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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길 위에 길이 있지만, 사람의 길이 없는 1번 국도.

<70일차(04.13) http://cafe.daum.net/dhcpxnwl >

- 길 위에 길이 있지만, 사람의 길이 없는 1번 국도. -


참 길이 많습니다. 순례단이 지나는 길 위로 경부고속철도가 지나는 길이 있고, 밑으로는 경부선 철도가 지나갑니다. 길은 참 많은데 사람의 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으니, 언론의 생명이라는 '정론직필'을 포기하고, '부역언론'을 자청하고 '유력언론사'가 되기를 바라는 거짓만 넘쳐납니다.

<귀가 아픕니다.>

동네 어귀에 있는 작은 주유소 갓길에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채 10명도 되지 않는 참가자로 순례가 시작되었습니다.


거리로 나가자마자, 바로 차량이 쏟아지더군요. 일제시대부터 만들어진 1번 국도는 우리나라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도로 중의 하나입니다. 그 도로에는 시속 100㎞로 달리는 트럭도 있고, 보통 10~12㎞로 달린다는 경운기도 금방 순례단을 지나쳐 지나갑니다.


참 시끄럽습니다. 순례 참여자들은 ‘왜 저렇게 빨리 갈까? 무섭다.(장도정)', '우리가 이런 삶에서 사는구나.(조옥경)', '순례에 집중하니 잘 들리지 않는다.(이주미, 유병규)', '나도 운전을 하며 달려왔다. 느림과 속도가 잘 공존해야 한다.(홍승표), '먹고 살기 위해 세상은 더 빨라진다.(한상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성찰해야 한다지만 나도 경적을 울리고 산다.(나순구 신부)'며 신경쓰지 않고 살았던 도로를 다시 바라 봅니다.

<그래도 즐거운 순례길>

도로 상황이 시끄럽지만, 더 빨리 갈 필요도, 더 많이 갈 필요도 없는 순례단은 그저 자신의 한번의 기도에 집중하며 길을 갈 뿐입니다. 5살과 6살의 고마는 엄마와 할버니 손을 잡고 때로는 걷고 절하고, 때로는 유모차에 올라 졸고, 때로는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며 울면서 순례길에 함께 동참하였습니다.


순례 마지막까지 "세상의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며 묵주 기도를 하신 한상훈(천안) 님은 “먹고 사는 문제가 정말 어렵다. 하지만 내가 노력해서 얻어진 만큼만 얻는다. 내가 필요한 만큼만 벌면 된다. 다만 어렵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와주었으면 행복한 세상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순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만큼 세상은 충분히 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편도 2차선의 도로에서 순례단이 한 차선을 사용하다보니, 때로는 차량이 심하게 정체되기도 합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운전자분들에게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길에 늘어난 오후 순례길>

오늘 점심은 소정2리 인근 공터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순례단에 부활절 이후 계란이 많아졌는데, 오늘 점심시간에 수녀님들이 주신 부활절 계란은 너무 예뻐서 보관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하나 하나의 계란마다 의미를 주셨더군요.


점심 식사 이후 오후 순례는 아주 많은 분들이 참여했습니다. 오전부터 대전충남 평통사 회원님들, 평화동 성당 및 우림성당, 수락산 성당 등의 신자 등이 참석하여 순례 행렬이 길어졌습니다.


오후 순례에 함께 한 김명진(청주) 님은 “세상 돌아가는 것이 답답했다. 촛불을 보고 저도 뭔가 하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오체투지라는 것이 저에게 기회를 주었다.”고 하시고 “반배만 했는데도 어렵다. 그래도 죽비소리, 발소리에 마음이 모아지니 좋다.”고 합니다. 김명진 님은 요즘 시장을 보면 가격은 올라가고 품질은 떨어져 장보는 횟수가 줄어든다며, "과연 위정자들이 국민을 생각하는 것일까? 때로는 우리들만이라도 단합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하신 후 “자신의 양심과 내면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사는 것이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순례가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변화해 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이를 통해 세상도 변할 것이라고 확신하다.”고 합니다.


오늘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 전종훈 신부님은 평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잘 알려진 '나눔문화'에서 소중한 선물들을 받았습니다.


나눔문화의 박노해 시인과 회원들이 정성스레 작성한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진리의 빛은 누구나 피할 수 없지만, 빛이 사람으로 올 때, 빛의 사람은 부정되고 죽임을 당합니다. 사순절에 우리 신부님은 오체투지로 어둠의 대지에 빛의 씨알을 눈물로 심어가시네요.", "우리는 다르게 살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라고, 마른 대지의 지렁이처럼 오체투지로 한 뼘씩 한 뼘씩 길을 내어 가시네요." 편지 내용을 한참을 보시던 수경스님. 허허하며 웃기만 하시네요.


