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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민주주의 위기 시대, 우리에게는 소통의 광장이 필요합니다.

<115일차(05.28) 사진 및 동영상 http://cafe.daum.net/dhcpxnwl >

- 민주주의 위기 시대, 우리에게는 소통의 광장이 필요합니다. -


초등학생들이 ‘민주주의’, ‘대통령’, ‘아파트’를 이야기 합니다. 민주주의 위기 상황과 소통부재의 시대를 만들어가는 대통령, 끝없이 만들어지는 아파트라는 시대적 상황이 아이들의 눈에도 문제점으로 보이나 봅니다. 개념 없는 정치인들보다 거짓 없이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이 더 무섭고 큰 가르침으로 다가오는 순례길입니다.

<개념 없는 정치집단에 대해>
어제 순례단은 고양동 성당에서 하루를 묶었습니다. 아침시간에 성당에 배달되어 온 신문이 순례단에 인기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사회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신문을 통해 전해진 소식을 읽으며 생각하니, 세상일에 대해 모두 동일한 생각과 행동을 하기 어렵겠지만,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인들의 속 좁은 행동이 참 안쓰럽게 느껴질 법도 합니다. 광장 하나를 두고 벌이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우리의 민주주의가 처한 현실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의 역행, 반 민족, 반 서민 경제를 이명박 정부의 특징이라 말하며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민주주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 양극화의 위기로 표현되는 이 3가지 위기가 우리 앞에 현실이 되고 있고, 이 위기 앞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통합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마음에 맞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회적 비판 자체에 재갈을 물려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광장을 없애서 소통의 공간 자체를 없애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위기 시대, 우리에게는 더 많은 광장과 소통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염원하였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모를 통해, 사라진 민주주의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개념 없는 정치 앞에 정말 할 말이 없는 시대입니다.

<아주 무더웠죠>
오늘 아주 더웠습니다. 가만히 걸어만 가도 땀이 주르르 흐르고 콧등에는 땀방울 송글송글 맺히고, 얼굴은 금방 붉게 타오릅니다. 하지만 부릅뜬 두 눈은 여전히 앞을 바라보고 징소리 맞추어 몸을 낮추어 신체의 5곳을 철퍼덕 던지듯 땅에 내려놓습니다.


이마와 신체에 닿은 아스팔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몸으로 전해오고, 그 열기에 놀라 호흡 한번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미 정오 내내 달구어진 도로는 쉽사리 열기가 떨어지지 않고, 오후 내내 지구도 그렇게 뜨거운 열기를 토하며 숨을 쉬어댑니다.

‘오늘도 덥겠구나’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였고, ‘몸 안에 열을 가득 담은 상태’로 무사히 하루가 마무리되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돌아옵니다. 다행히 오늘 아침은 선선한 공원에서 차분하게 시작하였습니다.


6학년 학생 전원이 5명인데, 그 학생 모두가 오늘 오전 순례에 참여한 고양 자유학교. 고양자유학교는 고양시 지영동에 위치하고 있는 초등대안학교입니다. 오체투지 순례단이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을 가듯 이 학교도 같은 취지의 가치로 추구하면서 자치, 자립을 강조하고 체험 학습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가고자 하는 학교입니다.


오늘 6학년 학생들과 함께 오전 순례길에 동참한 배정황 선생님은 “성직자들과 함께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이 시대의 문제라고 한다면 기본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난해도 의미 있고 현명하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합니다. 배 선생님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부분이 너무 이질적이어서 양자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우리 시대가 능력이나 결과 보다는 심성이나 과정이 목적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희망하였습니다.

함께 순례길에 나선 꼬마들. 오늘 순례길에 동참하기 위해 어제 절하는 것을 연습하였다고 하지만, 영 어색하기만 합니다. 이래 저래 선생님 눈치도 보고, 앞에서 하는 어른들 눈치도 보지만 누구 하나 말이 없으니 갑갑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짧은 틈의 쉬는 시간에는 다시 생기발랄 그 자체입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환한 미소들이 피어납니다. 그 미소 자체가 희망입니다.


어제도 서울 뉴타운 재개발 현장을 지났는데, 오늘 오전도 계속 지구를 뜯어 고치는 공사판을 지나갑니다. 아마 이곳 ‘명품 신도시’라는 삼송지구 재개발도 꽤 공사규모가 큰 듯 합니다. 이곳은 약 6만명의 시민들이 살아갈 공간이라 하는데, 나무들이 파헤쳐지고 속살이 드러난 야산도, 반이 무너진 개인 주택도 보입니다. 도로변 가로수에는 모두 하얀 줄이 묶여 있고, 그 사이 뒤로는 주민들의 단결투쟁을 강조하는 시설물도 보입니다. 명품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모르겠지만, 시멘트로 도배하고 자연적 지형을 훼손한 것이 명품 도시는 아닐 것입니다.


