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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다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116일차(05.29) 사진 및 동영상 http://cafe.daum.net/dhcpxnwl >

- 다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다. - 랄프 W 에머슨

<시대의 아픔을 떠나보내며>
2009년. 우리 사회는 이 시대의 너무나 가슴 아픈 죽음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몇 마디 단어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죽음들. 이상림·양희성·이성수·한대성·윤용한에서 시작하여, 박종태... 그리고 마침내 노무현까지.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비록 고인은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그 큰 뜻은 우리의 마음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고인의 생전 모습과 활동에 대한 공과는 이제 남은 자들의 몫이 되었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염원하였던 고인의 희망 역시 남은 자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앞뒤 사방이 모두 꽉 막힌 소통 부재의 사회와 파탄이 나버린 남북관계,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시대적 절체절명의 과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모든 이들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시대의 비극이자 과제가 되어버렸습니다.

허망하게도 이 모든 사태를 만든 권력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고인을 추모하자고 선동하지만, 누군가의 말마따나 수백 년이 지나도 역사는 이 무고한 죽음의 가해자와 원인을 기록할 것이고, 그들이 저지른 민주주의의 후퇴를 기록할 것이며, 그들이 만들고 있는 한반도 평화의 파탄을 기록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위선적인 절대폭력의 권력'으로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다 '민심의 바다를 떠나버린 허울뿐인 권력'을 기록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에는 반드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르도록 노력하였고, 그 속에서 자신의 변화로 세상의 변화를 만들고자 하였던 수많은 개인을 기록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공동체'로 돌린 따듯한 시선과 활동을 기록할 것입니다. '자본의 가치, 개발의 가치, 대립의 가치'가 아니라, 낮고 힘없는 존재들과 함께 연대하며 '사람의 가치, 생명의 가치, 평화의 가치'를 중심으로 우리 공동체를 다시 세운 시대의 촛불을 기록할 것입니다.

그것이 떠나간 그들과 함께 하는 길입니다.

<낮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길을 갈 뿐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상황에서 길을 갈 뿐입니다. 대립과 반목이 만든 이 불행한 사태를 넘어, 우리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갈 꿈을 가질 수 있기를 감히 희망하는 기도를 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사회가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오늘 순례길에는 이틀 전 함께하였던 어른스러운 꼬마들이 함께 길을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이 잘 했으면 좋겠다'던 아이도 손을 모아 기도하고, '아파트를 그만 만들었으면 좋겠다'던 아이도 손을 모아 기도합니다. 그 어린 아이들의 간절한 소망과 기도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요?


얼마 전부터 순례단 진행팀에 한 청년이 참가했는데, 이 청년은 현재 미국에 유학중인 대학생입니다. 이 학생의 부모님은 "지금 한참 배우고 있는 내 아들이...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을 볼 수 없다면... 차라리 내 아들이 공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더 많은 죄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순례단에 가서 보고 느끼게 하는 것만큼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참 열정에 불타오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 당신들을 본받아 낮은 곳에 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 선생님의 마음처럼 오늘 온 아이들도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자신이 껴안은 지구의 숨결을 기억하고, 함께 발맞추어 나가며 옆 사람의 숨결을 느끼듯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느끼고,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만드는 사람의 길을 느껴서, 그 길이 그들의 삶의 지표가 되길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순례단은 오늘 오전 11시 무렵 오전 순례 일정을 마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온한 안식을 기원하는 묵상을 진행하며 오전 일정을 종료하였습니다.

<길을 찾고 또 찾으며>
예상과 달리 갈수록 차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을 벗어나 1번 국도를 통해 고양시의 외곽을 통과하여 임진각 망배단으로 가는 길. 순례단이 예상하였던 것과 달리 지나는 차량이 많아 순례단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순례를 진행하는 그 짧은 시간이면 금새 도로는 차량으로 넘치고, 차량 운전자들이 손을 흔들어 순례단을 격려하지만 운전자들의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오전부터 참여한 꼬마들은 여전히 기운내고 순례 과정 하나 하나가 즐겁기만 합니다. 주변의 어른들과 동무들 모두 이마를 바닥에 대고 자신을 보는 사이, 꼬마 하나 눈을 들어 환하게 웃습니다. 그 모습이 예쁘기만 합니다.