나눔문화에서 함께 오신 이상훈(서울) 님은 “신문을 보고 같이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에 왔다."며, 직접 오체투지 순례를 진행해 보니, "비단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인류, 생명에 대한 큰 문제를 품고 가시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셨습니다. 이상훈 님은 우리 사회의 모습과 관련하여 “정부는 국민을 속이고 국민들 또한 온갖 욕심으로 서로를 속인다. 우리는 경제와 물질의 만능 때문에 중요한 것을 포기하고 살고 있다.”고 안타가움을 표하고, “저는 가장 고통 받는 분들, 그리고 가난한 약자들과 마음을 얼마만큼 나눌 수 있느냐에 따라 진정한 사람의 길과 아님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남기었습니다.


순례단은 오늘 소정면 초입에서 하루 일정을 종료하였고, 정기 휴일인 화요일(14일) 하루 휴식을 취하고 15일(수)부터 다시 순례를 진행합니다.

<길 위에 길이 있으나, 사람의 길이 없다.>

햇살이 갈수록 따가워집니다. 하지만 봄날 정수리까지 따갑게 올라온 햇살을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면 그대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햇살이 따갑고 발걸음을 내 딛을수록 땀이 흐르지만, 그렇게 진행하는 순례길에서 하늘과 땅, 바람결에도 생명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비록 생명이 거세된 아스팔트이지만, 그 길을 따라가면서도 환한 웃음의 민들레꽃 만나고, 냉이꽃을 만나곤 합니다. 간혹 그 길을 뚫고 나오는 작은 꽃에서는 생명의 신비함마저 만나곤 합니다. 또한 주름진 손으로 기도하며 순례단의 무사회향을 기원하는 주민을 만나곤 합니다.

그렇게 사람과 자연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순례단은 오늘도 길에 몸을 낮추어 봅니다. 참가자들 모두 말이 없습니다. 참가자가 적고 많음을 떠나 말없이 자신의 화두를 잡고 한번의 기도에 모든 것을 집중할 뿐입니다. 무슨 말을 할까요? 시대 상황이 유감이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사회를 돌아보며 사람의 길을 찾고자 나섰으니, 그 뜻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질 뿐입니다.


여기 분주히 굉음을 내며 내 달리는 1번 국도의 분주함에서 순례단은 오히려 여유롭습니다. 순례 참여자들 모두 속도의 노예가 되라하는 현대문명의 주문을 거부하고, 편리함의 속도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로 5분이면 갈 거리를 하루 종일 온 힘을 다해 갈 뿐입니다.


저렇게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는 어쩌면 문명의 이기일 것입니다. 시속 100km로 가는 사람의 시야는 10' 안팎이지만, 이렇게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의 눈에는 온갖 세상이 다 보입니다. 자동차와 속도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라 한다. 자동차처럼 빨라진 세상이 편리함을 줄 수 있지만, 결국 우리는 더 빠른 속도를 주지 않으면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더 많은 일을 해야만 더 궁핍한 삶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순례단이 지났던 소정대교 위에는 경부고속철도가 지나가고, 바로 밑에는 경부선 철도가 있더군요. 길 위에 길에 있고, 길 위에 길이 있지만, 사람의 길은 보이지 않더군요. 온갖 길이 넘쳐나지만, 사람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가야 할 길이 없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순례단은 시속 300㎞로 달리는 경부고속철도보다 느리지만, 사람의 길을 찾아가기에 더 여유 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장도정, 유병규(평통사 대전충남) / 조옥경, 이주미(서울불교대학원) / 한상훈, 김순호(전의성당) / 홍승표 외 6명(청주) / 조세종(대전) / 문승(인천) / 최길자안젤라수녀 외 1명(올리베따노성베네딕또 수녀회 대전) / 수락산 성당 교사회 4명 / 김영혜 외 3명(안동성당) / 이철학 신부(삼성산 성당 서울) / 나승구 신부(신월동 성당 서울) / 안승길 신부, 고정배 신부(부론성당 원주) / 최정옥 외 7명(평화동 성당) / 김영식, 정도영 신부 외 2명(안동성당) / 김예슬 외 4명(대학생나눔문화 서울) / 공 안젤라 외2명(인천) 등이 순례에 동참했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4월 13일(월) : 1번국도 현대오일뱅크(시작) - 소정면 대곡리 3거리(종료)

● 4월 14일(화) : 휴식

● 4월 15일(수) : 소정면 대곡리 3거리(시작) - 구룡로터리 LPG주유소(종료)

● 4월 16일(목) : 구룡로터리LPG주유소(시작) - 천안대로 신성미소지움APT 101 건너편(종료)

● 4월 17일(금) : 천안대로 신성미소지움APT 101 건너편(시작) - 신부초등학교 건너 S-Oil 주유소(종료)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김명진(청주), 수락산 성당 교사회, 오남원 신부(공세리 성당), 완산여고(교우), 신영창(완산학원), 나눔문화, 문승 선생님(인천), 각원사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4. 13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