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사는이야기

[바람의 길 산티아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과 준비물들... (1)

까미노(Camino)... 사실 우리는 산티아고 가면서 '까미노가 의미하는 바'를 잘 몰랐다. 아니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일단 출발했다.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까미노'였을 뿐이다. 그리고 천천히 일정을 시작하면서 그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했고, 1달이 넘는 일정이 끝난 이후에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히 고민했을 뿐이다.

일단 까미노 길에서 만난 수많은 순례자들을 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당연히 '너희는 이 길을 왜 왔는가?'이다. 사실 우리는 '코엘류의 순례자, 더 로드' 등등 까미노와 관련한 사전 지식은 없는 상태였다. 근 20년 가까이 그런 동네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왔으니, '코엘류의 순례자'라는 좋은 책이 무엇인지, '더 로드' 같은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다. 우리는 그저 '우리 앞에 어느날 까미노가 다가왔고, 그 길을 출발했을 뿐'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우리 삶은 준비된 상태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활동이 그렇듯이 '그 순간 내 삶이 그러했기 때문에' 우리는 까미노 길을 걷고 있었다.

'너희는 이 길을 왜 왔는가?'

참 많이 접하는 질문이다. 당연할 것이다. 스페인 등 유럽사람들에게 저 먼 동양의 조그만 나라에서 그렇게 많은 순례자들이 스페인을 찾는다니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2013년 기준 순례자들(pilgrims) 규모는 전체 215.880명이라 한다. 이중 여성은 98.008명으로 45,40%, 남성은 117.872명으로 54,60%이다. 도보로 순례하는 사람은 188.191명(87,17%), 자전거26.646(12,34%), 말 977(0,45%), 휠체어(wheelchair) 66명(0,03%)이라 한다. 한국 사람은 2,774명(1,29%)으로 12번째로 순례자가 많은 나라이다. 한국인 순례자보다 많은 나라는 스페인(Spain,105884명, 49,05%), 독일(Germany, 16199명, 7,50%) 이탈리아(Italy, 15620명, 7,24%), 포르투칼(Portugal, 10695명, 4,95%), 미국(USA, 10125명, 4,69%), 프랑스(France, 8304명, 3,85%), 아일랜드(Ireland, 5012명, 2,32%), 영국(UK, 4207명, 1,95%), 캐나다(Canada, 3373명, 1,56%), 호주( Australia, 3098명, 1,44%),  네덜란드(Holland, 2888명, 1,34%) 정도에 불과하다. (까미노 2013년 통계는 http://goo.gl/Blq5ew 를 참조. 이곳 이외에도 까미노 관련 통계 정보제공은 다양한 곳에서 확인 가능)

이런 상황이니, '너희는 이 길을 왜 왔는가?'라는 질문은 누군가를 만날때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다. 하지만, 까미노 일정이 1년이 지난 다음에도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그 순간에 나는 그곳에 있었고, 지금은 여기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까미노 1년이 지난 다음에 생각해보면, 혹시라도 주변에 까미노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해줄 말은 몇가지 없을 듯 하다. '시작이 반이다. 먼길 떠나는 사람은 짐이 가벼워야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천천히 다녀라. 일행은 적을수록 좋다. 아는만큼 보인다. 주변을 보는 순례자가 되라. 한국사람이면 전화기 끄고 온라인 접속하지 말라.' 등등 정도일 듯 하다. 다들 아는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상식이라 생각하는 '지식'은 온전한 '지혜'가 아니고, 불완전한 여행자는 불가피하게 수많은 고통을 통해서 순례자가 된다.

이제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보자.

'시작이 반이다'

우리가 걸었던 까미노 가는 길이 아마 일반적인 코스일 듯 하다. 말도 통하지 않는 프랑스 파리의 '몽파르나스 역(GARE MONTPARNASSE)'에서 기차타고, '바욘(베이온느, BAYONNE)'에 도착하고, 다시 버스나 기차를 타고 '생장(셍장 삐에드뽀흐, 생장 피에드 데 포트, SAINTJEAN PIED DE PORT)에 도착하는 경로이다. 이곳에서 순례를 시작하는 사람은 2013년 전체 순례자의 12.31%인 26,569명이라고 한다.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긴 코스다.(물론 아래 지도에서 보이는 프랑스 혹은 이태리 등등에서부터 순례를 시작하는 유럽인들도 있기는 하다.)