이 지역에서 공사판만 눈에 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유달리 군 병력 이동 차량과 곳곳에 있는 방어선을 보게 됩니다. 서울 이북 지역의 특성이지만, 최근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고 일부 언론에서는 극단적으로 전쟁 이전 상황으로 시대를 설명하는지라 유달리 눈길이 가는 상황입니다.

<민주주의, 대통령, 아파트>
지구레코드라는 회사 건물 건너편에서 휴식을 취한 순례단. 오후 순례길을 나서자 아스팔트 열기에 숨이 막혀옵니다. 여기에 이승을 떠나는 망자들을 배웅하는 눈물이 마르지 않는 벽제 화장터를 오가는 차량이 줄지어있고, 지하차도를 오가는 차량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된 듯 합니다. 벌써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선다 하는데, 아스팔트 위에서 느끼는 기온은 훨씬 높습니다. 하지만 순례 참여자들 한 점의 미동이 없습니다. 타들어 가는 도로에 몸을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고 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뿐입니다.


오가는 차량들은 무심히 순례단을 바라보고 속도를 줄여주고, 어제도 오늘도 순례단을 찾아 힘내라고 격려하는 운전자의 환한 미소가 힘이 되고 있습니다. 때로는 달구어진 도로의 열기가 못내 힘겨워 얼음주머니를 통해 열을 식히고, 얼굴을 돌려 열기를 잠시 피하지만 희망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순례 진행팀의 송희철님은 작년 순례길부터 함께 동참하고 있습니다. 송희철님은 “사실 작년에는 잘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좀 더 잘하고 싶었고, 스스로 반성도 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생각하고 싶어 진행팀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번 오체투지는 작년보다 동참인원이 많아 흐뭇하다”면서, ”남태령, 시청을 지날 때가 가장 인상 깊었다. 비가 많이 왔지만 많은 분들이 참여했고 우리나라의 수도이기에 더욱 느낌이 달랐다.”고 합니다.


송희철 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한쪽 마음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그분에 대해 지지 유무와 다르게, 끝내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고 하시고, “이 문제도 역시 소통의 부재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정부는 좋은 소리, 나쁜 소리 모두 들어야 하는데 모두 무시한 일방통행만 있을 뿐이다”고 걱정합니다. 송희철 님은 “좋은 세상, 사람답게 살기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오후 순례길에 함께 한 강수희 님은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저 버릴 수밖에 없게끔 한 상황. 정부는 물론 우리의 모두의 책임도 회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계기로 좀 더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사회적 노력이 함께 결집되었으면 하는 희망”이 간절하다 합니다.


오늘 순례길에 참여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어른들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가?” 라는 질문에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를 합니다. “경제적 문제가 없고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박철흠)”, “대통령께서 잘해 주셨으면 좋겠다(김만기)”, “아파트가 너무 많아서 고만 지었으면 좋겠다(황소윤)” 기막히지 않나요? 아이들이 ‘민주주의’와 ‘대통령’, ‘아파트’라는 개념의 단어가 긍정적인 이야기가 아닌 문제점으로 이야기 하는 상황입니다. 거짓 없이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아이들처럼 정치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미래세대의 주인인 아이들이 지금 세대에게 던지는 질문. 이 질문에 우리는 어떤 시대적 해법을 가져야 할지 숙의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한낮의 열기보다도 시대의 복잡함과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모습이 더 힘겨운 시간들입니다.

희망을 찾아가는 순례길. 삼송초등학교 인근에서 출발한 오늘의 순례는 통일로 휴게소에 도착하여 무탈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지혜성(도선사) / 김세열(서울) / 배정황 외 5명(고양자유학교) / 최광식(인천) / 정우식 외 3명(불교환경연대) 등이 함께 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5월 29일(금) : 고양시 대자동 1번국도 통일로 휴게소 - 벽제중 - 내유동 세화 휴게소 인근
● 5월 30일(토) : 고양시 내유동 세화 휴게소 인근 - 내유교회 - 조리읍 송촌 토파즈 아파트 앞
● 5월 31일(일) : 조리읍 송촌 토파즈 아파트 앞 - 신안아파트 - 파주시 PK 마을 앞
● 6월 01일(월) : 파주시 PK 마을 앞 - 영태 오리마을 회관 - 월농면 농협 인근
● 6월 02일(화) :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차량번호 1898, 김태호 대자동 고양, 고양동 성당 등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5. 28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