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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몸도 타고 마음도 타고 이 시대도 타고 있습니다.

<112일차(05.25) 사진 및 동영상 http://cafe.daum.net/dhcpxnwl >

- 몸도 타고 마음도 타고 이 시대도 타고 있습니다. -


극단적인 증오정치가 만들어 낸 비극 앞에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용산에서의 죽음도, 화물연대 노동자의 죽음도,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죽음도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과 생명, 평화'의 가치를 망각하고, 대립과 갈등, 분열이라는 수단으로 존재가치를 찾던 낡은 시대의 가치관이 만든 비극이고, 그것을 용인한 것은 우리 모두의 공업일 것입니다.

<다시 길을 찾아서>
순례단 오늘은 홍은동 한 연립주택 앞에 모였습니다. 오늘부터 순례단은 본격적으로 통일로를 통해 임진각 방향으로 순례길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지난 토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일시 중단하였던 순례길을 오늘부터 다시 이어갑니다. 토요일 일정을 일시 중단하였던 순례단은 일요일 아침 먼 길을 나서 봉화마을로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기에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감기 기운이 돌아, 오늘 아침 출발 시간 모두 몸이 무겁기만 합니다.


사회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다양한 일들이 진행 중이지만, 순례단은 그저 기도 순례의 길을 갈 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일부에서는 진행되는 '서거' 표현을 둘러싼 치졸한 논쟁은 접어두고, 한 시대의 코드였던 그의 죽음은 어쩌면 개인 삶의 마감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시대가 마감되었음을 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조차 시대의 비주류이고, 증오정치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상황. 그것은 어쩌면 사람의 길을 찾지 못하는 이 시대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의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용산에서의 죽음도, 화물연대의 죽음도, 대통령 노무현의 죽음에서도 우리는 우리 시대가 걸어가야 할 가치와 대안에 대한 우리 모두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늘 참여하신 백미숙님은 “세상이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남에 대한 원망과 분노 자체가 다시 나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오는 것 같다. 사실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도 분노를 느꼈다. 결국 우리 모두의 욕망이 그런 결과를 일으킨 것 같다”라며, “많이 가진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나누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남긴 과제.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공동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의가 필요할 듯 합니다.


한편, 20년 전 통일로를 걸었던 문규현 신부님은 다시 통일로를 행해 순례길을 가며 시대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20년이 지나도록 시대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기만 합니다. 한동안 해빙기를 가졌던 남과 북은 다시 치열한 대립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오늘은 북에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였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한반도 운명 공동체에 대결과 반목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을 위한 해법 모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입니다.


쉬는 시간마다 이제 무릎과 손목에 얼음주머니를 올리는 것이 일상이 되신 전종훈 신부님과 수경스님. 오늘 날이 무더워서 더욱 피로하고, 앞으로 남은 일정이 걱정될 뿐입니다.

오늘 오전 순례길에 잠시 쉬는 시간. 길가 담벼락에 홀로 서 있는 작은 들풀 하나. 돌담에 씨를 내려 생명을 키운 모습이 예쁘기만 하고, 그렇게도 모질게 생명을 이어가는 그 모습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몸도 타고, 마음도 타고, 시대도 탄다>
힘겹게 다시 시작한 오전 순례가 불광역을 지나 마무리되고, 다시 불광역을 지나 오후 순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사이 도로는 달구어진 불판으로 변했습니다. 손바닥을 잠시 대보지만 그 뜨거운 열기에 놀라고, 이 불판에 몸을 내려놓아야 할 오후 순례길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걱정이 현실로 변하기까지는 찰나의 시간에 불과했습니다. 화계사 등에서 참여한 참가자들이 부쩍 늘어난 오후 순례길에 짧은 반팔의 차림으로 나선 한 참가자는 얇은 화상을 입었다 하고, 화상은 아닐지라도 나머지 참가자들 역시 순례길 한 걸음 한 걸음에 숨이 턱턱 막힐 뿐입니다. 얼굴에는 아스팔트 열기와 머리위로 내려오는 무더운 햇살에 고통이 그대로 표현되지만, 기도순례자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길가 공사판 담벼락 그늘에서 차량을 기다리던 유치원 꼬마들. 이 무더운 날에 도로를 기어가는 하람들을 보며 신기해할 따름이고, 지나는 시민들 무슨 일인지 신기해할 따름입니다. 일부 시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행렬이냐?’고 문의하시고, 기도순례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이후에야 알겠다는 표정이면서도 이 무더위에 어떻게 가냐면서 걱정이 태산이십니다.

