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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바다 이야기... '말 없는 바다가 일어서는 날'

바다와 연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몇권의 책들.. 그 중에서 몇 권을 추려본다.

전남발전연구원의 김준 박사님의 '섬문화 답사기(여수고흥편, 신안편. 서책)'. 저자 소개를 보면 '봄에는 숭어를 잡는 어부가 되고, 여름에는 민어를 잡고, 가을에는 전어와 낙지를 잡는다. 겨울에는 꼬막을 캐는 아낙이 되기도 했다'는 표현이 있다. 또한 '섬사람들의 삶 속에 숨겨진 오래된 미래를 찾아 오늘도 섬과 섬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 지은이는 생태와 민주주의라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가 섬과 갯벌에 있다고 굳게 믿는 ‘섬의 남자’'라는 소개가 나온다. 그 말마따나 김준 박사님의 이 책은 우리 어촌사회가 가지는 '오래된 지속가능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 바다와 연안, 어촌에 대한 첫 걸음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접할수 있는 책이다.



그 다음으로는 주강현 제주대학교 석과교수님의 관해기(1 남쪽바다, 2 서쪽바다, 3 동쪽바다. 웅진지식하우스)이다. '관해기(觀海記)’는 ‘바다 읽기’, ‘바다 가로지르기’라는 뜻을 지닌 옛말이라는데, 우리 바다 곳곳에 대한 풍부한 해양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풀어주신다. 해양사 그 속에 깃든 생태학, 민속학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하면서도 '갯것들과 그 속에 깃든 민중의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는 주강현 교수님의 이 저작은 '바다'에 대한 이해를 새로운 각도로 전해주고 있다. 해양인문학 혹은 바다에 사는 사람들과 바다와의 총체적인 관계를 밝히는 학문인 해양인류으로 바다와 사람의 관계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꺼리. 정말 좋다.




그 다음으로 '바다(새물결 출판사)'이다. 아, 이 '대단한 책'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의 기원, 바다의 정복, 바다의 르네상스' 순으로 되어 있고, '바다에 대한 서사시'라고 해야 하나, '바다와 인간의 공존을 노래하는 한편의 시집'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대단하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쓸수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던 책이다.



출판사에서 소개한 저자 소개는  저자 쥘 미슐레(1798~1874)는 프랑스 역사가이자 문필가로 프랑스 민족주의 사관을 일구었다. 국립고문서보관소에서 근무하고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등을 역임했다. 『프랑스대혁명사』를 비롯해서 방대한 역사서들을 남겼다. 또 자연의 역사를 다룬 일련의 저작도 남겼다. 역사를 구술체로 풀어내면서 대중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특히 기존의 종교, 국가 등의 권위주의와 몽매주의를 비판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개별적 인권의 절대성을 강조했다.미슐레의 주요 저술은 우선 역사서로 『로마사』, 『프랑스사』, 『프랑스대혁명사』 외에 다수가 있고, 자연사 4부작으로 『새』, 『바다』, 『곤충』, 『산』이 있으며 사회사로 『인권의 기원』, 『민중』, 『마녀』, 『여성의 삶』, 『여성의 사랑』 등이 있다. 뭐 말마따나 대대한 사람이다.

하여간 '평생을 바다에 깃들어 살아가며 그곳에 죽음의 일상을 맏겨놓은 작은 어촌 마을과 어민에 대한 존경과 바다에 대한 애정'을 노래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바라보며, 깊은 심연의 바다에 대해 읖조리듯이 노래한다. 충분히 읽기를 권할 만한 책이다.

'인간은 바다를 이해하는 듯 하지만, 오직 1%에 대해서 알 뿐이고, 아직도 99%의 바다는 미지의 공간이다'라는 말이 있다. 바다와 그곳에 태를 뭍고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과 어민들의 삶은 여전히 놀랍다. 우리는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공위성 쏘고 달나라 가는 세상이지만, 사실 아직도 30m 깊이의 바다조차 알지 못해, 수백명의 아이들을 수장하는 사회이다. 국가는 사라지고 '어쩔수 없었다' 혹은 '원인불명'만 이야기 하면서 대책은 만들 생각도 못한다(사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지 않는 것이겠지). 또 다른 사고는 계속해서 벌어질 개연성이 충분히 높다. 그렇게 '구조적인 죽음'이 만연한 사회다.  모든 영역에서 '빠름'을 강조하는 사회이고, '돌아볼 영역과 감성'도 배제되는 사회이다. '왜?'라는 질문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이다.

이런 시기에 '책'이나 읽고 있다는 것이 비겁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돌아봄'조차 없다면 무슨 힘으로 세상을 바꿀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변명을 위안삼아 '말 없는 바다'를 응시한다. '말 없는 바다가 일어서는 날', 세상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