The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은 정말 다양하다. 순례길에서 만난 60대의 스페인 할아버지는 이 많은 코스를 휴가철마다 조금씩 나누어서 순례를 진행한다고 했다. 인생 자체가 순례였을 것이다.


길을 몰라도, 말이 통하지 않아도, 생장에서는 그냥 다른 순례자들 움직이는대로, 순례자 사무실 찾아서 '순례자 등록(어디서 왔고, 왜 걷고, 종교는 뭐고 등등 통계작성하기 위한 것인 듯)'하고 '크리덴셜(순례자 여권)'과 '알베르게(순례자 숙소) 정보지(사실 이거 아주 중요한 정보지)', 순례자 상징인 가리비 등등 받고 출발하면 된다. 보통 당일은 생장에서 1박하고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첫 관문인 피레네 산맥(프랑스어: Les Pyrénées, 스페인어: Los Pirineos, 오크어: Los Pirenèus, 카탈루냐어: Els Pirineus) 넘으면 된다.

피레네 산맥 넘는 코스도 몇가지 있지만, 그냥 다른 순례자들 따라 걸으면 된다. 농담처럼 '삼대의 덕을 쌓아야 전망 좋은 날을 만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하여간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국경을 넘는 코스이고, 방목해 놓은 양과 젓소와 같은 이국적인 풍경을 따라 열심히 걷다보면 오후 늦게 스페인으로 넘어와서, 론세스바예스(롱세스바예스, Roncesvalles)의 수도원에 도착하면 된다.

첫 출발이 어려울 뿐이다. 그 수많은 길도 결국은 한걸음에 시작되고, 수많은 길 위의 인생도 결국 한걸음 한걸음의 연속이다. 매번 같은 걸음인 듯 하지만, 우리가 걷는 걸음 걸음은 계속 새로움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세상에는 같은 걸음은 하나도 없다. 어제도 걷고 오늘도 걷고, 내일도 걷듯이 그 걷기라는 단순한 행위에서 인생은 시작되고 끝나고,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걷기에 대해서는 별도로 이야기를 하자.


'인생의 무게'

어른들은 '먼길 떠나는 사람은 봇짐이 가벼워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 사실 순례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신발과 옷가지, 세면에 필요한 간단한 몇가지...'등이 전부다. 하지만 일상의 우리는 '욕심'인 줄 알면서도 수많은 '짐'을 부여잡고 떠난다.


왜 이렇게 많은 짐을 지고 다녀야 할까? 저 배낭 속 짐의 절반은 '그냥'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닐까? '인생의 습관'처럼 말이다..


까미노를 안내하는 책자나 혹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배낭무게 7kg 정도가 적당하고 한다. 뭐 일견 타당한 이야기인 듯 하다. 그렇지만 산을 다니거나 혹은 순례를 해 본 사람입장에서 보면 7kg 맞추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입고있는 바지+윗옷+속옷을 제외한 상태에서, 이를 맞추려면 배낭 무게에다가, 반드시 필요한 침낭, 1벌의 예비 바지+윗옷+속옷, 그리고 간단한 세면도구(치약, 치솔, 면도기, 샘푸겸용 물비누, 선크림?),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비옷, 슬리퍼 정도면 끝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노트와 책 한권.. 이것이 전부이다.

멀리가기 위해서는 짐이 가벼워야 한다고 했다. 사실 맞는 이야기다. 오직 걷기 위해서 온 순례자 입장에서, 이것 저것 쓸모없는 것들은 그냥 집착을 버리는 것이 좋다. 그 많은 짐을 지고 온다고 누가 격려하는 것도 아니고, 오직 자신의 몸으로 지고 이고 다녀야 한다. 순례길이나 혹은 매일 마주치는 알베르게에는 순례자들이 하나 둘 씩버리고 가는 짐들이 있다. 그 다양한 물건들은 그렇게 주인을 잃고 용도를 다한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출발하는 사리아(Sarria) 같은 곳은 길가에 새로운 침낭이나 텐트가 길바닥에 돌아다니기도 한다.