수경스님과 전종훈 신부님. 작은 그늘에 앉아 얼음을 올리고서도 ‘덥다 더워’ 하시면서도 ‘야~ 할 만하다’라는 말만 합니다. 하지만 말씀과 달리 몸은 갈수록 지쳐가고 있어 순례단 진행팀은 걱정일 뿐입니다.


부부가 함께 무더운 오후 순례길에 함께 나섰던 양이원영님은 “예전에 순례단이 논산을 지날 때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순례 건너편 도로에서 몇몇 분들이 차단벽 때문에 넘어오시지는 못하고 그대로 차들의 역방향으로 기도를 하시면서 오시는 모습을 보았다. 이러한 소박하고 간절한 모습에 감흥이 있었기에 오늘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하시고 “오체투지에서 눈, 머리, 허리, 그리고 마음을 함께 숙이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오랫동안 진정어린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순례길에 오신 분들은 평화를 말합니다. 이제는 대립과 갈등, 증오의 정치가 아니라, 상대방을 이겨서 살아야 한다는 발상이 아니라,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화계사에서 오신 혜인행님은 “우리나라는 빈부격차, 종교편향, 여야의 극심한 대립 등의 문제가 많다. 잘 살고 못사는 것을 떠나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 서로 돕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사실 전 노무현 대통령의 비보에 가슴이 무척 아팠다. 오직 하면 저 길을 택했겠나 싶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치인들은 제발 싸우지 말고 언제나 자신의 문제처럼 생각하고 서로 화합해야 한다. 우리 시대에는 앞으로 그런 비극이 다시 없기를 희망할 뿐이다”고 합니다.


증오의 정치가 만든 비극 앞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 뿐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낡은 정치와 가치관에 의한 희생자들과 뭇생명들이 평온한 안식을 취할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야만의 시대를 넘어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 노동이 즐거운 세상, 거짓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 부정부패 없는 세상, 최소한의 인권이 인정되는 세상, 살고 싶어서 죽음을 택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 어른이 아이를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부자가 가난한 자를 인간이 세상을 모시는 세상, 의심이나 꼼수가 없는 세상(25일 참가자들의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오늘은 ‘살고 싶어서 죽음을 택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한 참가자의 발언이 울림으로 다가오고, 무더위에 작은 그늘을 만들어 순례자들을 품어주었던 도로변 가로수에 감사하였던 하루 순례였습니다. 몸도 타고 마음도 타고 시대도 타고 있지만, 희망을 찾기 위한 순례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안현(서울) / 오현철(천주교교정사목위원회) / 배지희(일산) / 백미숙(서울) / 이현민 외 1명(부안시민발전소) / 혜인행 외 45명(화계사 불교대학상조회) / 전권호(전주) / 임루시아 수녀(강원도 원주) / 임용민(파라미타청소년협회) 등이 함께 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5월 27일(수) : 갈현동 박석고개 SK 주유소 인근 - 삼성초교 교차로
● 5월 28일(목) : 삼성초교 교차로 - 벽제교 - 고양시 대자동 1번국도 부로 농장 인근
● 5월 29일(금) : 고양시 대자동 1번국도 부로 농장 인근 - 벽제중 - 내유동 세화 휴게소 인근
● 5월 30일(토) : 고양시 내유동 세화 휴게소 인근 - 내유교회 - 조리읍 송촌 토파즈 아파트 앞
● 5월 31일(일) : 조리읍 송촌 토파즈 아파트 앞 - 신안아파트 - 파주시 PK 마을 앞
● 6월 01일(월) : 파주시 PK 마을 앞 - 영태 오리마을 회관 - 월농면 농협 인근
● 6월 02일(화) :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김포 용화사, 불광역 거주 시민, 진관사 등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5. 25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