오늘도 서울 화계사에서는 어김없이 오후 순례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정덕행 님은 "“힘들긴 하지만 편안하다. 하지만 처음에는 성직자 분들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면서, "비가 올 때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합니다. 주부라서 세상 돌아가는 것 중에 경제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한다고 하시는데, "(요즘) 저희 같은 서민들은 특히 살기가 어렵다. 물가는 오르고 물건은 더욱 소량화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 선생님은 "세분 성직자가, 세상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편안함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 때문에... 오체투지가 세상을 꼭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지는 않지만, 이것이 하나의 희망으로 씨앗을 뿌릴 것이다”고 합니다.


순례길을 열어가는 세분의 성직자는 요 근래 부쩍 힘겨워하시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상황이라는 충격적 상황도 그렇고, 너무나 더워 몇 걸음만 진행해도 땀이 비가 오듯 흐르는 상황도 순례길을 힘겹게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늘은 대법원에서 삼성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합리적 시장질서와 사법정의를 외면한 사건'이 발생하여 전종훈 신부님의 표정이 어둡기만 합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예상은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면서 허탈하게 웃기기만 합니다. 오늘의 한국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지 궁금합니다. 한쪽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위로하며 헌화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권력화 된 자본 앞에 무릎 꿇은 사법부의 초라한 모습을 어떻게 기록할지 의문입니다.


한편 요즘 순례팀에서 '김기사'로 통하며 제일 바쁜 사람 중 한명인 김행철(서울) 님은 “순례길의 세 분들을 잘 모시고 싶었고, 제 삶의 전환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진행팀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김행철 님은 "안정된 삶을 접어두고 진행팀에 합류한 것은 제 스스로에게 도전이었다. 사실 그 동안 너무 바쁘게 살았다. 제 인생에서 잠시 마음과 몸이 쉴 수 있는 쉼표 같은 시간이 필요했었다”면서, “저를 포함해서 모두가 다 앞만 보고 가고 있다. 옆이나 뒤를 살피지를 않는다. 두어 달 함께 하니 사람에겐 때론 뒤를 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과 느림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김행철 님은 “사람 인(人)자가 서로 기대는 모양이 듯 더불어 사는 것을 인정하고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시고 “순례가 끝나고 다시 제 삶에 복귀하더라고, 이전 보다는 급함을 버리고 매이지 않는 삶을 살 것 같다. 또 성직자 분들처럼 매일 기도하고 정진하면 결과에 매이지 않고 느긋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내유초등학교 인근 도로변에서 오늘 하루를 무탈하게 마무리 한 순례단. 감사한 마음으로 숙소로 귀가하였지만 들리는 소식에 힘겨울 뿐입니다. 오늘 아침 온 국민의 관심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쏠린 틈을 이용하여 용산 참사 현장 인근 재개발 건물 명도소송 강제 집행이 이루어졌다 합니다. 그리고 이를 저지하는 신부님들에게 용역직원들이 몹쓸 짓을 했다 합니다. 경찰은 수수방관했다 하죠.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갑갑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식을 기원하던 날, 또 용산참사라는 다른 이름의 노무현에게도 평온한 안식을 기원해 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지혜성(도선사) / 김세열(서울) / 배정황 외 5명(고양자유학교) / 평등월 외 25명(화계사) / 박정숙 수녀(까리따스 수녀회) 등이 함께 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5월 30일(토) : 내유초교앞 - 내유교회 - 조리읍 송촌 토파즈 APT 앞 한국전기안전공사
● 5월 31일(일) : 한국전기안전공사 - 신안아파트 - 파주시 PK 마을 앞
● 6월 01일(월) : 파주시 PK 마을 앞 - 영태 오리마을 회관 - 월농면 농협 인근
● 6월 02일(화) :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고양동 성당 신도, 화계사, 고양동 성당 등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5. 29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