순례길은 멀지만, 결국 돌아보면 하루 하루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순례길 봇짐은 30일 전후의 봇짐이 아니라 1박 2일 혹은 3박 4일짜리 짐을 쌓면 충분하다. 우리가 걸은 여름철의 경우도 매일 매일 세탁해도 건조한 날씨에 1~2시간이면 옷가지 다 마른다. 많이 가져갈 필요없다는 이야기다. ㅎㅎ

뭐 그렇지만, 자신이 짊어진 인생의 무게라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가 버틸수 있고 짊어질 수 있다면 끝까지 자신의 짊을 다 가지고 가도 된다. 나에게 붙어 있는 인생의 무게라 생각한다면,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인생의 무게라 생각한다면 얼마의 짐이든 자신의 힘으로 지고 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하지만 배낭 하나 꾸리는데, 뭐 인생까지 논할 것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집착의 무게는 내려 놓을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장기산행 하는분들은 정말 kg이 아니고 g단위 싸움을 할 때도 있다. ㅎㅎ. 참고로 순례길에는 배낭전달 서비스가 있다. 배낭만 전문적으로 다음 이동 장소로 전달해준다. 순레길에서 만난 스웨던 연인들은 짐은 보내고 가볍게 몸만 순례를 떠나더라. 생각하기 나름이다.)


내 삶의 속도를 찾아라.

속도 경쟁에 미친 듯 한 한국사회를 벗어나서, 내 안의 또다른 나를 찾고자 순례길을 찾아온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그 길에 합류하여 떠난다. 그런데 좀 웃긴 것은 여기서도 속도경쟁이다.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그런 안내 책자를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한국사람들은 정말 많이 걷는다. 오죽하면 까미노에 '한국사람 누가 밤낮으로 달려서 몇일만에 전구간을 완주했다'는 기록까지 소문으로 돌겠는가.

한국에 소개되어 있는 까미노 관련 책자들은 20~25km 혹은 많게는 30km까지를 기본적인 하루 일정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생장에서 시작하여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일정이 30일 전후로 진행된다. 물론 유럽권에 소개되어 있는 까미노 소개서도 그러한 일정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 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 까미노 인접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권 대부분은 공유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반도 역사조차도 제대로(우리 경우) 알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페인의 각 도시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각 마을마다 이슬람 문화와 가톨릭 문화가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30일 전후로 까미노를 달리는(!) 일정은 주마간산(走馬看山) 처럼 순례길 주변을 그냥 대충 훑어보고 지나가는 일정이다.

그렇기에, 결론적으로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만의, 내 삶의 속도로 다닐 것'을 권고한다. 삶의 속도는 모두에게 다르다. 시간당 5km 걷는 일반 산보의 속도도 모두가 다르다.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들과 속도 역시 다를 것이다. 속도 경쟁과 물신 자본주의가 만드는 비열한 경쟁에 지친 몸과 정신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찾은 까미노에서도 속도경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즐겨라. 늦어도 좋고, 알베르게 없어도 좋으니 천천히 볼 것 다 보고, 즐길 것 다 즐기면서 까미노를 찾아라. 공립 알베르게 없어도 사설 알베르게 많고, 그 동네 없으면 다음 동네 가도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의 구간을 아주 짧게 설정하고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행은 적을수록 좋다

힘든 일이다. 그 먼 나라에 가서 말도 통하지 않고, 매일 같이 많게는 100명씩 한 공간에서 잠을 자야 하며, 계절에 따라서는 전 구간에서 동행이 만들어기도 한다. 사실 순례길에서 나에게 들려 온 유일한 소음은  '사람의 소리'였다.

