외 4명(화계사) / 박기성 외 1명(의정부 경기) / 조옥경 외 1명(서울불교대학원) 등이 함께 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6월 03일(수) : 월롱역 - 파주역 - 현대오일뱅크 앞
● 6월 04일(목) : 현대오일뱅크 앞 - 통일공원 - 여우고개사거리 200m 전방 부근
● 6월 05일(금) : 여우고개사거리 200m 전 - 운천역 - 임진강역 500m 전(운천교 부근)
● 6월 06일(토) : 임진강역 500m 전(운천교 부근) - 임진각 망배단 - 2009년 마무리 회향행사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성진테크(주)(파주), 천주교우림성당(전주), 화계사, 일산동 성당 등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6. 01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