누구도 없는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떠난 여행이지만, 이곳 역시 수많은 순례자들이 자신만의 정신적 공간을 기준으로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찾아 순례를 한다. 수많은 나라에서 온 순례자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알베르게를 찾고, 같은 공간과 시간, 정신을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알게 모르게 동질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순례길에서 만나는 순례자들의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스페인어로 '당신의 앞날에 좋은일만 있기를', '좋은 길!', '멋진  순례의 길 되시길!')'라는 서로 간의 간단한 인사에 들어있는 수많은 묵언들이 서로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이런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것은 혼자만의 공간이기에 가능할 듯 싶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많은 일행과 함께 간다면, 자신만의 사유의 공간은 없을 듯 하다.

우리 경험으로 보면, 식비 계산 및 비용적인 부분을 감안한다면 3인 정도가 가장 적정한 인원인 듯 하다. 혼자 혹은 2명이 가장 좋겠지만, 불가피하게  비용적인 부분을 감안한다면 3인 정도가 그나마 '나만의 순례길'을 만들 수 있을 듯 하다.


아는만큼 보인다. 주변을 보자.

주변에 까미노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까미노 자체에 대한 공부를 하기 보다는, 스페인의 문화와 역사를 몇가지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다. 길거리 인생은 미리 준비한다고 준비될 수 없다. 배낭에서부터 준비물에 이르는 것은 상황이 닥치면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초하여 해법이 모색되고 방법이 생각나면서 해결된다.

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는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지혜'를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사실 지금도 스페인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이 까미노를 진행한 것을 후회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지만, '이 넓은 땅떵어리를 가진 놈들이 왜 식미지 전쟁이나 신대륙을 찾아 떠났는지?', '여기 나라 산들은 왜 헐벗고 수림대가 조성되지 않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을 수없이 해야 했다.

순례와 여행은 다를 것이다.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를 찾아 떠나는 순례. 내 삶의 공간과 다른 공간에서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 아마 까미노길은 이 두가지가 모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를 찾고자 하는 순례라 하여도, 주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는 자신만의 대화를 더 풍부하게 한다.  홀로 선방에 앉아 참선하는 것이 아니라 한다면, 변화하는 순례길에서 그 모든 순간 순간의 화두가 자신을 따라 올 것이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상념들이 찾아올 것이다. 두려워할 것이 아니다.

순례길은 아는만큼 보인다. 이방인의 차분함으로 하루 하루를 감사하게 여기며 주변을 보라. 새로운 세상이 있다.

한국사람이면 전화기 끄고 온라인 접속하지 말라

까미노 출발하면서, 우리는 간단한 논의를 통해 전화기를 껏다. 둘 중에 한명은 로밍해 갈 것인지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전화기를 꺼버렸다. 그리고 까미노가 끝나 인천공항에 돌아오기까지 핸드폰(심지어 2g폰. 일명 피처폰)의 배터리는 배낭 안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어떤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중요치 않을수도 있으나, 우리는 우리가 활동하는 공간의 실무책임자들이다.

전화기를 껏다. 로밍을 하지 않았다. 메일은 아예 확인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한국에서의 일상은 아침부터 메일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검토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상대방에거 확인하고 현장을 다니는 일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시간단위로 작성하여 기자들에게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 한 줄 쓰기위해 수많은 전화통화와 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랬던 우리가 전화기와 메일을 끊고 나니 살 만 했다. 미치도록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과 그 수많은 짊들은 내게 더 이상의 고통이 아니었다. 그건 남겨진 자들의 몫이었다. 사실 사무실 돌아와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과정의 일환이다.

우리는 마치 우리가 세상의 중심인 양 사고하고 행동하지만,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정에서 멈춤 없이 휘말린다면,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린 상태로 휩쓸릴 뿐이다. 차라리 그 속도에서 잠시 이탈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서 있는 위치는 어디이며,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수없이 길게 느껴지는 인생에서 '잠시' 동안의 '쉼표'가 필요하다. 2013년 까미노는 우리에게 그러한 쉼표였다. 우연히 다가온 '까미노', 하지만 그 우연도 필연처럼 다가온다. 우리는 그 길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